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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반성이 없다면' 팬들에 '외면' 받을 여자배구

기사입력 2008.05.26 17:59 / 기사수정 2008.05.26 17:5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번 베이징올림픽 여자배구 최종 예선전은 끝났지만 여러 가지 해프닝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당초 예선전 최종 성적이 상위 3개 팀에 드는 팀과 아시아 1위에게 올림픽 진출권이 주어진다는 규정이 어느새 모든 경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반전되었습니다.

 4승을 거둬서 예선전 우승을 차지한 폴란드와 준우승을 한 세르비아, 그 다음을 이은 일본에 뒤를 이어서 가장 좋은 성적은 낸 도미니카 공화국이 떨어지고 상위 3위 팀 다음으로 아시아 1위를 차지한 카자흐스탄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것입니다.

한국은 물론 개최국인 일본마저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규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국제배구연맹(FIVB)은 새로운 규정인 이미 통보했고 프로그램 책자에도 나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FIVB의 미흡한 행정에 각국들은 의아해하고 있으며 한국보다 가장 큰 피해자인 도미니카 공화국은 이의를 신청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측도 ‘대한배구협회가 FIVB로부터 새로운 규정을 통보받지 못한 부분이 사실인가를 확인 중이며 이러한 규정을 알고 경기에 임했었다면 다른 결과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밝혔습니다.

2004 아테네올림픽예선전부터 일본 측의 강한 입김이 작용해 세계예선과 아시아예선을 기형적으로 치르는 일이 이어져 왔지만 한국이 만약 1승만 더 거둬 3승을 이룩했다면 카자흐스탄을 제치고 올림픽에 진출하는 결과가 나타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 규정을 다시 살펴보면 아시아출전국이 예선전 전체 1위부터 3위까지 차지하면 나머지 한 팀은 전패로 꼴찌를 해도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도저히 웃지 못할 기막힌 일이 대회가 끝나고서야 터지고 말았는데 이런 경우의 수를 제외하더라도 이번 한국 여자대표팀의 경기력은 역대 최악이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이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해서 주전선수들이 빠지게 되었고 베스트 멤버소집을 못 하게 되었느냐를 떠나, 더욱 근본적인 대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날로 발전하는 세계배구의 흐름에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는 한국여자배구의 경기력. 이렇게 퇴보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협회, 연맹, 구단들의 기본적인 화합과 협조 없이는 한국여자배구는 추락의 길밖에 없다.

스포츠의 결과는 노력한 한만큼 그 결과를 반증합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도 나타나지만 아무리 어려운 여건 속에서라도 흘린 땀과 눈물의 가치는 결코 헛되지 않은 게 바로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배구의 경우, 선수들의 집념과 투지를 탓하기 전에 도저히 올림픽에 대비할 기초적인 틀조차 만들어주지 못한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 그리고 각 프로 구단들이 가장 큰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에 대비해 준비를 한 다른 국가들은 하나같이 노장과 신진 등을 불러들여 최고의 팀을 구성해 이번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이렇게 최상의 팀을 만든 것은 그 국가가 올림픽 진출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서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경우는 기가 막히게도 올림픽 예선전이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5개밖에 안 되는 열악한 팀들을 데리고 장장 7라운드의 경기를 빡빡한 일정 속에 치렀습니다.

각 구단들의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않고 교체 멤버 또한 부족한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한국배구연맹은 이러한 강행군을 고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국내리그 흥행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언제나 연맹이 밝히는 단골적인 입장입니다. 올림픽이 치러지는 중요한 해가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면 여기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협회와 협조적인 방안을 세웠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협회와 연맹, 두 단체 모두는 아주 기본적인 협조조차 이루어내지 못했습니다. 한 치의 양보도 거부하고 이해관계를 두지 않은 양 단체의 대립은 결국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4강에도 들지 못한 한국 여자배구의 참사 이래 가장 비극적인 ‘2008년 올림픽예선전 도쿄 참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또한, 아직 도입시기가 적절치 않은 FA를 도입했습니다. 이 결과로 인해 극히 일부 선수만 대박을 터뜨리고 FA의 폐해로 인해 서둘러서 은퇴를 하는 선수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또한, 선수들에 대한 기본적인 행정과 대책 없이 무조건 구단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현행의 제도도 문제가 큽니다.

그리고 구단들은 소속 선수들이 국제무대에 참가해서 보다 수준 높은 배구를 경험하면 선수의 기량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대회의 성적이 국내리그의 부흥에 도움이 된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존재하지만 이런 부분을 등한시한다는 게 큰 문제점입니다.

