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6.04 10:57 / 기사수정 2008.06.04 10:57
K-리그 2008시즌 전반기 결산 ④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대망신 '이처럼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하던 K-리그 팀들이 올 시즌 챔스리그에서는 8강 진출에 모두 실패했다. 각 조 1위가 8강에 진출하는 조별예선 6경기 중 포항은 4경기 만에, 전남은 5경기 만에 8강 진출 실패가 확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성적 역시 최악이었다. 포항스틸러스는 1승 2무 3패로, 전남드래곤즈는 1승 3무 2패로 모두 조 3위로 탈락했다. 같은 조의 호주, 일본, 중국팀에게는 철저하게 무릎을 꿇었다.
K-리그 팀들이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지금의 대회 방식이 자리잡힌 2004년 제2회 대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반면 작년에 처음 4강 진출팀을 배출한 J리그는 이번 대회에 무려 세 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과연 K-리그가 챔스리그 대회에 합당한 챔피언을 배출했는가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다.
예견된 '참사'
▲ 챔스리그 8강진출에 실패한 포항은 중국언론으로부터 '고철'이란 조롱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실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의 '참사'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많은 팬들은 다른 나라들은 각국 리그 최상위 팀들만을 챔스리그에 출전시키는 반면, K-리그는 지난 시즌 리그 순위가 각각 5위와 10위에 불과한 포항과 전남을 챔스리그에 출전시키는 것에 대해 짐짓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호주 언론은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이 시작되기 전 프리뷰에서 포항과 전남을 각 조 최약체로 평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껏 K-리그 팀들이 좋은 성적을 올려왔기에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지.'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예상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런 '비극'에 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현행 K-리그 플레이오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난 시즌 정규리그 1,2위로서 탄탄한 전력을 갖춘 성남과 수원삼성이 챔스리그에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플레이오프 우승을 통해 챔피언에 오른 포항과 FA컵 2연패를 달성한 전남은 분명 명목상으로는 챔스리그 출전 자격을 갖췄지만, 리그와 같은 장기전도 안정적으로 치를 만큼 안정된 전력과 두터운 스쿼드를 가진 정규리그 상위팀들과는 달리 단기전에 전력을 집중시켜 우승을 거머쥐었던 팀들이란 점에서 챔스리그 출전에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 전남은 리그와 함께 챔스리그를 병행하기에는 선수층이 너무 얇았다.
챔스리그는 극동아시아는 물론이고 호주, 동남아시아, 심지어 8강 이상 진출 시에는 중동까지 장거리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 일정을 치른다. 스쿼드가 얇으면 결코 리그와 함께 병행하며 두 대회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전북이 2006시즌 리그 11위에 불과했지만 챔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말대로 리그를 버리고 챔스리그에 '올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올 시즌 전남과 포항은 부상과 선수 이적 등으로 비교적 얇은 스쿼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K-리그와 챔스리그 모두에 집중하고자 했고, 결국 두 대회 모두 성적이 좋지 못했다. 포항이 조별예선 탈락 확정 후 리그에 집중하고 나서야 리그 초반 부진을 털고 5연승을 거뒀고, 챔스리그를 치르면서 전력이 고갈된 전남이 리그 13위로 곤두박질친 것은 이에 대한 좋은 반증이다.
내년부터 달라지는 출전권 부여 방식
이처럼 K-리그는 언제라도 챔스리그에 '챔피언답지 못한' 챔피언들을 출전시킬 수 있다.
어떤 이들은 FA컵 우승팀이 챔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FA컵의 대회 속성상 리그 하위권 팀의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서 진정한 강팀이 챔스리그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FC챔피언스리그가 태생적으로 아시아 컵위너스컵을 흡수했기 때문에 FA컵 우승팀에게 챔스리그 출전권을 주는 것은 정당하다. (유럽의 경우엔 컵위너스컵이 UEFA컵에 흡수되었기 때문에 FA컵이나 리그컵 우승팀이 UEFA컵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하위권 팀들에게도 챔스리그 출전의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FA컵의 권위도 설 수 있다는 점에서 FA컵 우승팀의 챔스리그 출전은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 그러나 정규리그에서마저 플레이오프라는 단기전으로 인해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스리그 출전에서 배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내년부터 챔스리그가 완전히 새롭게 개편되면서 AFC는 챔스리그 출전국의 숫자를 11개국으로 제한하는 대신 출전 클럽 수는 32개 팀으로 늘렸고 그 덕분에 K-리그는 총 4장의 챔스리그 출전권을 배정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은 이 4장을 FA컵 우승팀과 K-리그 최종 순위 1~3위 팀에게 부여하겠다고 했다.
이를 정리하자면 정규리그 1,2위는 하위팀에게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는 경우에도 최소 2위와 3위를 확보하므로 챔스리그 진출권을 보장받고 만약 K-리그 1~3위 팀 중 FA컵 우승팀이 나오면 K-리그 최종 순위 4위 팀이 챔스리그 출전권을 가져가게 된다.
즉 6강 플레이오프(정규리그 3위-6위, 4위-5위) 승리팀끼리 붙는 준플레이오프의 승자가 남은 하나의 출전권을 확보하며, 운이 좋으면 준플레이오프 패자도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단 얘기다.
물론 앞으로 플레이오프를 챔피언 결정전을 위한 것이 아닌 3~6위 팀의 챔스리그 출전권 경쟁을 위한 무대로서 제한하는 방식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있어야겠지만, 우선 당장은 리그의 가장 강한 팀들이 챔스리그에 우리나라를 대표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운 변화라 할 수 있다.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챔스리그에서 포항과 전남이 모두 8강 진출에 탈락한 것은 분명 한국 축구클럽의 아시아 도전사에 있어서 굴욕적인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렇다고 해서 K-리그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얼마 전 K-리그는 AFC의 평가에서 B 등급을 받았다. 이를 포항과 전남의 챔스리그 8강 진출 실패와 묶어서 K-리그의 수준(혹은 클래스) 그 자체를 다른 경쟁리그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치부하려는 생각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리그의 체계성에 대한 등급이지 리그의 경기력이나 수준에 대한 등급이 아니었다. 기술력 점수의 채점 방식 등 평가 자체에 일본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K-리그가 유일한 A 등급을 받은 J리그보다 열등하다는 해석은 지나치다.
불과 2년 전 2006 A3에서 전년도 J리그 우승팀 감바 오사카와 C리그 우승팀 다렌 스더은 전년도 K-리그 우승팀 울산현대게 각각 6-0, 4-0의 굴욕적 패배를 당했었다. 올해 감바 오사카는 전남을 4-3으로 물리치는 등 호성적을 거두며 조 1위로 챔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 어차피 승패는 돌고 돌는 것이다.
다만, K-리그가 아직 J리그나 다른 축구 선진국 리그에 비하면 클럽시스템이나 승강제와 같은 리그 체계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AFC도 이런 부분들이 정해진 기한까지 다듬어지지 않으면 챔스리그 4장의 출전권은 고사하고 K-리그의 출전 자체를 금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중요한 것은 이번을 기회 삼아 K-리그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이제부터 챔스리그에 K-리그의 진정한 강팀들이 진출하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AFC 챔스리그에서 우리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야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리그의 수준이란 국제대회를 통해 가장 잘 증명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큰 대회에서 K-리그 팀들이 좋은 성적을 많이 올릴수록 선수들의 유럽진출시에 경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점점 커지는 아시아 축구시장에서도 K-리그가 가장 인기있는 리그로서 인정받고 향후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의 부진을 거울삼고 내년부터 달라지는 제도를 잘 활용하여 K-리그가 진정한 아시아 최고의 리그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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