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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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패했지만 값진 성과를 얻다

기사입력 2008.07.16 09:48 / 기사수정 2008.07.16 09:48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경기에 패했지만, 소득은 있었다.'





1위 독주체제를 유지하며 2008년에도 무난히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할 것으로 보였던 '비룡' SK 와이번스. 하지만, 두산의 묵묵하면서도 강인한 뒷심은 그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 두산의 유격수 이대수의 테마송 처럼 그야말로 '질풍 가도' 였다. 어느새 파죽의 8연승을 구가하며 1위 SK와의 승차를
-4.5로 줄였다.

SK와 두산은 어느새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라이벌로 수면 위에 오른 팀이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에서도 2패후 4연승을 달리며 SK의 우승으로 끝나긴 했지만, 시종일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명경기 들이었다. '빈볼 시비'로 양팀의 선수단이 극한 대치를 이루기도 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이른바 '태클 사건'으로 양팀 간의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며 '라이벌'다운 모습을 보였다.

15일의 두산의 승리로 어느새 올 시즌 두 팀 간의 성적은 6승 6패로 무게 추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이번 달 말까지 페넌트레이스가 진행되고, 8월 3일 올스타전과 올림픽 휴식기로 기나긴 휴가를 갖게 되기에 7월 말까지 두산의 파죽지세가 지속된다면 페넌트레이스 종반에는 누가 1위의 권좌를 차지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두산과의 잠실 3연전이 분수령이 될 것을 알았던 김성근 감독은 15일 첫 경기부터 에이스 김광현을 내세웠다. 김광현은 지난해에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하며 기대치에 밑도는 유망주로서 머물렀지만,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부터 살아나며 이번 올림픽대표팀 선발진에서도 2선발로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당시 한국시리즈 4차전에 깜짝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은 8이닝 동안 1안타만을 내주는 괴력 투로 두산의 타선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며 단 1실점도 허용치 않았다. 그 경기를 계기로 지금의 김광현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에도 여전히 두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기에 1,2위 간의 승차를 -6.5로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올 시즌 두산전에 4번 선발등판하여 27이닝 동안 단 4자책점만을 허용하며 평균자책점 1.33으로 3승1패의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승 1위(11승) 김광현도 두산의 기세는 막지 못했다. 2이닝 동안 5실점하며 무너졌다. 믿었던 벌떼 계투진들마저 무너지며 6회 말까지 7-2로 끌려갔다. 최근의 두산의 상승세는 허약한 선발진보다도 임태훈-이재우-김상현 등으로 대표되는 8개 구단 최고의 막강 불펜진의 활약이 그 원동력이었기에 SK로서는 뒤집기가 쉽지 않은 경기였다.

그러나 역시 SK는 SK였다. 7월의 대 부진으로 한풀 꺾이긴 했지만, 한때 팀타율 3할에 육박하던 그 화력이 다시 뿜어져 나왔다. 7회 초 그간 동면하고 있던 비룡이 승천했다. SK는 7회 선두 박경완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며 추격의 신호탄을 쐈고 뒤이은 나주환도 초구를 통타하며 우익수 앞 안타로 출루했다. 조동화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끝에 9구 만에 안타를 양산해내며 7,8,9번의 하위타선에서 3연속 안타를 만들어내는 괴력을 뽐냈다.

무사만루 찬스를 맞이한 SK는 호투하던 선발 '써니' 김선우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무사 만루의 황금 찬스. 게다가 1번 타자부터의 시작. 드디어 두산이 자랑하는 최강 불펜의 핵심 임태훈이 등장했다. 무사만루이긴 하지만 임태훈이라면 주자보다는 아웃카운트를 먼저 잡아 최소한의 점수로  이닝을 마무리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SK 타선을 쉽게 잠재울 수는 없었다. 정근우는 바뀐 투수 임태훈의 초구를 받아쳐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통타한 정근우의 노림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2번 타자 김강민 또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김재현아 삼진으로 물러나며 찬물을 끼얹는듯했으나 4번 타자에는 해결사 박재홍이 기다리고 있었다.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임태훈의 뒤를 이어 이재우가 등장했다. 이재우는 불펜으로만 나와 9승 1패를 기록하며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8개 구단 중 최고의 구위를 가진 셋업맨이었다. 그러나 이재우의 위력적인 공도 '리틀쿠바' 박재홍의 매서운 스윙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박재홍은 좌익선상 2루타로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며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7회 초에 5점을 따라가며 승부의 향방을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들었으나 8회 말 고영민의 출루와 도루로 만든 2사 2루의 찬스에서 김현수의 결승타로 아쉽게도 SK는 패배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의 패배는 SK에게 오히려 값진 성과가 될 수 있었다.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줄 수 있었지만, 끝까지 따라가며 승부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고, 비록 선발이었던 김선우가 주자를 모아놓고 마운드를 내려가긴 했지만, 7회 초의 5점은 최강 불펜진인 임태훈-이재우에게 뽑아낸 점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앞으로 가을에 더 중요한 경기에서 이들 '최강 불펜 듀오'와 맞부딪힐 일이 많은 SK로서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가장 재미있는 경기 스코어라는 케네디 스코어(8-7)로 아쉽게 경기를 내줬던 SK. 하지만, 패배보다 더한 값진 성과가 있었으니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볼 만하다. 살아난 비룡과 파죽지세의 곰. 앞으로 이 두 팀이 펼쳐나갈 무한 경쟁이 프로야구팬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SK가 이날의 패배를 보약 삼아 재도약 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C) 정근우 (SK 와이번스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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