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가 올 시즌 팀 100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홈런타자만 14명,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시너지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
SK는 지난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9차전 경기에서 무려 여섯 개의 홈런을 뽑아내고 승리를 챙겼다. 이날 6홈런을 추가한 SK는 55경기 만에 팀 홈런 98개를 달성했다. 지난 주에만 16개의 홈런을 터뜨린 SK인 만큼 화요일 곧바로 100홈런 고지를 밟을 가능성도 높다.
단연 압도적인 숫자다. 현재 SK에 이은 팀 홈런 2위는 두산으로, 두산은 53경기에서 5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무려 42개의 차이. 중심타선의 최정(18홈런), 한동민(16홈런), 김동엽(13홈런), 제이미 로맥(11홈런) 네 명의 홈런으로만 두산의 팀 홈런 수를 넘어설 수 있다. 팀 홈런 최하위인 LG(30홈런)는 최정과 한동민 두 명의 홈런 갯수로만 가뿐히 넘는다.
그리고 의미있는 것이 나머지 10명의 40홈런이다. 다른 팀의 경우에도 SK와 비슷한 수의 홈런타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게 홈런 1개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SK는 다르다. 김강민과 최승준이 1홈런을 기록하고 있고, 두 자릿 수 홈런 달성에 단 하나를 남겨놓은 이홍구를 포함해 8명의 선수가 이미 두 개 이상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컨디션만 찾는다면 빠르게 홈런을 추가할 수 있는 자원들도 많다.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이들 중 몇은 꾸준히 타석 수를 보장 받는 주전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누가 나가고, 누가 들어오든 '언제든지 홈런이 나올 수 있는' 라인업이 된다는 이야기다. 트레이드로 SK에 합류한 이홍구의 케이스가 가장 놀랍다. 이홍구는 40경기 80타석에도 불구하고 18안타 9홈런을 때려냈다. 안타의 절반이 홈런이다. 정진기 역시 41경기 95타석에서 6홈런을 뽑아냈다.
SK가 작년부터 거포 군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실제로 매 경기 홈런을 생산해내며 그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타자들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힐만 감독은 "홈런 타자가 한 명인 것과 많은 것은 확실히 다르다. 주변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을 덜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더 편하게 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내는 시너지 효과는 물론이고, 다른 선수들이 해결할 수 있다는 서로의 생각과 믿음이 또 다른 홈런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대니 워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선수단에 합류한 지 한달이 되지 않은 제이미 로맥에게도 홈런타자가 즐비한 SK는 흥미로운 분석 대상이었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로맥은 "워낙 인상깊은 선수들이 많아 얼리조 훈련에서 내가 치지 않더라도 가끔씩 어린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구경하기도 한다. SK의 미래가 밝은 것 같다"며 "특히 한동민이 상대팀의 약점 공략을 겪으면서 배워가는 중인 것 같다. 공도 잘 보기 시작하면서 볼넷을 얻어내는 것까지 좋아지고 있다. 김동엽의 힘도 대단하고, 정진기의 폼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무시무시한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SK의 홈런 수를 144경기로 환산했을 때 산술적으로 257홈런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KBO리그 최다 팀 홈런은 2003년 삼성 라이온즈가 기록하고 있던 213홈런이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넘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힐만 감독은 "야구에서 홈런 만큼 보는 이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고 SK의 홈런 행진에 흡족한 마음을 드러내며 "아마 팀 홈런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내 "홈런을 많이 치는 것도 좋지만,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게 가치가 있다. 기록을 깨도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한다면 그건 그저 기록일 뿐"이라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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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