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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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Jumper!] 이배영, 불운은 희망을 낳는다

기사입력 2008.08.12 22:57 / 기사수정 2008.08.12 22:5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스포츠에서 모든 선수들이 피해가고 싶은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뜻하지 않은 불운이 찾아오는 경우이다. 유난히 좋은 경기가 예상되는 날에 부상이 닥쳐오고, 한순간의 방심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행운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역도 69kg급에서 장딴지 경련으로 고전한 이배영(29, 경북개발공사)은 너무나 불운했던 선수였다. 역도 69kg 경기가 벌어진 12일에 이배영은 유난히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인상 2차 시기에서 153kg을 가뿐하게 성공시킨 이배영은 남은 3차 시기에서 155kg을 들어올리며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155kg을 들어올리는 이배영은 그리 힘겨워하지 않았고 인상보다 훨씬 기록이 좋은 용상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져갔다.

중국의 기대주인 리아오 호이는 인상에서 158kg을 성공시켰지만 용상에서 195kg까지 성공했던 이배영의 페이스를 생각할 때, 이배영의 금메달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기도 했다. 인상에서의 좋은 흐름은 용상에서 당연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용상 1차시기를 184kg으로 시작한 이배영은 바벨을 가뿐하게 목까지 들어올리고 일어섰지만 두 번째 동작인 한쪽 발을 뒤로 빼는 순간에서 그만 부상이 찾아오고 말았다. 이배영이 뒤로 뺀 왼쪽 발목이 삐끗하면서 장딴지에 무리가 찾아온 것이다.

이배영은 주저앉고 말았고 의료진들과 코치진들은 성급히 이배영에게 다가갔다. 과연 일어설 수 있을 지에도 의문이 든 이배영은 힘겹게 일어나 퇴장하기 시작했으며 경기를 계속 진행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이 오고갔다.

이배영은 186kg으로 무게를 올린 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다시 경기장에 올라왔지만 근육이 뭉쳐 쥐가 난 경우는 거의 경기를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후 4년 동안 이날을 위해 흘린 땀을 생각하면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걷기도 힘겨운 몸을 이끌고 2차시기와 3차시기에도 도전했지만 바벨을 들어올릴 때 지탱해줄 하체의 힘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3차 시기에서 바벨을 놓치고 앞으로 쓰러지며 땅을 쳤던 이배영은 힘겹게 퇴장하면서도 울분의 소리를 내뱉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속성 중 하나이다. 어느 선수들도 이러한 불운이 따를 것을 예상하고 경기에 임한다면 그 누구도 시합을 하지 않을 것이다.

박태환과 남녀 양궁팀, 그리고 최민호와 진종오가 보여준 환희가 있었던 반면, 이렇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스포츠이다. 그러나 좌절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야말로 스포츠가 지니는 위대함이다.

최민호와 진종오는 모두 아테네올림픽에서 겪은 쓴 경험을 4년 동안 승화시켜 드디어 영광의 순간을 만들어 냈다. 또한, 박태환 역시 4년 전에 제대로 경기를 치러보지도 못하고 쓸쓸하게 수영장에서 퇴장했던 아픔을 이겨내고 오늘날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서른이 넘어서도 충분히 선수생활이 가능한 역도를 생각했을 때, 이배영에게도 남은 기회는 충분하다. 비록 만나고 싶지 않은 불청객이 이번 올림픽에서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이 역경을 이기고 재도전할 기회는 이배영에게 충분히 남아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살인 미소'를 볼 수 없었지만 언제가 환하게 웃으며 바벨을 번쩍 든 그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좌절을 이겨내는 것, 그리고 불운을 씻고 재도전 하는 것이야 말로 스포츠의 묘미이자 도전 정신이다.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이배영은 결코 '패자'가 아니었다. 그가 진정한 '승자'로 재도약할 길은 충분히 열려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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