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15 15:55 / 기사수정 2008.07.15 15:55
[엑스포츠뉴스=하완수]지난 주말 동안 벌어진 월드리그 2008 한국 대 쿠바 전은 생각을 할 때마다 아쉽고 안타까운 경기였다.
특히 일요일(13일) 경기는 분위기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매우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타내지 못한 경기라 더더욱 아쉬움이 컸다.
배구가 진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녁에 같이 배구를 하는 후배들을 만나서 맥주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다들 배구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순수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모이게 되면 앉으면서 배구 얘기를 시작해서 일어설 때까지 배구 얘기만 할 정도로 배구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배구전문가들도 울고 갈만한 이론가들이다. 또한,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다들 큰소리칠만한 실력까지 겸비한 친구들이라 그 시간이 항상 재미있다.
이 날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물론 오후에 치러진 월드리그 배구 얘기였고 자연스레 이날의 영웅이었던 문성민 얘기가 주된 화제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얘기를 나누었던 부분이 문성민이 통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문성민의 놀라운 점프력, 빠른 스윙을 얘기하는 부분이 많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하는 거였다. 문성민 정도의 점프와 스윙은 국내에서는 단연 최고의 능력을 가졌지만 우리와 상대했던 유럽과 남미팀의 경우 그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치를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데서 이것만으로는 문성민의 활약을 평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였다.
여타 팀과는 다른 '공격 타점'
먼저, 문성민의 점프가 과연 얼마나 될까? 월드리그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성민의 공격타점은 329cm로 우리가 보기에 문성민보다 김요한(335cm) 더 오히려 낮다고 나와있다. 좀 믿기진 않지만 전체 정황으로 봤을 때 공격높이가 현저히 높다는 부분은 잠시 뒤로 미뤄보기로 했다. 그 다음 방송에서 재방송하는 쿠바와의 시합을 녹화해서 빠르게 3번 정도 돌려봤다. 비디오를 반복해 보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문성민의 주 득점 루트인 백어택을 보면 쿠바나 러시아가 즐겨하는 백어택 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공격하는 공의 위치인데 외국팀들의 경우 거의 네트와 어택라인 사이에서 네트 쪽에 가까운 토스가 주로 이루어진다. 이는 자신들의 높이와 힘이 있기 때문에 날라 들어와서 높이로 승부를 겨루는 것이 훨씬 안정된 공격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성민의 백어택을 보면 최태웅 세터가 어택라인 뒤쪽으로까지 공을 엔드라인 쪽으로 많이 밀어낸다. 이럴 경우 공격시에 힘은 들지만 오히려 블로커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므로 자연스럽게 공격할 수 있는 각이 훨씬 더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쿠바와의 시합을 보면 문성민의 백어택의 거의 대부분이 대각선 방향으로 공격이 성공되는데 이는 물론 문성민의 빠른 스냅으로 인한 스피드도 장점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신체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최태웅 세터와 문성민 선수가 만들어진 하나의 팀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
쿠바팀의 경우도 여태껏 높이에서 내리찍는 공을 받는 수비에 익숙하다 보니 수비 포매이션이 대각선으로 치우치기보다는 반 크로스나 직선 쪽의 수비에 치중하다 네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긴 대각선 방향으로 스파이크가 계속 나오다 보니 리베로와 라이트위치의 수비수가 계속 자리가 겹쳐지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혹자는 문성민의 활약을 공격스텝을 자주 바꾸고 스윙을 빠르게 한다고 하지만 이는 세터의 토스가 어택라인보다 엔드라인 쪽으로 많이 밀릴 때 공을 맞춰 때리기 위한 스텝의 변화이지 다른 의미가 있는 스텝의 변화는 아니었다.
전위공격에서도 최태웅은 2단 토스를 할 때 절대 네트에 붙여주는 법이 없었다. 가끔 보면 쿠바팀의 백어택 공격 위치에 토스를 밀어줘서 우리 공격수들의 공격 각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토스를 구사해 문성민의 공격을 최대한 만들어 주고 있었다.
결국, 쿠바전의 문성민은 자신의 개인기로 인한 공격력을 마음껏 보여주었지만 절반은 외국팀의 높이와 힘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만들어낸 최태웅 세터와 합작한 팀플레이의 성과였다 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러시아와의 원정 2연전이면 월드리그도 마무리하게 된다. 부디 남은 시간 동안 전력을 잘 추슬러 마지막 시합에서는 꼭 1승을 거둬서 우리 배구팬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 줄 좋은 소식을 기대해본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김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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