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11 09:55 / 기사수정 2008.07.11 09:55
선수가 은퇴를 결심하게 되면 팀은 예우를 갖춰야 한다. 지난날의 수고를 위로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 선수로서 인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가 더 크다. 팬들로서도 선수의 초라한 뒷모습이 아닌 화려한 퇴장으로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그를 지켜보는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어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쓸쓸하지 않고 화려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게 화려한 퇴장의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은 없다. 그가 에이스로 활약했던 현대 유니콘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의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 히어로즈에서는 선수로서 뛴 적도 없다. 그가 지난 몇 개월간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기아 타이거스에는 선수로서 보여준 활약이 없기에 염치가 없다. 자신으로서도 이렇게 떠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팬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역할을 누가 맡아야 할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렇다면, KBO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날이 개인만의 기록이거나 소속팀만의 가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획을 그었던 그였기에 KBO가 그의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 아니 차제에 합동 은퇴식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그 시기와 장소는 올스타전이 좋겠다. 별들의 축제와 더불어 별들의 은퇴식을 함께하는 것이다. 마침 장종훈의 전례도 있다.
부디 야구 팬들에게 정민태의 쓸쓸한 뒷모습이 아니라 화려한 퇴장으로 기억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프로야구의 세계가 경쟁만 있는 곳이 아니라 훈훈한 사람들의 정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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