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8 21:59 / 기사수정 2008.04.08 21:59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이런 말이 있습니다. "4강 1차전에서 이긴 팀이 거의 결승으로 직행한다."라는 말이. 그리고 저번 주 토요일, 동부와 KT&G는 1차전을 가졌고 동부가 KT&G를 큰 점수 차로 따돌리며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얘기도 있고, KT&G가 상대적으로 집중력과 높이 면에서 떨어짐을 보였다는 말도 있었고, 참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아마 팬들 사이에서도 동부가 KT&G를 쉽게 꺾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을 것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T&G와 동부는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적어도 KT&G 홈에서 동부를 만나면 KT&G는 동부에 진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필자도 참 신기해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단테 효과라는 것도 있었지만요. 그러나 동부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KT&G는 4강에서 그들을 만나 1차전을 치루였고, 첫 번째 대결에서는 패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주희정의 인터뷰에서 그날 패한 후 분위기는 많이 다운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동부 쪽에서의 표명일은 1차전에서 이겼다고 자만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지요. 둘 다 피하래야 피할 수 없는 승부였습니다.
특히나 동부는 이번 경기에서까지 이기게 되면 3차전으로 안양으로 떠나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여유를 조금이라도 가지게 됐을 것입니다. KT&G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손님이 아닐 것이고요. 두 팀 다 어떤 생각으로 이번 경기에 임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하여, 2쿼터가 끝났을 때까지만 해도 동부가 앞서갔었습니다. 시원한 3점슛을 터뜨려 가면서 홈에서의 관중을 열광시켰지요. KT&G가 조금 앞서갈라치면 다시 뒤쫓아오고, 점수를 뺏어오고 그렇게 나아가는 동부를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역시 정규리그 우승팀답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하지만, 4쿼터가 시작되면서, 뭔가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것은 동부 쪽에서 먼저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히 우리의 분위기고 우리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샌가 KT&G가 바로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다는 것을요. 황진원이 3점슛을 꽂아넣고 동부의 반복되는 턴오버를 빌미삼아 점수를 조용히 쌓아나갔던 KT&G는 어느샌가 동부를 2점, 3점차로 앞서나가고 있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4쿼터에서. 뭔가 이상해진 동부는 지지 않고 같이 점수를 쌓아가며 시간은 불과 1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또다시 두 팀은 동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1.7초 남은 상황에서 챈들러가 자유투를 두게 얻어내며 점수를 4점 차로 벌리며 그대로 KT&G가 경기를 끝냈습니다.
경기 중간에 캐스터들도 그러더군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요. 그래요. 물론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KT&G가 이긴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겠지만 1차전으로만 봤을 때,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2쿼터까지만 해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더 많았을 거라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KT&G 선수들은 그런 사람들의 예상이 무색하리만큼, 경기에서 이겼습니다.
무엇보다 경기 후 인터뷰를 가졌던 황진원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단순히 24득점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안양이 분위기가 무너질 즈음에 터져주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그마한 코트 안에서 분위기와 흐름이란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날만큼은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준 황진원은 인터뷰 때에도 수줍은 미소로 일관하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습니다.
오늘 경기를 본 팬들은 기억해 주세요. KT&G가 이긴 것은 결코 기적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고 그 경기에서 이겼을 때, 특히나 이길 확률이 더 적은 팀이 이겼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 혹은 우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의 경기는 기적도 우연도 아닙니다. 선수들이 무엇을 위해서 뛰었는지, 무엇을 얻기 위해 그토록 공을 뺏으려 악착같이 달려들었는지는 그 경기를 보았던 팬들이 제일 잘 알 것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어떤 스포츠든지 마찬가지입니다. 농구 또한 그렇고요. 누가 이길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런 세계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팀이 이겼다 해도 그것을 기적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기적이란 단 두 글자로 말해버리기엔 그들이 2시간 동안 코트에 쏟은 모든 것이 너무나 무겁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원정이라는 점과 1차전에서 한번 졌던 것에 대한 부담감 등을 모두 등에 업고 소중한 1승을 거머쥔 KT&G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3차전에서는 동부를 홈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풀어갈 그들에게 또 한 번 멋진 경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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