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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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의 성공적인 용병술과 전략?

기사입력 2008.06.08 01:53 / 기사수정 2008.06.08 01:53

장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준영] 31일 경기에서 대한민국(이하 한국)은 다 이긴 경기를 상대방에게 수비 뒷공간을 허용하며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7일 요르단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수비 뒷공간을 허용하고 상대방의 슛이 골대를 맞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탄력적으로 경기 운영을 하며, 원정경기에서 귀중한 1승을 거뒀다.

전반 4-2-1-3 : 무엇을 노린 포메이션?
한국은 전반 포백 수비 위에 두 명의 홀딩 미드필드와 공격형 미드필드를 세우는 변형 4-3-3 전술을 선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드로 출전한 박지성이 활발히 움직이며 볼 점유율을 높였다. 정작 위협적인 플레이는 김남일의 패스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박지성은 볼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볼 점유율만 높았을 뿐이다. 양 날개로 출전한 이근호와 설기현은 스위칭 플레이 한번 없이 자신의 위치를 고수했다. 이근호는 김남일의 전진 패스를 받아 박주영에게 위협적인 패스 연결을 하는 등 부지런한 모습을 선보였지만 설기현은 무기력한 모습을 선보인 끝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가 되었다. 차라리 박지성을 윙으로 기용하고 공격형 미드필드 자리에 패싱력이 좋은 안정환이나 김두현을 투입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전반전이었다.

한국은 공격수도 아닌 윙백 오범석의 돌파에 의해 얻은 페널티킥을 박주영이 성공하게 하며 1대 0으로 앞서 나갔다. 지난 경기에 이어 공격수들의 약속된 플레이가 아닌 상대 실책에 의해 얻은 골이었다. 급기야 한국은 선취골이 터진 후 박주영에게 롱 패스 연결만을 시도하며, 전반을 마쳤다.

후반 3-4-1-2 : 후반 시작하자마자 잠그기?
후반 시작과 함께 부진하던 공격수 설기현을 수비수 조용형과 교체시켰다. 상대가 실점을 허용한 후 두 명의 공격수를 세우자 이에 대응하여 수비를 스리백으로 전환한 것이다. 예상대로 요르단은 전반 15분 정도까지 무섭게 몰아붙이며 골을 노렸다. 한국은 최전방 공격수들까지 수비 진영에 가세해 공세를 막아냈다. 이영표와 오범석이 수비에만 치중하며 거의 5-2-3 형태가 되었던 한국은 점차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 전개시에도 박지성-박주영-이근호가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고 김남일이 전진 패스 및 2선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수비 숫자를 늘린 것은 성공했으나, 상대의 파상 공세를 깔끔하게 막아내지 못한 점에서 45분 전에 ‘잠그기’를 시도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후반 20분 이정수 In, 이영표 Out 4-3-3 : 미드필드 싸움과 5백을 펼치는 다기능 포메이션
요르단의 기세가 사그라질 즈음 한국은 이정수를 투입해서 다시 포백으로 바꿨다. 후반 20분까지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며 주도권을 완전히 요르단에 내줬던 한국은 수비 형태를 포백으로 전환하며,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시에는 조용형이 전진해서 조원희와 수비형 미드필드를 하고, 김남일이 공격형 미드필드 역할을 하며, 세 명의 공격수를 지원했다. 전반 후반 통틀어 몇 차례 나오지 않은 위협적인 공격을 연달아 보여주며 추가골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결정력이 아쉬웠다.

후반 25분 안정환 In, 이근호 Out 4-3-3 : 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
활발하기는 했지만 크게 성공을 거두진 못했던 이근호를 대신해 안정환을 투입한 한국은 공 수 밸런스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국은 지루한 공방전을 거듭하면서도 요르단에 찬스를 제공하긴 했으나, 안정환의 투입 후 김남일이 미드필드 싸움에 전념하며, 주도권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후반 40분을 넘어서며, 공격수들 간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을 보였으나, 끝내 추가골 없이 1대 0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해외파 총동원했는데 필드골이 없는 이유?
지난 경기의 두 골과 이번 경기의 한 골 모두 세트피스와 페널티킥으로 얻어낸 골이다. 결과적으로 필드골은 한 골도 없었다. 이번 요르단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긴 것은 잘된 일이지만, 공격수들이 필드골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은 우려를 나을만한 일이다. 허정무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된 박지성은 활발하기는 했으나 공격 전개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설기현은 전반 중반 크로스 하나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상대 수비에 공을 뺏겨 위기를 자초했다. 원정 경기인 점을 감안해 박지성을 활용하여 볼 점유율을 높이려 하기는 했지만 설기현이 침묵하면서 공격 루트는 단조로워졌다. 두 경기에서 얻은 페널티킥은 공격수들의 돌파가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드와 윙백의 돌파였다는 점에서 웃지 못할 골이 되고 말았다.

경기 내내 적극적으로 교체카드를 활용해서 상대의 공격에 맞춰 나간 것은 용병술을 잘 펼친 것처럼 보였지만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 숫자를 5명으로 만든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전반전에도 상대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거나 같은 편 공격수에 맞고 나가는 등 행운이 따랐던 한국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너무 이른 시간에 ‘잠그기’를 시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김남일 딜레마
허정무 호 출범 이후 김남일이 없으면 공 수 밸런스 자체를 잃어버렸던 한국이었고, 지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허정무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김남일을 풀타임 출전시켰다. 후반 시작 후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지난 경기에 비해 체력적으로 소모를 많이 한 김남일이었지만 절대로 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허정무 감독의 용병술이나 전술에 의해서 승점 3점을 얻은 것이 아니라 행운과 김남일의 템포 조절로 승점 3점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김남일에 대한 의존도는 공 수에서 너무나 컸다.

차라리 이렇게 한 골 넣고 ‘잠그기’를 시도할 의도였다면 설기현을 대신해 박지성을 날개로 기용하고 지난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안정환이나 김두현을 선발로 내세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경기에는 승리했지만 내용은 한숨짓게 하는 90분이었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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