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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Jumper!] 결코 늦지 않은 20살, 여자수영 정슬기

기사입력 2008.07.05 00:23 / 기사수정 2010.07.27 15:2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대한민국이 올림픽에 출전해서 거둔 성적들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일관되게 나타나는 점은 바로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에서 극히 부진한 성적을 냈던 것이다. 

가장 많은 메달수가 걸려있는 육상과 수영에서 부진해 이 종목에 대한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은 도저히 없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왔지만 그러한 우려를 종식시키고 한국수영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이 유력시 되는 남자수영의 대들보 박태환(19, 단국대)의 등장은 한국의 수영 계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흥분케 만들었다.

박태환이란 이름으로 대변되는 한국 수영 계에 또 다른 메달 유망주가 태릉선수촌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최고의 여자수영선수로 불리는 정슬기(20, 연세대)는 여자 평영 200m 부분에서 한국여자수영 역사상 최초의 메달획득에 도전하고 있다.


잔병이 많고 유달리 허약했던 소녀가 선택한 것은 수영

많은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 유달리 어린 시절에 몸이 약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답변하는 이들이 많다. 정슬기 역시 그런 사연으로 운동을 시작한 케이스였고 잔병이 많고 허약한 몸을 강화시키기 위해 시작한 수영은 곧 자신의 인생이 되고 말았다.

처음으로 찾은 수영장 풀은 낯설지 않았고 유난히 물 속에 있는 것이 좋았다. 곧잘 수영을 잘 터득해 나가던 정슬기는 이내 주변으로부터 수영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며 초등학교 시절에 참가한 대회에서 줄곧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영에 남다른 재능이 있음을 깨달은 정슬기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본격적인 수영선수로서의 길을 내딛었다. 그때지만 해도 예전처럼 적당하게 훈련만 하면서 대회에만 참가하면 될 줄 알았던 어린 정슬기는 이내 혹독한 훈련을 접하게 되었고 이때까지 알고 있었던 수영이 그저 재미있는 물놀이가 아니라 가장 힘든 훈련을 요하는 종목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것을 일반적인 지면이 아닌 높은 수압을 가진 물속에서 해야 한다는 점이 너무나 힘들었었다. 물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훈련으로 인해 체력과 정신적으로 견딜 수가 없어서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컸었지만 그래도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고 몇 초식 기록을 단축시켜나가는 쾌감은 너무나 짜릿했다.

그리고 정슬기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게 되었는데 이때 나이는 겨우 14세였다. 대한수영연맹에서도 정슬기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성장해가던 정슬기는 2년 후인 2004 아테네올림픽에도 국가대표로 참가하게 되었다.

한국여자수영이 세계기록에 근접해 간 것은 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서 정슬기가 유일하다. 정슬기가 국제적인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2006년 3월 달에 벌어진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부터이다.

자신의 주 종목을 평영으로 선택한 정슬기는 이 대회 여자평영 200m 부분에서 2분 29초 70의 기록을 세우며 3위에 입상했다. 그리고 5개월 뒤에 벌어진 2006 범태평양수영대회에서는 기록을 2초 단축시키며 2분 27초 09로 또다시 3위권에 진입했다.

선수들에 따라서 1초를 줄이는 데에도 오랜 기간이 필요한 종목이 바로 수영이다. 그러나 정슬기는 5개월 만에 2초를 단축시키는 저력을 보여주며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승세를 보인 정슬기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당연히 금메달 후보로 점쳐졌지만 갑자기 주변에서 쏟아지는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자신의 최고기록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여자평영 200m에서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정슬기는 여기에서 주저하지 않고 다시 기록 단축을 위해 혹독한 훈련을 이겨나갔다. 그리고 2007년 8월에 벌어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정슬기는 지금까지 수영선수를 시작했던 이래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정슬기는 이 대회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자 평영 200m 한국 신기록을 무려 3초나 단축시키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정슬기가 거둔 기록은 2분 24초 67이었다.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순간이었고 여자평영 세계랭킹 3위인 일본의 다무라 나나카를 제치고 거둔 성과이기도 했다.

지금도 본인의 평영 200m 최고 기록인 2분 24초 67은 세계 6위권에 진입하는 기록이며 이 부분 세계챔피언인 레이절 존스의 최고 기록인 2분 20초 54와는 4초의 차이가 나는 기록이기도 하다.

비록 세계기록과 4초 이상의 간격을 보이고 있지만 존스 이외에 순위권을 다투는 선수들과 불과 1초간격의 비등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정슬기의 메달 권 진입은 한층 현실적으로 다가오지만 올림픽 메달 권에 진입하기 위해서 정슬기가 극복해야할 부분은 체력과 파워의 보강에 있다. 또한, 정신적인 부담감을 떨쳐내고 얼마나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는 점도 중요한 요소이다.

정슬기는 정신적인 부담으로 인해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도하아시안게임의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때의 착오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정슬기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오전에 5000~6000m, 그리고 오후에 7000m를 왕복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물밖에 나오면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으로 물속에 있을 때와는 다른 훈련을 소화해낸다.

여자수영선수로선 많은 20세, 그러나 베이징뿐만이 아니라 런던까지 바라본다

하루 종일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훈련이 너무나 힘들고 20살의 나이에 즐길 수 있는 다른 유희들을 모두 버리고 수영에만 전념한다는 것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정슬기는 ‘기록 단축’이란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고된 훈련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올림픽은 기록 단축도 중요하지만 선두 쟁탈전을 벌이는 고도의 두뇌싸움이 큰 변수로 작용한다. 최종 결승전에서 최상의 체력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가지기 위해 정슬기는 예선전부터 힘을 적절히 배분해가면서 차곡차곡 결선에까지 오르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정슬기는 여자수영선수로서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20살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특히, 41세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복귀하는 미국의 다라 토레스같은 사연도 있지만 선수 층이 얇고 환경이 그리 좋지 못한 한국의 경우는, 여자선수들이 외국에 비해 조기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슬기는 20대 중반까지 계속 수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바로 2분 20초대에 이르는 기록 단축에 대한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4초를 단축하는데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끝끝내 이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정슬기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넘어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마음이 가 있는 상태이다.

20살의 나이로 현재 여자수영국가대표 최고참이 된 정슬기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자신이 발전되어나갈 가능성의 길은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정슬기는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선수 중 한명이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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