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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칼럼] 한국피겨의 또 하나의 축복, 윤예지

기사입력 2008.04.11 10:24 / 기사수정 2008.04.11 10:2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4일, 한국피겨스케이팅 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낭보가 들려왔습니다. 바로 올해 14살의 최연소 국가대표로 유명한 윤예지(과천중)가 2008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 노비스(13세 이하 출전)부분에서 우승하며 김연아가 2002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룩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윤예지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김연아 등장 이후 세계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을 유망주들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아온 선수는 바로 윤예지였습니다.

151cm에 34kg의 가녀린 체구를 지닌 어린 선수이지만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지녀야 할 재능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놓고 본다면 김연아 이후, 세계무대에서 가장 통할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윤예지입니다.

윤예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겨를 시작해서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클 수 있는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차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윤예지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해부터는 줄곧 나가는 대회마다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에서 윤예지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물꼬를 튼 대회는 2006년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초등부 1위를 하면서부터입니다. 같은 연령대의 선수들과 차별되는 유연한 스핀과 스파이럴에 높고 경쾌한 점프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2007년 전국피겨종합선수권대회 노비스(13세 이하)부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07년 회장배 전국피겨랭킹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최연소로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국내무대에서 한걸음씩 성장하며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빙판 위에서 표현하던 윤예지는 올해인 2008년엔,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주니어부 1위와 동계전국체전 주니어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김연아 이후 가장 전도유망한 선수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국내 주니어 대회를 평정한 윤예지에게 이번 2008 트리글라프 트로피 대회는 국제무대에서 검증을 받는 첫 무대였습니다. 순위권 여부를 떠나서 얼마만큼 자신의 향상된 기량을 제대로 펼치고 돌아오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윤예지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국가대표 선발되고 나서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윤예지는 쇼트프로그램에서 41.17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프리스케이팅 67.31로 2위를 차지해 종합점수에서 108.48로 2위인 미국의 켄달 위고프(107.78)를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윤예지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부분은 많았지만 첫 국제대회 출전에서 김연아 이후 이런 쾌거를 올린 것은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김연아 이후, 과연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대대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선수가 언제 나올 것이냐는 의문은 의외로 빨리 풀렸습니다. 그러나 김연아를 비롯한 한국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을 양성하는 과정에서 일나난 착오들을 윤예지를 비롯한 꿈나무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윤예지의 인상과 미소는 너무나 해맑았습니다. 그저 이런 인상으로만 윤예지를 본다면 도대체 힘들기로 유명한 피겨 훈련과정을 어떻게 버텨내는지가 의문이 됐지만 윤예지는 피겨 자체를 너무나 즐기고 재미있어하는 소녀였습니다. 평소에도 '연습벌레;로 소문난 윤예지는 늘 다른 선수들보다 한걸음 일찍 훈련장에 도착해 혼자서 빙상장과 혹은 무용실을 오가며 꾸준하게 연습하는 ‘노력파’ 선수입니다.

김연아의 경우에서도 나타났듯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본인이 그것을 즐기면서 임하지 못한다면 발전의 가능성은 더뎌져만 갑니다. 그러나 윤예지는 기본적으로 피겨를 하기에 좋은 신체조건과 꾸준한 스트레칭과 안무연습을 통해 유연하고 경쾌한 몸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으로 근력의 강화와 체력을 좀 더 보충한다면 신체가 완성되어지는 시점에서는 더욱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윤예지는 점프를 소화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현재 윤예지는 트리플 점프 중, 토룹과 살코 두 가지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월드주니어선수권을 대비하려면 트리플 러츠를 정착해야 하는데 어린 나이에 트리플 5종 세트를 모두 익힌 김연아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현재 윤예지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 두 가지 트리플 점프를 익힌 것도 큰 수확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윤예지는 해맑은 미소와는 다르게 승리욕이 강하고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신중함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피겨 연습과 안무 연습을 마치고 난 뒤에도 꾸준하게 피겨를 생각할 정도로 피겨에 푹 빠져 사는 소녀입니다.

훈련과정이 힘들고 어린 소녀가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모두 버린 채, 작은 스케이트 한 켤레에 자신의 인생을 건 윤예지는 그만큼 발전에 대한 갈망이 강하고 욕심 또한 많습니다. 현재 윤예지의 목표는 이미 정착한 토룹과 살코 이외의 러츠, 루프, 플립 등 나머지 점프 기술을 모두 트리플로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윤예지의 꿈에 머무는 일이 결코 아닙니다. 높고 경쾌한 점프를 구사하는 현재의 윤예지를 본다면 앞으로 충분히 가능할 일입니다. 이런 희망적인 바램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윤예지의 재능에도 있지만 그것보다 늘 꾸준하게 노력하는 윤예지의 모습에서 더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 외에 윤예지라는 또 하나의 축복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수들의 지속적인 출연은 김연아와 윤예지 외에 다른 유망한 선수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청신호이기도 합니다.

김연아가 늘 국제대회를 앞두고 전용피겨연습링크가 없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 힘겹게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현재 안양에 거주하고 있는 윤예지 역시 전용 연습 링크의 부재로 안양에 위치한 빙상장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과 시간을 쪼개서 빙판을 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원하는 시각에 연습을 하지 못하고 때론 늦은 시각까지 기다려서 빙판을 타야 하는 현실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또한, 김연아는 열악한 훈련환경과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 부적격한 스케이트로 인해 곤욕을 치루다 갖은 부상으로 고생한 적이 많았습니다. 결코, 이러한 과오를 윤예지를 비롯한 또 다른 유망주들에게 물려줘서는 안 됩니다. 이제 한국에서는 이러한 축복어린 선수들을 위한 기본적인 발판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온세통신이 새로운 피겨스케이팅 팀을 창단하고 김연아 파급 효과 이후 피겨를 희망하는 어린 선수들이 점차 몰려드는 현상은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그러나 현재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선수들이 맘 놓고 최상의 연습을 유감없이 펼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항상 훈련과 동반해서 치명적인 부상을 방지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윤예지에게 필요한 부분입니다. 2002년에 김연아가 13세 이하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듯이 윤예지가 순조로운 길을 걸어간다면 세계정상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 윤예지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어린 꿈나무들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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