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배우 설경구가 17년 만에 칸을 찾았다.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그의 데뷔 25년차 배우 인생에 새로운 자극을 안겼다.
25일(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마제스틱 호텔 해변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한국 취재진과 함께 하는 '불한당'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설경구와 전혜진, 김희원이 함께 해 지난 밤 '불한당'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던 소감들을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불한당'에서 범죄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 역을 맡아 더블 버튼 수트, 포마드를 바른 스타일리쉬한 비주얼로 주목받았던 설경구는 이날 인터뷰 현장에도 세련미 가득한 스타일로 나타나 현장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후한 멋을 살려주는 코와 턱의 수염도 ''불한당' 속 재호의 느낌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서'라고 귀띔했다.
설경구는 24일 오후 11시 팔레 드 페스티발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렸던 '불한당' 미드나잇 스크리닝 레드카펫과 공식 상영 당시를 회상했다.
"(기립박수) 5분을 목표로 했어요"라고 웃은 설경구는 "나중에 들어보니 7분을 넘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극장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서도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어요. 관객들의 얼굴을 보니 좀 흥분한 사람들도 있었고, 형식적인 박수도 있지만 저는 기립박수를 쳐 주는 그 표정들이 정말 고마웠죠. 특히 2층에 계신 분들은 더 눈에 띄더라고요, 마음이 뭉클했어요. 눈물 흘렸나고요? 조금 위험했었죠"라며 감격했던 마음을 떠올렸다.
'불한당'은 상영 후 7분여의 기립박수와 환호를 받았고,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으로부터 "너무나 성공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이었다"는 극찬의 주인공이 됐다.
17년 만에 찾은 칸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설경구는 '박하사탕'(2000, 감독부문), '오아시스'(2002, 국제영화비평가협회 특별초청작), '여행자'(2009, 비경쟁부문 특별상영)에 이어 '불한당'으로 네 번째 칸의 부름을 받았다. 실제 영화제에 참석한 것은 2000년 '박하사탕' 이후 처음이다. 칸을 다시 찾기까지 무려 17년의 시간이 지난 셈이다.
설경구는 배우들과 함께 했던 레드카펫에 대해서도 "(감독이 없는 상황이라) 제가 리드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앞에서 이끌어 주시는 분이 있어서 편하게 했죠. 자연스러우려고 노력했어요"라고 얘기했다. 실제 설경구와 배우들은 레드카펫과 상영 후 극장 안에서의 다양한 포즈로 더욱 열띤 환호를 이끌어냈다.
영화 속에서의 재호 캐릭터가 연기와 스타일 모든 면에서 호평 받으며 '섹시하다'는 평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섹시하다고요? 그 전에 너무 없었나봐"라고 너스레를 떤 설경구는 "편집감독님이 표현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제 모습을 보고) 신선하다는 얘기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가슴골과 팔뚝을 만들어달라고 했었죠. '록키'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이) 감옥 철창에 딱 붙어 있는 그 모습을 꼭 하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몸을 만들었고), 그게 보였다면 성공한 거죠"라고 말을 이었다.
설경구에게는 모든 것이 즐거웠던 현장이었다. "제가 원래 현장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현장에 가는 게 즐거웠다"고 애정을 전한 설경구는 "처음에는 베스트(조끼)에 더블 재킷 양복도 불편했는데, 옷 입는 장면도 좋아지고 현장에서 키스태프들이 움직이는 그 모습들이 좋았어요. 그들을 보면서 자극이 많이 됐죠"라고 '불한당'의 현장에 녹아들어갔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23일 출국해 26일 귀국까지, 3박 4일의 짧은 칸 일정을 마치고 귀국을 앞두고 있는 설경구는 "분명한 것은 이번 칸영화제가 배우 생활 하는 데 있어서 힘이 될 것이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촬영하면서도 자극을 많이 받았고, 칸에 와서도 그랬어요.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더라고요. 미드나잇 스크리닝이 끝나고 갔던 뒤풀이에서도 저희 영화를 본 관객 분이 흥분해서 들어오셔서 인사도 좀 하고 그랬어요.(웃음) 또 (임)시완이와 같이 길거리를 걸어가는 도중에도 젊은 친구들 무리가 저희를 알아보고 소리 지르고 가기도 하던걸요.(웃음)"
2000년 '박하사탕'으로 칸을 찾았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라는 말로 지난 17년의 시간을 정리했다. 설경구는 "'박하사탕' 때는 작은 극장에서 상영이 됐었거든요. 뤼미에르 메인관이 주는 긴장이 있었어요. 평생 영화를 하면서 이렇게 제일 큰 무대에 섰다는 게 제게는 정말 큰 경험이죠"라며 뿌듯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