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공효진에게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는 여러 가지로 묘한 느낌을 가져다 준 작품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한참동안 마음속에 자리했던 여운이 그랬고, 진심을 다해 연기하면 그 감정이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2월 22일 개봉한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공효진은 재훈(이병헌 분)의 아내이자 새로운 꿈을 향해 다가가는 수진 역을 연기했다. 영화가 재훈의 시선 위주로 흘러가기에 화면으로 드러나는 수진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하며 분량과는 상관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싱글라이더' 개봉 후 만난 공효진은 "이병헌 선배님이 모든 걸 다 해내신 영화죠"라고 웃으며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느꼈던 반전이나 어떤 후유증 같은 것들이 있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여운이라고 해야 할까요. 감성이 비슷하게 남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심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느꼈다는 것이다.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관객들에게 남기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미씽:사라진 여자' 이후로는 뭔가 제가 진심을 담아내면, 그걸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신들의 수위 조절도 함께 했어요. 그렇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재훈의 감정이에요. 전 그 안에서 그를 더 쓸쓸하게 만드는 어떤 역할을 계획했던 것이, 과하지도 또 덜하지도 않게 딱 담긴 것 같아요."
'싱글라이더'는 광고 감독 출신인 이주영 감독의 데뷔작이다. 신인감독과의 작업방식에서도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감독님이 광고를 오래 하시다 보니까 임팩트 있게 짧고 간결한, 그러면서도 본인 색깔이 있는 문장 구사를 굉장히 잘 하시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매력을 느꼈죠. 무엇보다도 영화가 설명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수진에게 이런 일들이 있었고 재훈과의 사이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고 하는 부가적인 플래시백도 굉장히 간단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캐릭터든지 조금씩 다르게 살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상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죠."
수진의 캐릭터 역시 이주영 감독과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감독의 빠른 컷(Cut) 외침에 감정을 이어가기가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그것 역시 색다른 재미였다고 미소로 답한 공효진은 "이주영 감독님이시니까 그 짧은 시간 동안 외국에서 세 배우(이병헌, 공효진, 안소희)를 데리고 촬영을 마칠 수 있었죠"라는 유쾌한 너스레와 함께 "수진이의 히스토리를 떠올리면서 강남 쪽에서 쭉 학교를 다니고 바이올린을 배우고, 뜨겁게 사랑을 해서 결혼한 것은 아닌 그런 '강남 엄마'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할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들로 늘 '전대미문'이라는 수식어를 안고 있었던 공효진이지만, '싱글라이더' 속 수진이야말로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평범한 사람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간결하게 완성한 인물이었다. 공효진은 "제가 여배우이지만, '싱글라이더'는 남성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해요"라면서 시사회 당시 홍보 문구로 언급했던 "40대 남성을 위한 제철영화죠"라는 말을 다시 얘기해 웃음을 함께 안겼다.
그가 데뷔한 1999년이라는 먼 시간까지 되돌아가지 않더라도, 공효진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하게 활약하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는 배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적어도 한 해에 꾸준히 드라마 한 편씩을 내놓으며 시청자와 소통하고, 지난 해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에 이어 '싱글라이더'까지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을 통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고, 이끌어 간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다. 공효진은 이에 대해 "운이 좋았어요. 제가 앞북만 치지, 뒷북은 잘 안 칩니다"라고 쑥스럽게 웃으며 "제가 의도한 건 아니에요. 지금이 사람들에게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마침 '싱글라이더'가 지금 나오게 된 것이고요. '미씽: 사라진 여자' 같은 경우도 어떻게 보면 제가 '여자배우, 여자영화' 이런 것을 강요하고 계몽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내 캐릭터만 보지 말고 나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그런 것에 주력하려고 하죠"라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 신선한 작품을 만나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은 항상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공효진은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생각해보면 민첩한 역할은 많이 해보지 못한 것 같아요. 총 잘 쏘는 역할? 이런 것이요. 그동안은 몸치의 모습만 많이 보여드려서, 민첩함을 보여줄 수 있는 스릴러 같은 작품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네요"라고 다시 한 번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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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