무조건 우리 구단을 우승시켜야 한다는 승리 지상주의와 구단들의 이기주의는 결국 올림픽조차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대회로 만들어 냈습니다. 과연 구단들이 조금이라도 한국 전체의 배구 계에 관심을 두었더라면 올림픽이 지니는 중요성을 이렇게 폄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연맹과 협회, 그리고 구단들은 어느 쪽도 기본적인 협력을 이루어나가지 않았고 무조건 다른 단체를 탓하는 극심한 이기주의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올림픽을 맞이했으니 이런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원했다면 그것은 무리한 욕심입니다.

이번의 결과로 인해 국내 여자프로배구리그에 큰 여파를 미치게 됐으며 연맹과 구단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배구 팬들이 이번 예선전의 부진을 잊고 다시 경기장을 찾아 주겠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미 여자배구를 성원하던 팬들조차 큰 실망감을 가진 지금의 현실을 보면, 당장 다음 시즌에 여자배구를 순수하게 찾을 팬들이 얼마나 될지가 의심스럽습니다.

국내 리그에서만 통하는 경기력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가혹한 결과.

여자배구에 비해 남자배구는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월드리그 대회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여자배구에 비해 비교적 많은 국제대회의 참가로 선수들의 기량발전과 한국배구의 입지를 조금씩 배가시켜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배구는 언제부터인가 그 흔한 그랑프리대회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예선전에 참가한 일본과 그 밖의 세르비아, 폴란드, 태국 등의 국가들은 6월 달이면 바로 2008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이들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국제무대에서 수준 높은 배구를 경험하며 꾸준하게 실력을 연마해갔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초반에 2연승을 겨뒀다고 하지만 한국팀이 올림픽예선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경기가 거듭할수록 한국 팀의 전력이 떨어졌던 것은 준비되지 않았고 국내 V리그 여파로 인한 체력고갈에 문제가 있었던 부분도 크지만 단조롭고 여러모로 허점이 많은 한국 팀의 전력이 다른 국가들에게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일본 전 이후 꼭 잡아야 했던 카자흐스탄과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서도 이들 두 팀은 한국이 가장 잡기 손쉬운 전력을 가진 것을 이미 다 파악한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습니다. 중앙 이동 속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변화구 서브에 극히 취약하며 높이도 낮은데다가 파워마저 없는 한국의 윙 공격은 터치아웃이 안 될 것만 유의하면서 타이밍만 적절하게 떠주면 모두 다 차단하거나 유효블로킹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해냈습니다.

사실 한국이 태국과의 경기에서 접전을 펼치며 3-2로 이겼다고는 하지만 블로킹의 높이를 제외하면 모든 부분에서 태국에게도 뒤져있는 상태입니다. 전혀 위력적이지 않은 공격력에 리시브와 수비 조직력의 불안, 그리고 참가국들 중 유일하게 주전세터가 기민하고 빠른 점프토스를 구사하지 않고 주전 리베로마저 조금이라고 흔들려서 들어오는 서브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부분은 한국이야말로 1승의 희생물로 여기기에 적합하다는 인식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중앙 미들블로커들은 출전국들 중 가장 취약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모든 국가들이 정착한 이동속공이 나오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그마나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A퀵과 B퀵마저 너무나 친절하게 상대편 코트로 들어갔습니다.

결국, 모든 포지션에서 가장 열악한 경기력을 펼치며 이보다 더할 수 없는 약한 전력을 보여줬으니 카자흐스탄과 도미니카는 막판 반전을 노리고 한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습니다. 가뜩이나 체력적으로도 부실하고 전력 적으로도 이미 밑천이 다 드러난 한국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속전속결로 패배했습니다.

물론 김연경과 황연주, 그리고 정대영 등이 출전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전력을 가졌을 겁니다. 그러나 단순히 특정선수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한국여자배구가 지니는 총체적인 배구수준에 유념해야 합니다.

한때 가장 수비가 탄탄하고 조직력 배구의 대표적인 팀으로 여겨졌으며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정신력마저 최고라 평가받았던 한국여자배구는 순식간에 다른 국가들이 1승 제물로 노리는 약체 팀으로 전락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리그에서만 통해왔던 수비, 서브리시브, 공격력, 서브의 강도, 팀원 간의 조직력, 그리고 2단 연결과 어택 커버 등의 기본기 등이 국제무대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언급한 부분에서 나타났듯이, 국제대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저 무사안일주의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한국 리그 안에서만 맴돈다면 한국여자배구의 고립은 점점 심해지고 이렇게 수준이 낮은 경기력을 구사하는 리그를 찾고자 하는 팬들은 점점 사라져갈 것입니다.

벌써 다음 시즌부터 벌어질 V리그 중, 여자배구 경기는 보고 싶지 않다는 팬들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팬들에게 탓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동안 협회와 연맹, 그리고 구단들이 해왔던 처사들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축구와 야구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여자배구를 성원한 팬들은 분명히 존재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놓고서도 그저 끊임없이 여자배구를 성원해달라고 말하기엔 면목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일어서야할 여자배구이지만 현재의 상황은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사진 (C)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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