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16 18:23 / 기사수정 2008.06.16 18:23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⑧ (최종회)
'심판', 풀리지 않는 K-리그의 숙제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이번 시즌부터 K-리그는 심판들의 경기 진행에 큰 변화를 주었다. 최대한 파울을 불지 않고 경기가 계속 이어지는 데 중점을 뒀고 불필요한 경기 지연 행위에 대해선 가차없이 경고를 줬다. 특히 지연된 시간은 철저하게 추가 시간에 적용시키면서 후반전 추가 시간이 7~8분씩 주어지는 것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경기의 실제 플레이 시간(APT, Actual Playing Time)이 대폭 늘어났고 경기당 파울 개수도 33.8개로 지난해 39.9개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자연히 경기당 득점도 2.7골로 지난해 2.3골보다 늘어났다. K-리그의 대명사(?)였던 0:0 경기는 전반기 내내 컵대회 포함 5번에 불과했다.
골이 많이 터지고 경기가 재미있어지니 관중 수도 늘어났다. 전반기 총 관중 수는 137만 6273명으로 경기당 1만 3107명의 관중이 들면서 지난해 대비 21.2%가 상승했다. 사상 최초의 300만 관중도 기대되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 등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인해 빠른 전개의 축구에 익숙해진 축구팬들의 눈높이에 다가가기 위한 K-리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개선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한 심판 판정 문제
한국 축구에서 국가대표팀의 골결정력만큼이나 풀리지 않는 숙제가 바로 K-리그의 심판 문제이다.
경남FC와 FC서울의 리그 7라운드, 전반 17분 김은중(FC서울)의 선취골에 대해 김정식 부심이 오프사이드기를 올렸다. 서울 선수들은 부심에게 항의했고 부심에게 상황 설명을 들은 유선호 주심은 심판진 합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서울의 득점을 인정했다. 그러자 부심이 기를 올린 것을 보고 노골이라 생각했던 경남 선수들과 조광래 감독은 거칠게 항의했고 이 상황이 무려 38분 동안 지속되었다.
주말 오후 모처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그 긴 시간 동안 축구 경기가 아닌 심판이 조광래 감독을 달래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했다. 유선호 주심은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경기 진행을 방해하며 항의를 계속하는 감독과 선수에게 즉시 퇴장을 명령하거나 경고를 줌으로써 상황을 진정시키고 경기가 계속되도록 했어야 했다.
같은 날 열린 부산과 포항과의 경기. 후반 8분, 포항의 최효진에게 파울을 당한 안정환이 뒤엉켜 넘어지는 과정에서 최효진의 급소를 의도된 발길질로 걷어찼다. 안정환의 행동을 보복 행위로 간주한 이상용 주심은 퇴장을 명령했다. 그러나 그 타이밍이 문제였다.
이상용 주심은 파울이 일어난 그 순간에는 안정환에게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정환에게 왜 경고를 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포항의 조성환에게 '아주 빠른 속도로' 경고를 주었다. 한 차례 술렁이던 분위기가 정리된 상황에서 부산의 프리킥으로 경기가 진행되려는 찰라, 갑자기 주심은 안정환을 부르더니 '생뚱맞게' 그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사실 판정 자체는 모두 정당했지만 판정을 내리는 순서는 완전 뒤죽박죽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서 이상용 주심의 경기 진행은 너무나 미숙했고 경기를 보는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과 코치진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경고와 퇴장에 도저히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원 삼성과 대구 FC의 리그 9라운드에서 주심은 후반 5분 수원 곽희주의 헤딩골을 노골로 선언했다. 곽희주가 골을 넣는 과정에서 핸들링을 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 핸들링은 대구 수비수가 범한 것이었다. 그리고 주심은 후반 33분, 별거 아닌 몸싸움에 수원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명백한 보상 판정이었다.
수원과의 리그 11라운드에서 포항의 조성환은 오프사이드 판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상의를 벗어 던지며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플레이 상황이 일주일 전 FA컵 32강전 FC서울과 고양KB의 경기에서 일어났다. 그때 당시 부심은 이에 대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었다. 또한, 그 부심은 심지어 코너킥 상황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는 어이없는 판정을 내렸다.이러한 심판들의 들쭉날쭉한 판정과 프로 심판답지 못한 경기진행은 선수와 지도자에게 불신을 심어줬고 팬들에겐 큰 실망감을 안겼다.
선수와 지도자의 태도
심판 판정에도 문제가 있지만, 선수와 지도자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언급한 조광래 감독이나 조성환의 지나친 항의는 팬들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심판 판정은 기본적으로 항의한다고 해서 번복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오심이라 해도 말이다. 문제가 있다면 경기가 끝나고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항명을 하면 된다. 유럽축구리그에서도 선수와 감독이 항의를 하지만 결코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이어가지는 않는다.
물론 심판의 판정과 경기진행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그렇더라도 선수와 지도자가 심판을 믿어주지 않으면 심판은 권위를 잃게 되고 이는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고 볼 수 있겠지만 선수와 지도자가 먼저 심판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갖추지 않는다면 심판도 자신 있고 소신있는 판정을 내리지 못한다. 외국 심판을 선임했던 경우 선수들의 항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던 점은 언어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외국 심판은 다를 것'이란 신뢰감 때문일 수도 있다.
선수들은 마치 심판이 올바른 판정을 내리지 못하면 옷을 벗어 던지고 화를 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선수들이 실수를 해서 골을 내주듯이 심판도 실수를 할 수 있다. 설사 오심이 나더라도 선수들은 단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그것을 뒤집은 정당한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팬들이 바라는 것이지, 오심 자체를 직접 뒤집어 주기까지 바라는 팬은 별로 없다. 이런 행위들은 축구 경기 규칙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선수들과 감독들은 이런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는것 같다.
앞으로 이런 행위에 대해서 연맹은 일관적이고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불필요한 항의시에 바로 퇴장, 퇴장에 반항하는 비신사적 행위에는 추가로 출장 정지 징계 등 규격화된 규정이 있어야 한다. 지금 같이 들쭉날쭉 하는 판정이나 징계에는 문제가 있다. 똑같이 옷을 집어던진 방승환은 1년 출장정지이고 조성환은 6경기 출장 정지라는 것에 팬들은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심판 교육과 처우개선 문제
연맹과 협회에서도 심판 교육과 처우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K-리그의 팀 예산에 비춰볼 때 K-리그 한 경기에는 억대의 자본이 투입된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 하나가 수억 원이 투입된 K-리그 경기의 질과 상품성을 한순간에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럼에도, 심판 교육 및 재교육에 대해서 인식의 전환 및 투자와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몇 번의 세미나와 연수만으로 심판들의 기량이 개선될 수 있을까? 심판진의 지속적인 훈련과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심판들은 심판만 해서는 생계가 유지될 수 없을 만큼의 보수를 받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심판들의 사기도 진작되지 않고 그들 스스로 심판으로서의 기량을 높이는 것에도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판 교육 및 처우 개선에 훨씬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근본적인 심판 문제를 해결하고 '경기의 질'을 높여 K-리그가 매력적인 상품으로 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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