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제 선발 등판날 타자들이 많이 터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7일 미디어데이, 양현종이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따로 있지 않았다. 실제 양현종이 등판하는 날마다 KIA의 타선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팀 안타(1429개)와 팀 타율(.286)이 10개 팀 중 9위로 그리 좋지는 않았던 KIA지만 유독 양현종이 선발로 등판하는 날에는 야속하게도 점수가 더 나지 않았다.
결국 양현종은 지난 시즌 토종 선수로는 유일하게 200이닝 이상 200⅓이닝을 소화, 평균자책점 3.68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10승12패로 다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다른 투수들과 비교했을 때 이닝 대비 가장 많은 패다.
하지만 이번 시즌 첫 경기는 달랐다. 지난 4일 SK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초반 밸런스 잡기에 어려움을 겪고도 6⅔이닝 1실점으로 에이스 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탈삼진 8개를 솎아내면서 SK 타선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6회까지 1-1의 팽팽한 균형이 지켜지면서 양현종은 자칫 승리 요건을 채우지 못할 뻔 했다. 올해 역시 득점 지원이 없는 '에이스 대접'이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KIA 타자들은 6회 SK 선발 박종훈을 두드리며 5점을 더 뽑아냈고, 6-1으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 양현종은 6회와 7회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임무를 다 하고 내려갔다.
이후 점수가 뒤집히지 않으면서 KIA의 시즌 세 번째 승리가 완성됐고, 양현종이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첫 승, 지난해 꾸준히 6이닝 이상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8번째 등판에서 어렵게 첫 승을 거뒀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쾌조의 출발이었다.
경기 후 양현종에게 6회 득점에 대해 묻자 양현종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너무 좋았다"고 웃으며 "지쳐있을 때인데 그 때 점수를 뽑아주면서 더 힘이 났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올시즌 우리 팀은 투수들이 이끈다기보다 버텨야한다고 본다. 투수들이 버텨주면 타선도 언젠가는 터져주는 것 같다"고 신뢰했다.
비록 아직 4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투타 할 것 없이 KIA 선수들은 타선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타선 중심을 지키고 있는 최형우, 나지완도 서로를 향해 '시너지 효과'를 얘기한다. 이 모습이 시즌 내내 유지된다면, 양현종이 올해 어떤 기록을 내게 될 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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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