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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com] 레알을 빛내는 그 이름, 구티

기사입력 2008.04.15 13:34 / 기사수정 2008.04.15 13:34

김주연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주연 기자] 마드리드 사람을 마드릴레뇨(madrileño)라고 한다.

하지만, 발렌시아에선 마드리드 사람들을 ‘출로’라고 부르는데 이 chulo라는 단어는 물건 등이 멋지고 좋을 때에도 쓰이지만, 사람에게 쓰면 콧대 높은 사람 또는 잘난 척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단어들이 축구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 글의 머리부터 설명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지금부터 구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그에 앞서 단어들을 설명을 하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부주장이자 제2의 아이콘. '평생 유망주' 라는 말이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선수, 라울과 카시야스에 이어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는 레알 마드리드와 종신계약을 한 선수 2000년 이후부터는 스페인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그를 자주 볼 수 없지만 방출설이 돌 때마다 베컴은 팔아도 그는 팔 수 없다고 한 레알 마드리드의 14번 호세 마리아 구티에레스 에르난데스 일명 ‘구티‘. 그는 누구인가.

기자가 생활했던 지역인 발렌시아에선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같은 언어(까딸란. 지역 방언으로 발렌시아에서는 이를 발렌시아노라고 함.)를 쓰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바르셀로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마드리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 중에서 구티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욱더 찾아보기 힘들다. 항상 그의 실력보다는 빼어난 외모나 그의 행동들을 보고 재수없는 '출로 마드릴레뇨'며 항상 헐뜯곤 한다.

물론 수려한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그를 여성 팬들은 매우 좋아하지만 적어도 기자 주위에 있던 스페인인 남자 친구들이 구티에 대한 좋은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 본격적으로 라울에 이어 레알 마드리드의 2번째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구티에 대해 이제부터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상업적으로는 베컴이 레알의 최고 스타이고, 상징적인 선수는 라울이다.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스 출신이다.) 따라서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 출신 선수로서 유스때부터 레알의 선수로 400경기 이상 출전하고, 현재 팀의 부주장을 맡고 있는 구티가 레알의 진정한 프렌차이즈 스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10살에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에 입단하여 제2의 레돈도라 불리며 굉장한 주목을 받는 초특급 유망주였다. 1995년도에 레알의 성인팀으로 올라오게 되어 처음엔 주로 레돈도의 백업요원으로 활동하였다. 팀에서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교체 멤버로 투입되어 경기의 흐름을 바꿔주는 선수였다. 초기엔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작해 주전이었던 시도르프를 밀어내고 99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자리 잡게 된다. 그 후 모리엔테스가 부상당한 틈을 타 포워드로서 활약하기도 했었다.

그는 올해로 13년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그가 주전으로 항상 경기에 출전했던 기간은 실제로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도 '벤치 워머' 가 될 수도 있는 레알 마드리드 같은 거대 클럽의 특성상 유스팀에서 올라온 선수는 주전으로 자리 잡고 활약하기가 힘들다.

그는 01-02시즌 이후 지단, 피구의 입단 등 연이은 갈락티코들의 레알 입성으로 팀에서의 입지를 점차 잃어갔다. 국가 대표팀에서도 2000년 이후부터는 자주 볼 수가 없다. 그는 멀티 플레이어였지만, 그것 때문에 한 포지션에서의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해서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모이는 국가 대표에 뽑히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설도 심심치 않게 나왔었다.

그는 선수로서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가,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다. 그의 패스는 정말 순간적인 결정력이 좋으며, 굉장히 창조적이며 날카롭다. 그리고 2선에서의 침투가 좋고 파이터 정신 또한 뛰어나다. 팀에 대한 충성심도 그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작년에 있었던 as와의 인터뷰에서 팀에 대한 충성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를 찾아 볼 수 있는데, 요새 활약이 좋기 때문에 국가대표에 뽑힐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자신은 "레알에서 뛸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하고 대표팀에는 그리 미련을 두지 않는다. 레알이 자신의 전부"라고 말하며 "그 노인네(루이스 아라고네스)가 뭐라고 하던 레알의 리그 우승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선수들은 항상 클럽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는 정말 내킬 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레이지 모드'를 선보이나 항상 지적받는 그의 기복도 가히 '크레이지'이다.

레알을 거쳐간 모든 감독들이 기복이 심한 그의 능력을 전술적으로 이용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들쑥날쑥 한 그의 경기력에 이내 다들 곧 포기해서, 활용불가 판정을 받은 그의 축구 실력과 함께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서 벤치에서 머물던 시절도 꽤 있었다.

카펠로 감독은 부임하면서 레알을 거쳐간 다른 감독들 과같이 구티를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구티는 플레이는 '널뛰기'를 하던 전과는 달랐다. 지지난 시즌부터 점점 살아나던 경기력이 이번 시즌에 들어선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고 정점은 지난시즌 레알 대 세비야와의 경기에서 볼 수 있었는데 1-0으로 지고 있을 때 라울과 교체 되어 들어온 지 5분이 지난 후 그의 믿기지 않는 패스가 반니의 발에서 골이 되며 동점이 되고, 그 후 오시오의 다리 사이로 패스를 한 공이 호비뉴의 발에서 역전골로 이어졌다.

그리고 3번째 골의 시초도 그의 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왜 레알이 그를 다른 곳에 팔지 않았는지, 또한 왜 세계최고의 클럽에서 12년째 몸담고 있는지를 몸소 보여 증명해주고 싶은 듯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번 시즌이 시작될 때 슈스터 감독이 부임하면서 스나이더를 영입하고 그가 좋은 모습을 보여 줬을 때 많은 사람이 "슈스터 감독이 구티를 신임 한다고는 하지만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종반이 다가오는 지금 그는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최근 기복이 살아난 듯하지만….

이렇듯 그는 이번시즌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제 유망주라는 말보단 베테랑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다.  무적함대의 빨간 유니폼을 입은 구티의 모습은 어쩌면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기복적인 플레이가 시작되면 그의 모습을 베르나베우에서 조차 자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선수생활 내내 한 클럽에서만 보낸 선수를 언급할 때 라울, 긱스, 스콜스, 말디니만 언급하고 구티는 잘 언급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복이 어쩌고저쩌고해도 결국 베컴 지단 등 갈락티코의 폭풍 속에서도 라울과 카시야스와 함께 목숨을 지키며 레알에 남은 그다.  그는 예전부터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출로 마드릴레뇨 콧대 높은 마드리드 토박이의 모습으로 메렝게들의 흰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선수로 살아온 기간보다 앞으로 선수로 살 기간이 적게 남은 그 기복이 없었던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올 시즌에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레알의 '프렌차이즈 스타'로 남았다. 모든 사람이 알아주지 않을 때에도 백의종군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블랑코로서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갈 그의 이름은 '구티' 이다.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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