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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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 다이어리] TJ 커밍스, 그를 추억하다

기사입력 2008.05.31 00:59 / 기사수정 2008.05.31 00:59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작년 시즌, 안양은 참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날들이 지나가고, 용병들 또한 새로운 얼굴들로 교체되고 팬들에게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불과 작년이었지요. TJ 커밍스와 마퀸 챈들러라는 두 용병이 안양의 새로운 식구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안양을 떠난, TJ 커밍스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사람의 첫인상은 대면할 때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들 하지요. 구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그의 모습은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첫인상은 참 좋더군요. 뭔가 후덕해 보였다고나 할까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 선수가 그렇게 잘 웃는 선수였을 줄은 전혀 몰랐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본 건  2008 시즌 전 연습경기 때였습니다. 역시나 그때도 생긋생긋 웃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왠지 잊히지가 않았던 모습이었지요.

연습경기 때 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한쪽에서 그들이 연습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을 즈음이었을까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다시 몸을 풀러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갑자기 커밍스가 본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옆에 있던, 바닥에 까는 자리를 가지러 온 것이었습니다. 당시엔 그 자리에 제 가방을 놓아둔 상황이었는데, 그때야 알아채고 가방을 치워주자 커밍스는 특유의 그 미소로, 그리고 또박또박은 아니지만 확실히 들리는 발음으로 감사하다며 웃어주고는 자리를 가지고 다시 돌아가더군요.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천성이 어떤지 자세히는 알지 못해도 대충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 알진 못해도, 이 사람 괜찮구나라는 생각을요. 물론 아주 소소한 일입니다만, 왠지 그때부터 느낌이 좋았다고 할까요.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수많은 느낌 중에서 말이지요.

시즌 초반 커밍스에겐 한차례 위기가 오기도 했습니다. 부진하다는 이유로 용병 교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지요. 물론 믿고 기용했는데 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이 일이 막상 터졌을 때는 너무 급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도 아니고 조금 더 지켜봐도 되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커밍스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며 08시즌을 안양이란 팀에서 같이 보냈습니다.

그의 모습을 코트에서 보았을 때 한가지 조금 신기했던 건,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판정이 나와도 순순히 알았다며 돌아가거나 화가 날 상황이 생겼어도 흥분하는 모습이 드물었습니다. 덕분에 팬들에게는 착하다, 순하다 등의 즐거운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커밍스였습니다. 또한, 그는 코트에서나 코트 밖에서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할까요.

경기를 망친 날이든, 진 날이든, 어떤 날이든 그는 몰려드는 사인 공세와 또는 사진 요청에 싫은 티를 내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최대한 해주려고 노력하고 사진 한 장을 찍어도 항상 품고 있는 그 미소를 보여주곤 했지요.




한해에도 많은 선수가 팀을 떠나고 들어옵니다. 용병 선수라면 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실력이 맘에 들지 않으면 퇴출당하거나, 교체되고 또 새로운 용병이 팀의 모자란 구멍을 메워주기 위해 들어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커밍스는 안양이란 팀에서 무사히 한 시즌을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그가 어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갔을지는 지금 우리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는 지금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특히 안양 팬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지금 와서 그를 추억해보면 사람 좋은 미소와, 카메라를 봤을 때 살짝 지어주던 브이 포즈 등이 생각납니다. 안양이 4강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한 몫을 한 선수였다 라든지, 이런 식으로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저는 그것보다 그가 평소에 팬들에게, 주위 사람들에게 보였든 선선했든 모습이 더 떠오르곤 합니다. 자신에게 손을 뻗어주고 이름을 외쳐주던 사람들에게 화답해주던 모습을 볼 때마다 예전 시즌에 있었던 단테 존스의 모습이 기억나기도 했지요.

경기 시작 전 몸을 풀 때, 가끔 커밍스에게 카메라를 돌려봤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을 향한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 그는 씩 웃거나 살짝 포즈를 취해주곤 했었지요. 그리고 가끔 코트를 달궈 주었던 플레이. 이것이 제가 그를 추억하는 전부입니다. 생각나면 괜스레 마음 한켠이 비워진 듯한 느낌이 들던 건 비단 한 용병 선수가 팀을 떠났다는 허전함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더 아쉬운 건 단순히 선수가 팀을 떠났다는 것보다 이제 그를 생각날 때 한 번씩 추억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젠 보고 싶을 때 그리워할 수 있는 게 다라는 것이 가끔 쓸쓸해지기도 하고요.

그가 떠난 지, 한 달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때때로 추억해 봅니다. 안양이란 팀에서 25번을 달고 마주했었던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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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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