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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08 결산] 네덜란드, '월드컵'을 향해

기사입력 2008.06.30 02:14 / 기사수정 2008.06.30 02:14

이재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재호 기자] 네덜란드는 유로 2008 조별리그 3경기에서 9득점 1실점이라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마르코 반 바스텐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대회 직전 다크호스라는 평가에서 조별리그가 종료된 후 단숨에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었으나, 결국 히딩크의 러시아에 무너지면서 유럽 제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반 바스텐은 대표팀을 떠나 네덜란드 리그 팀인 아약스를 맡아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게 되었고, 이제부터의 네덜란드는 지난 시즌까지 이천수의 소속 구단, 또한 송종국이 몸담았던 구단으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페예노르트의 감독을 맡았던 반 마르바이크 감독이 이끌게 된다.

비록 유로 88 이후 20 년만의 정상 등극에는 실패하였지만, 유로 2008을 통해 네덜란드가 얻은 수확은 적지 않다. 물론, 과제도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게 될 2010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교훈을 잘 살려야 할 것이다.

수확 : 미드필더의 확보

필립 코쿠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던 미드필더를 잃어버린 후, 네덜란드는 오랜 기간, 이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시험을 거듭했다.

네덜란드는 유로 예선과 본선 무대에 걸쳐 이 자리에 적합한 인물을 세 명이나 발굴해 내는 데 성공했다. 먼저, 트벤테 소속의 올란도 엥헬라르. 대체로 제공권에 약점을 보이는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그는 큰 키를 이용해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꽤 좋은 볼 테크닉의 소유자로서, 늦깎이 스타가 된 감이 없진 않지만, 앞으로 네덜란드 중원의 귀중한 인재가 될 선수라고 할 수 있다.

AZ소속의 데미 데 제우는 비록 본선무대에서는 니헬 데 용에 밀려 출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예선 무대에서는 네덜란드의 본선 진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미드필더. 뛰어난 볼 차단 능력과 더불어 배급력도 겸비한, 솜씨 좋은 미드필더이다.

무엇보다도 네덜란드의 가장 큰 수확은 니헬 데 용일 것이다. 실력에 비해 지나칠 만큼 대표팀과는 악연이 계속되었던 데 용은 이번 대회에서 드디어 대표팀과의 오랜 악연을 털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특히 제공권이 좋은 엥헬라르와 폭 넓은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 공에 대한 강한 집중력을 겸비한 데 용의 중앙 미드필드 라인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심지어 네덜란드가 맥없이 패한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도 데 용의 활약은 돋보였다.

과제 : 중앙 수비라인

데 용의 활약은 네덜란드에 기쁜 소식이었지만, 바꿔 말하면 데 용이 그렇게까지 활약해야 했던 까닭은 네덜란드의 중앙 수비진이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수비 불안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요리스 마타이센은 예선전에서도 가끔 보여주었던 부진을 본선에서는 대회 내내 보여주었다. 팀 전체적으로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던 예선전에서도 그는 종종 마크를 놓치거나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는 등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대회 예선에서 보인 불안한 모습에도 그에게 신뢰를 주었던 반 바스텐 감독의 믿음을 저버렸다.

욘 헤이팅아는 지난 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 손꼽히는 중앙 수비수였지만, 오른쪽 수비수로 교체투입되었던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의 자신의 활약은 잊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 안드레 오이에르는 벌써 33세. 현재의 기량도 쇠퇴기에 접어든 데다가 2년 후의 월드컵을 생각하면 오이에르는 전력 외로 분류하여야 할 것이다.

비록 헤이팅아가 러시아전에서는 부진했으나 이 경기에서 그는 측면 수비수로 기용되었었고, 루마니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보여주었던 헤이팅아-보우마 라인은 오히려 본래의 주전 멤버였던 마타이센-오이에르보다 훨씬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다.

네덜란드로서는 다가올 월드컵에서 헤이팅아를 축으로 보우마, 혹은 제3의 센터백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변수 : 셰도르프의 복귀?

셰도르프는 유로 개막 1달여를 남겨두고 대표팀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그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다. 셰도르프는 반 바스텐 밑에서는 뛸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반 마르바이크 감독의 임기가 시작되는 유로 2008 이후에 대표팀에 복귀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과연 셰도르프의 복귀는 네덜란드에 필요한가?' 라는 의문을 품게 하지만 분명 한것은 셰도르프가 네덜란드가 보유하고 있는 굴지의 미드필더라는 것이다. 그의 클럽 커리어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와 AC밀란, 두 클럽에서 들어올린 트로피만 해도 상당한 만큼, 그의 원래 실력 자체는 의심할 바 없다. 그러나 셰도르프가 대표팀에 돌아오는 것은 네덜란드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화근이 될 수도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그가 대표팀에서 보여준 능력이다. 분명 클럽에서는 좋은 활약으로 많은 트로피를 거머쥐었지만,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셰도르프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두 번째, 팀 내부의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지금까지 셰도르프는 네덜란드 대표팀 내부에서도 주전 보장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다. 대표팀에 복귀해서 또 다시 이런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팀 분위기의 저해와 함께 동료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 나이의 문제이다. 그의 현재 연령은 32세. 월드컵이 열리는 2010년이 되면 34세가 된다. 그의 포지션인 미드필드에는 굳이 셰도르프가 아니더라도 스나이더, 반 더 바르트, 아펠라이 등 젊은 자원들이 수없이 많다. 게다가 최근 그는 클럽에서도 예전만 못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에 승선할 만한 기량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 2008'에서 여러 팀이 보여주었듯이, 적절한 세대교체가 따르지 못한 팀은 대부분 실패를 맛보았다. 최근 축구가 스피드, 체력을 중요시하면서 특히 나이가 든 베테랑 선수들의 입지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무조건 적인 세대교체보다는 적절한 신구조화가 더 바람직하겠지만, 적어도 네덜란드가 32세의 셰도르프를 필요로 할 정도로 인재가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

유로 2008은 끝났지만, 네덜란드는 반 마르바이크라는 새로운 사령탑을 맞아 2010년 월드컵을 향해 다시 출발할 것이다. 2년 후 열릴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가 그간의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을 털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월드컵을 향한 그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C = 유로 2008 공식 홈페이지]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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