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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롯데팬은 본전을 뽑았을까?

기사입력 2008.07.26 02:12 / 기사수정 2008.07.26 02:12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전국이 비에 잠겼던 날, 롯데가 다시 4위로 복귀했다. 

그러나 올 시즌 최초(구단 역사상 13년만)로 홈 관중 100만 시대를 열었던 이날 롯데와 한화의 경기시간은 불과 2시간 10분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경기를 계속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기 위해 보낸 30분을 제외하면 실제 경기시간은 더 줄어든다.



이날 경기는 정규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5회 말이 진행중이던 상황에서 폭우가 쏟아진 탓이다. 날씨 때문에 다른 구장들은 모두 경기가 취소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진행되었던 부산에도 뒤늦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30분을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우 콜드게임이 선언된 것이다.

이날 사직구장에 입장했던 1만 3154명은 본전을 뽑았을까 아니면 본전이 생각나는 날이었을까?

비록 5회까지만 진행된 콜드게임이었지만 정식으로 인정받는 경기였고 5회 초까지 5안타 1실점 했던 롯데 선발 장원준은 완투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정규이닝 9회를 모두 소화한 경기와 동일한 경기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중은 정규이닝을 치른 경기와 다르지 않은 경기를 관전한 것이 된다.

하지만, 왠지 개운치가 않다. 뭔가 그냥 돌아서기에 아쉬운 마음이 있다. 그렇다면, 조금 이기적으로 계산해보자.

사직구장의 입장료는 최고 1만 5천 원부터 최저 7천 원까지 한다. 가장 비싼 중앙지정석이 1만 5천 원이고 지정석은 1만원, 일반석은 7천원이다. 물론 군경과 청소년, 어린이는 별도의 할인이 있지만 편의상 일반석을 기준으로 따져보자.

정규이닝이 9이닝이니 7천원으로 계산하면 이닝당 777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5회까지 경기가 진행됐으니 3천8백8십8원짜리 경기가 되는 것이다. 그럴듯한가?

하지만, 다른 계산도 있다. 즉 삼성과 KIA가 15회까지 연장 혈투를 벌였던 7월 6일을 예로 들어보자. 대구구장의 입장료는 일반이 6천 원이다. 이닝 당으로 계산하면 666원이 나온다. 정규이닝에서 6인닝을 더하니 총 1만 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즉 6천 원 내고 1만 원어치의 경기를 관람한 것이다. 만일 양팀의 승부가 더 길어졌다면 관중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더 남는 경기가 됐을 것이다.

그와 달리 계산이 더욱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1박2일(또는 무박 2일)의 승부가 펼쳐졌던 6월 12일이 그렇다. 14회까지 진행된 이날 경기는 총 6시간 17분이 소요되었고 중간에 폭우로 중단되었던 시간을 제외하고도 5시간 22분 동안에 진행되었었다.

이날의 가치를 주판으로 튕겨볼 수 있을까? 아니다. 이승엽의 홈런볼에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듯이 이날의 경기도 그렇기 때문이다. 역사의 현장을 함께했다는 사실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세상일을 '무 자르듯이' 반듯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경기에는 산술적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기 내용이다. 명승부가 펼쳐지면 시간이 얼마가 걸렸든, 정규이닝을 소화했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는가가 최고의 가치다.

하지만, 가치라는 부분은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롯데팬들은 모처럼 타자들의 집중력을 지켜볼 수 있었기에 짧은 경기시간에도 불구하고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한화팬들은 충분히 역전이 가능했다고 생각하기에 비도 오고 경기도 짧게 끝나고 응원하던 팀도 지고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였을 것이다. 그래도 한화는 아직 3위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어 팬들로서도 마음의 여유가 있을듯하다. 한게임 졌다고 그리 억울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제 비가 그치고 나면 전국 4개 구장에서 다시 경기가 펼쳐질 것이다. 오늘도 각팀에서는 최상의 플레이를 펼쳐서 부디 관중으로 하여금 본전 뽑는 경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사진(C) 롯데 자이언츠]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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