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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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댄 나의 챔피언] U-18, '순수한 열정에 취한 90분'

기사입력 2008.06.30 03:14 / 기사수정 2008.06.30 03:1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각 프로 구단 산하의 고등학교 팀들이 참가해 다섯 달간 치열한 레이스를 펼친, U-18리그. 그 뜨거웠던 열전도 벌써 4강전에 진입했는데요. 지난 28일, 성남 제1종합운동장 보조 구장에서는 중부 1위 팀인 풍생고등학교와 남부 2위 팀인 울산 현대고등학교의 4강전이 벌어졌습니다.

리그를 치르는 동안, 중부는 풍생고(성남)와 동북고(서울)의 기 싸움이 팽팽히 지속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U-18리그가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축구 명문으로 이름을 날리던 두 팀이었으니까요. 다른 두 팀인 매탄고(수원)와 대건고(인천)는 올해 창단한 팀으로 아직 채 다듬어지지 않은 채 리그에 참가해야 했습니다. 매탄은 부상과 규정에 의해 1학년에 재학 중인 9명만 출전하는 경기도 허다했습니다.

당연히, 동북과 풍생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죠. 중부에서 그렇게 두 팀이 선두자리를 놓고 다투는 동안 남부에서는 이변 아닌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올해 선수 구성이 좋다고 소문났던 포철공고(포항)가 3위로 내려앉은 것인데요. 그 바로 위에는 현대고(울산) 그리고 또 한 단계 위에는 광양제철고(전남)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거리가 먼 관계로 남부 경기는 한 경기도 챙겨보지 못했던 터라 그 두 팀의 실력이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기자와 가벼운 대화를 나눈 풍생고 선수들은 긴장보다는 ‘진짜 강한’ 상대와 시합을 치른다는 기대에 들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낮게 깔린 먹구름 아래로 후텁지근한 공기가 가득 차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절로 흘러내렸습니다. 천연 잔디보다 쉽게 열을 흡수하는 인조 잔디는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후끈거리더군요. 바라보기만 해도 덥고, 보는 내가 지치는 데도 양 팀 선수들은 주심의 휘슬소리가 울리자마자 공에만 집중하며, 서로 몸을 맞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들 머릿속에는 ‘승리’라는 단 하나의 단어가 들어있는 듯하더군요. 

기세는 생각보다 빨리, 현대고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풍생고 진영을 무서울 정도로 누비기 시작한 현대고는 짧고 빠르게 이어지는 전진 패스를 무기로 풍생고를 괴롭혔습니다. 이정민과 2학년 한상현으로 이뤄진 풍생고의 중앙 수비는 파도처럼 밀려들어 오는 현대고의 공격을 침착하게 걷어내며 현대고의 파상공세에서 자신들의 골문을 지켜냈습니다. 그러나 쉬지 않고 몰아치던 전반 12분 결국 현대고는 영의 균형을 깨뜨리고야 말았죠. 



풍생고의 골키퍼 이민우가 수비수로부터 온 백패스를 잡지 못했고, 현대고의 곽정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을 그대로 골문에 밀어 넣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풍생고는 전반 25분 홍철의 만회골로 다시 균형을 맞췄습니다.

본부석을 기준으로 첨예하게 갈린 양 팀의 응원석은 비록 학부형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열기만큼은 여느 국가대표 경기에도 못지않았습니다. 현대고의 학부모들은 먼 원정 길에도 불구하고 현대고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며 어린 선수들의 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어린 선수들에겐 그런 외침이 최고의 응원이겠죠.

응원에 힘을 얻은 듯 1대1, 팽팽한 균형은 후반 시작 5분 만에 현대고의 역전골로 다시 그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첫 골을 넣었던 곽정술이 두 번째 골을 터트리며 다시 주도권을 현대고로 가져갔습니다. 기세를 몰아 계속해서 추가골을 노리던 현대고는 후반 45분 곽정술이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승리를 자축했죠. 곽정술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이긴 현대고는 물론이고 풍생고 또한 고등학생답지 않은 좋은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승리를 거둔 현대고는 빠른 발을 주축으로 한 전진 패스는 물론, 상대 공격을 한발 먼저 앞서 차단해 내는 부지런함까지 갖추며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해 나갔습니다. 저게 고등학생의 플레이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놀라운 플레이였습니다. 풍생고 또한 정규 리그 12경기 18골이라는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지닌 김덕일과, 이 날 풍생고의 유일한 골을 터트린 홍철 또한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현대고의 공격을 차단해 내고 자신들의 기회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들에게 프로 선수들의 노련함은 없었지만, 그보다 나은 승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그 들의 90분을 채워나갔습니다. 상대의 몸싸움에 억지스럽게 넘어져 파울을 유도하지도 않았고 투박한 몸싸움으로 상대를 다치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을 가지고 상대를 이기고자 했죠. 그 안에서 뛰고 있는 스물두 명의 어린 선수들이 너무나도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풍생고는 U-18리그를 뒤로하고 다음 대회인 백록기를 준비해야 하고, 현대고는 동북을 꺾고 결승에 올라온 광양 제철고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결승전을 치러야합니다. 현대고로선 조별 예선에서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던 제철고와의 경기인지라 그 각오가 더 남다릅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이제 달라졌지만, 이 어린 선수들이 보여줬던 승리를 위한 열정만은 변하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프로에서 혹은 내셔널리그에서라도 다시 만난다면 지금 보여줬던 그 순수함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또한 바라봅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정화되는 듯한 그 순수한 열정을 말이죠.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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