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연기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는 항상 변함없다. 배우 이순재가 한결같은 배려와 성실함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대배우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뽐냈다.
5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이순재는 배우다' 편이 전파를 탔다.
올해 여든넷, 연기 인생 60년을 맞은 이순재는 변함없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국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오가는 영화 촬영 등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아내와는 변함없는 사랑을 자랑했다. 이순재는 영화 촬영 중 한쪽 다리를 다쳤지만 아내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주위에 당부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걱정하기 때문이다. 단 둘 밖에 없는데 걱정 안하면 어떡할 것이냐. 나중에 남는 건 부부밖에 없다. 둘이 시작해서 마지막에 둘이 남는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영화 현장에서도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후 6년 만의 영화 주연으로 '덕구' 촬영에 나선 이순재는 "(아마 이것이) 제 마지막, 말년의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실력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욕이 생긴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순재는 "우리나이는 모든 것이 다 마지막 선에 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고 누가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촬영장에서의 성실함과 동료들을 향한 배려에는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높이 세웠다. 이서진은 "연기자 이순재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연기나 생활 어느 부분을 봐도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다"라고 칭했다.
채시라도 "보통 첫 신을 촬영한다고 할 때 빠르면 새벽 4~5시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선생님은 언제 어디서나 먼저 와 계신다"고 얘기했고, 최수종 역시 "당신의 무언가를 위해 먼저 나서지 않으신다. 항상 나는 나의연륜과 나의 경험상 이렇게 해야 된다'라고 주장했던 적이 제가 드라마를 찍는 동안에는 한 번도 없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순재는 "나이 먹은 것은 내가 먹은 거지, 나이 먹었다고 행세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후배 배우들의 이순재를 향한 남다른 사랑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허준'을 함께 했던 전광렬은 "추운데 벗고 누워계시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배우가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으신 분이다"고 했고, 한지민은 "추워서 떨고 있는데 선생님을 보면서 젊은 연기자라고 불평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는 과거를 털어놓았다.
하지원은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한데, 불평불만을 한 번도 표시하신 적이 없다. 그건 제작진이나 다른 배우들에 대한 배려이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고, 이순재와 함께 연극 무대에 나선 유연석도 이순재의 변함없는 암기력에 혀를 내두르며 "연극은 NG 없이 세시간을 공연해야 되는 것인데, 지금도 그렇게 하시는 건 진짜 놀라운 것 같다"고 말했다.
임예진, 윤유선 등 후배 배우들 역시 연기 인생에서의 소중한 선배로 이순재를 꼽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제자들에게 60주년 기념 축하 이벤트를 받고, 뭉클함을 안은 이순재는 영화 촬영이 끝나자마자 또 연극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숨가쁜 일상을 이어갔다.
이순재는 "평균치를 유지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번쩍 떴으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끝났을 수도 있고, 정말 푹 꺼지는 좌절을 맛봤다면 (연기생활을) 도망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었고, 계속 해올 수 있었다. 그냥 '열심히 하다 가는 친구'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다시 선택한다고 해도 배우를 100번 한다고 말할 것이다. 지금은 개성의 시대이지 않나"라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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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