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3차례의 평가전을 치른 국가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 주전 경쟁을 통한 전력 강화와 한층 두터워진 선수층, 점점 살아나기 시작하는 조직력 등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에 수비 불안 등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번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정경호의 팀내 입지 강화, 박규선의 눈부신 활약, 김진규의 A매치 데뷔골 등등, 여러 형태의 좋은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전지훈련 3경기를 포함하여 그동안 A매치 55번 출전했던 한 선수의 반가운 복귀로, 한국 전력이 강해지는 계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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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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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대한축구협회 |
작년 8월 초, 올림픽대표팀(와일드카드 자격) 연습 경기 도중에 오른발 등뼈 부상을 당하여 4~5개월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진공 청소기' 김남일(28). 작년 FA컵에서 긴 부상을 털고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작년 여름 아시안컵 이후 국가대표팀에 합류하여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김남일에게 있어 이번 미국 전지훈련은, 긴 부상으로 떨어진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3차례의 평가전을 가진 미국 전지훈련에서 부상 이전처럼 맹활약 펼치지 미지수 였다. 만약 부진했다면, 김두현이나 김상식 등에게 향후 주전 자리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었다.
김남일은 미국 전지훈련을 통하여 예전의 기량을 되찾아, 공수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펼쳤다. 특히 마지막 평가전인 스웨덴전에서는 미드필드진 장악과 중앙 공격력을 점점 높이며,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이번 미국 전지훈련을 통하여 한국의 중원을 이끄는 대들보로 자리 잡았다.
이쯤에서 3년전 이었던 2002년 초에 미국에서 벌어진 골드컵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초청팀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 중에 김남일이 포함 되었다. 김남일은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회 BEST 11에 선정 되었다.
당시 한국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결정적인 패스미스 등으로 '카드캡터 상식'으로 불린 김상식과 함께 많은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골드컵을 통하여 팀 내에서의 입지가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여러 경기에서 제 몫을 다한 뒤,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공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02년 초에 미국에서 벌어진 골드컵을 통하여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면, 2005년 초에 미국에서 벌어진 전지훈련에서는 멋진 국가대표팀 복귀전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좋은 활약 펼쳤다. 골드컵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전지훈련 이후에 더 좋은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희망을 얻었다. 2005년에 벌어질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선전을 공헌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의 김남일과 2005년의 김남일은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2005년의 김남일은 2002년의 김남일보다 더 진화된 모습 그 자체다. 상대팀 선수를 놓치지 않고 악착같이 공격을 봉쇄하려는 수비력이 뛰어난 것이 기존에 크게 부각된 장점 이었다. 이제는 패싱력이 예전보다 날카롭고 경기 운영하는 시야와 판단력이 눈에 띄게 향상 되었다. 중원에서 팀의 공수를 높이는 믿음직스러운 존재로 변화했다.
국가대표팀은 2002년초 골드컵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선전을 대비했다. 마찬가지로, 2005년초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선전을 대비했다. 2005년을 맞이한 국가대표팀의 최대 목표는 월드컵 본선 6회 연속 진출이다.
김남일은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룩한 주역들 중에 한명이다. 그리고 최소 6번의 경기를 치를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에서도 한국의 월드컵 본선 6회 연속 진출을 이끌 것이다. 미국 전지훈련에서의 맹활약으로 팀 내 입지가 축소되지 않았다. 앞으로 큰 부상을 당하지 않거나 특별히 슬럼프에 빠지지 않으면, 향후 붙박이 주전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한때 아시아 축구 강국이 아닌 베트남과 몰디브 등에게 고전을 면치 못할 정도로,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마저 쉽게 장담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작년 12월 19일에 강호 독일을 상대로 3:1의 승리를 거두고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미국 전지훈련에서는 전력 강화 및 두터워진 선수층 등에 효과를 봤다.
한국은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선전에 이어,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 중심에는 김남일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다. 이제는 김남일이 국가대표팀의 중원에서,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게 될 것이다.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