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16 13:36 / 기사수정 2008.06.16 13:36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6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FC도쿄의 친선경기.
이날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지난해 K-리그 득점왕 까보레의 페널티킥도, 초대가수 마야의 립싱크도, 월드컵 예선을 마치고 하루 만에 돌아온 박주영과 이청용이 하프 타임에 가진 깜짝 인사도 아니었다.
바로 경기시작 전 오세훈 서울 시장의 등장이었다.
서울시와 FC서울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친선 경기에 오세훈 시장은 경기 시작 전 서울 시민들과 팬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인사말 전문을 낭독하는 내내 FC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은 나팔소리와 함께 과격한 야유를 보냈다.
오세훈 시장이 시축을 끝내고 그라운드에서 빠져나올 때까지도 팬들의 야유는 계속됐다. 영문을 모르는 한 서울 시민은 서포터즈의 태도에 대해 '시장이 한나라당이라 저래?'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사실, 이 야유에는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서울시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서울시 홍보를 위한 경기장 광고와 스폰서 명목으로 3년간 매년 25억 원을 지원할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팬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었다.
서울에는 K-리그의 FC서울 뿐 아니라 N-리그의 노원험멜, K3의 서울 유나이티드와 서울파발FC 등 4개의 축구 구단이 있다.
이 중 서울시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팀은 하나도 없다.
FC서울은 서울 입성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 건립 부담금으로 75억 원을 냈으며, 지난해에도 관람사용료(전체 입장 수익의 13%) 등 경기장 사용료로만 입장수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억 원을 냈다. 2004년부터 따져본다면 약 30억 원을 서울시에 냈다.
프로구단에게 중요한 수입원이 될 수 있는 경기장 관련 부대이익 사업권 역시 서울시가 갖고 있다. 해외의 경우 구단이 구장을 소유하거나 장기 임대해 경기가 없는 날에도 구단 수익 사업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현행법상 프로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할 시 이를 '비업무용 부동산'로 간주하여 엄청난 세금을 물게 하기 때문에 구단으로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FC서울의 홈이면서도 그들만의 경기장일 수 없는 아이러니에 놓여 있는 것이다.
K3 서울 유나이티드는 기업형 구단이 아닌 '서울의 시민구단'이란 기치를 걸고 창단되었지만 서울시는 이들과 서울 연고 협약조차 맺어주지 않고 있다. 서울 유나이티드는 잠실 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리그로 승격할 경우, 75억 원의 서울월드컵경기장 건립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는 재정적으로 열약한 시민구단에겐 너무 큰 부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이던 2005년에도 서울시는 전통의 실업 축구팀이었던 서울시청을 일방적으로 해체한 적이 있다.
이렇듯 서울시는 연고 구단의 연고 정착을 위한 배려나 지원을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 해외 구단에 무려 75억 원의 외화를 홍보비로 사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팬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노인 복지 문제에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서울시가 해외 축구팀 홍보에 거액을 사용하는 것도 블랙 코미디지만, 프로축구를 하나의 산업이나 문화로 보지 못하고 전시 행정의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에 축구팬들은 더욱 분노를 느끼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 축구팀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겨우 인사말과 시축 밖에 없단 말인가?
이날 오세훈 시장의 모습은 전반전이 끝난 뒤엔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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