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4.07 20:25 / 기사수정 2008.04.07 20:25
그런데 맨유는 2003년 여름 베컴과 작별할 무렵, 새로운 7번 선수로 호날두가 아닌 파리 생제르망에서 뛰던 호나우딩요(현 FC 바르셀로나)를 낙점했습니다.(당시 빅클럽 팀들과의 영입전에서 가장 앞선 팀이 맨유였죠.) 베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축구 천재' 호나우딩요 영입으로 공격력을 강화하려던 것이 퍼거슨 감독의 계획이었죠. 그는 "베컴이 없어도 우리에겐 대런 플래처가 있다"고 말하며 오른쪽 윙어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계약 테이블 앉는데 까지 성공했지만 어처구니없는 해프닝 하나 때문에 그동안의 계획이 산산조각 무너졌습니다. 호나우딩요와 계약 당시 피터 캐년 단장(현 첼시 단장)이 그의 이름 스펠링을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Ronald'i'nho가 Ronald't'nho로 잘못 표기) 계약서가 잘못 적혀졌습니다. 이를 눈치챈 바르셀로나는 호나우딩요를 끌어들여 맨유를 제치고 영입전에서 승리했습니다.
만약 계약서에 호나우딩요의 이름이 정확히 표기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공식적으로 맨유에서 뛰기를 원했던 호나우딩요의 꿈이 이뤄졌을 것입니다. (단, 카를로스 테베즈도 맨유에서 뛰기를 원했는데 남미에서는 맨유에 대한 인지도가 무척 큰 가봅니다. ) 그가 맨유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하는 일은 없었겠죠. (호날두는 호나우딩요 영입이 실패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입했는데, 이렇게 대단한 선수가 되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호나우딩요가 퍼거슨 감독의 품에 안겼다면 맨유의 성적은 어땠을까요?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거두었던 성과를 맨유 성적에 대입시키면 지금의 맨유 업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2003/04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유의 7번 선수로 활약하게 된 호나우딩요는 루드 반 니스텔루이와 '막강한' 투톱을 형성하며 맨유 공격진을 빛냅니다.(같은 기간 호나우딩요는 40경기에서 19골 넣었으며 반 니스텔루이는 41경기에서 31골 넣었습니다.) 쉐도우 성향이 강한 호나우딩요는 타겟맨 반 니스텔루이의 활발한 공격 기회를 만드는 감초 역할을 해냈죠.
그러나 리그 우승팀은 무패 위용을 자랑하던 아스날에 돌아갔습니다.(2003/04시즌 라리가 우승팀은 바르셀로나가 아닌 발렌시아죠.)
호나우딩요와 맨유의 환상적인 하모니는 2004/05시즌부터 시작됩니다. 반 니스텔루이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웨인 루니의 등장으로 척척 맞는 호흡을 자랑했고(사무엘 에투도 같은 시기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죠. 그는 첫 시즌에 46경기 28골을 넣는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 완전히 적응된 활약을 펼치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끕니다. 그리고 2005년에 맨유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가 됩니다.
2005/06시즌에는 맨유의 통산 두 번째 트레블을 이끌었습니다. 호나우딩요(41경기 24골)는 반 니스텔루이(39경기 24골)-웨인 루니(37경기 17골)와 함께 3톱을 맡아 65골을 합작하는 가공할 활약을 펼쳐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칼링컵을 제패하는 성과를 해냈습니다.(실제로 바르셀로나는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맨유는 칼링컵을 거머쥡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었다면 첼시의 리그 2연패 독주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6/07시즌 47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하고도 경기 내용에 이상 조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언론들은 2003년 맨유 입단 당시 사진과 2006/07시즌 경기 사진을 비교하며 그의 체중이 불어났음을 확인하며 그 원인을 과체중으로 돌립니다. 그의 날카로운 돌파와 눈부신 2대1 패스는 전 시즌보다 눈에 띄게 줄었으며 첼시에게 리그 우승컵을 내주면서 맨유 팬들의 주된 비난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리고 2007/08시즌 벤치 멤버로 전락해 자신의 화려했던 전성기가 막을 내리게 됩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호나우딩요의 시대는 끝났다'는 기사를 연일 내보냈을 것이며 맨유 방출설과 첼시-인터밀란, AC밀란 이적설로 주목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호나우딩요에 이어 등번호 7번 계보를 이을 선수가 누가 될 지에 관한 추측 기사까지 내보냈겠죠.
'축구는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있듯, 분명 제가 썼던 글은 100%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호나우딩요가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다면 맨유의 업적은 지금까지의 행보와 전혀 달랐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금의 맨유 축구에 빠져있는 축구팬들이라면 '호나우딩요의 맨유'보다 '호날두의 맨유'를 더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어떤 팬들은 맨유의 7번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호나우딩요의 개인기에 탄성을 자아내겠죠.
계약서에 호나우딩요 이름을 잘못 기재한 캐년 전 맨유 단장의 실수가 치명적인 것임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맨유가 호나우딩요의 영입 실패의 아픔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은 호날두의 등장이었으며 올해 23세인 그는 호나우딩요가 부럽지 않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됐습니다.
[사진=호나우딩요 (C) FC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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