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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女 배구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이제 그만'

기사입력 2008.05.19 15:46 / 기사수정 2008.05.19 15: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 예선전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여자대표팀이 이번 예선전에서 가장 중요한 푸에르토리코 전과 태국 전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비친 결과는 좋았지만 18일에 벌어진 태국 전에서는 자칫하면 올림픽 진출의 꿈이 무산될 뻔했습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여자대표팀의 모습은 작년보다 서브리시브와 수비가 좋아졌고 고질적으로 문제점이 됐던 2단 연결도 조금은 나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초반 1, 2세트에서는 팀의 전력을 십분 발휘했던 반면, 게임 중반으로 접어들면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이끌고 갔습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대장정인 V리그를 마치고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 많은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국내프로리그의 피곤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빡빡한 일정의 올림픽예선전을 치르는 것이 선수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체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주려면 경기 일정에 관련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국내프로리그가 끝난 다음에 곧바로 올림픽예선전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두 대회를 감안한 협회와 연맹의 절충이 현명하게 이루어져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협회와 연맹이 합의한 것은 V리그를 7라운드까지 강행하되 서울 중립 경기를 타이트하게 치러 여자부 일정을 일찍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대표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을 더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5~6라운드의 빡빡한 일정은 여자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흥국생명의 좌우쌍포 김연경과 황연주는 리그가 끝난 뒤 모두 수술대에 올라 가장 중요한 올림픽예선전에 참가하지 못했으며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주장 김사니(KT&G)는 현재 선수들이 모두 리그의 여파로 인해 매우 힘든 상태로 밝혔습니다.

또한, 김사니와 함께 대표팀에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담당하는 한유미(현대건설)도 온전치 못한 무릎을 가지고 예선전에 참가하다가 첫 번째 경기인 푸에르토리코와의 시합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원인을 세세히 짚어보면 이번 올림픽 예선전을 대비한 협회와 연맹의 절충과 타협이 얼마나 부족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코트 안에서 좋은 과정과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으레 비난의 화살은 선수들에게 향하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아테네올림픽 예선전에서 최고의 강호였던 러시아와 이탈리아를 기적같이 물리치고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었던 대표팀이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태국에 절절매며 이겼냐는 비판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여자배구가 아시아에서 중국과 함께 강호로 군림하며 일본에 앞서나가고 세계의 강호들과 맞불을 때에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시절이 그립긴 하겠지만 이렇게 된 현실을 전적으로 선수들에게 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테네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한국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명 세터인 강혜미(전 현대건설)는 한국 여자배구가 획기적인 전환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국제무대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좋은 선수들의 확보에만 눈이 멀고 장기적인 투자와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 대한 지침이 없었던 한국 여자배구는 태국과 같은 국가들이 무섭게 성장을 하고 있던 동안 오히려 수수방관하고 서서히 뒷걸음치기 시작했습니다.

여자배구선수들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와 보호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는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란 극찬을 받았던 김연경이 프로데뷔 세 시즌 동안 내리 수술을 세 번이나 받은 부분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아무리 승리로 통하는 프로의 속성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한 국가를 대표하는 어린 선수를 이렇게 관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연맹과 소속 구단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한국팀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태국팀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주니어시절부터 철저하게 조직력으로 완성된 팀입니다. 태국은 유수의 국제대회를 자국에서 유치해가면서 여자배구를 비롯한 남자배구까지 집중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적인 관리가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 국가대표 세터였던 강혜미가 4년 전에 우려했던 쓴소리를 한국배구는 끝내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프로화가 출범했다고는 하지만 문제점투성이인 FA로 인해 대박을 터트리는 선수들도 있지만 몇몇 선수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으며 구단 간의 이기주의는 선수들의 의욕을 저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힘겹게 이룬 승리이기에 김사니는 경기가 끝난 후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배구를 하는 힘겨움으로 인해 그 험난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이는 바로 당사자인 선수들입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대표선수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면 절대로 그녀들을 비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일궈낸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앞으로 있을 경기에서도 선전해 주길 기원합니다.

 [사진 (C)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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