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초반부터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던 맨유와 아스날. 불과 두 달 전까지 아스날이 맨유를 승점 5점 차이로 리그 1위를 질주했지만 시즌 종료 한달을 앞둔 현재 맨유(32경기, 76점)가 아스날(33경기, 70점)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두 팀의 성적은 시즌 후반들어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팀은 최근 6연승의 오름세로 강해졌지만 다른 한 팀은 최근 1승5무1패의 부진 때문에 3위로 밀렸다. 전자 격인 맨유가 오늘 밤 9시 30분 미들즈브러전에서 승리하면 아스날과의 승점차를 9점으로 벌릴 수 있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을까?
탄력적인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주전 선수들의 체력저하
맨유 전력의 최대 자랑거리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 11명이 아닌 22명의 주전급 선수들을 보유하여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술이다. 맨유만의 두꺼운 선수층은 최근 6연승 발판을 열으며 시즌 후반에도 강한 위용을 뽐낼 수 있었다.
퍼거슨 감독은 최근 카를로스 테베즈의 체력이 저하되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박지성 같은 윙어들을 공격진으로 끌어 올리며 그의 몫을 대신하게 했다. 중원에는 5명의 옵션들을(스콜스, 캐릭, 안데르손, 하그리브스, 플래처) 골고루 기용했으며 백업 수비수인 존 오셔와 웨스 브라운의 출전 횟수도 많은 편이었다.
아스날의 큰 문제는 빅4 가운데 가장 얇은 선수층에서 나타난 체력저하. 여러 주전급 선수들이 거의 쉬지 못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강행군에 시달리고 있다. 맨유와 첼시 같은 선두권 경쟁 팀들이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로테이션으로 꾸준한 성적을 냈다면 아스날은 체력 고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종횡 무진' 호날두&루니- '동반 침체' 아데바요르&파브레가스
두 팀의 전력을 책임지는 에이스들의 활약도 대조된다. 호날두와 웨인 루니는 여전히 좋은 경기력을 앞세워 팀의 6연승을 이끌었지만 엠마누엘 아데바요르와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거듭된 체력 저하, 부진한 팀 성적에 발목 잡혀 시즌 초반과 중반에 뽐내던 위용이 보이지 않게 됐다.
호날두와 루니는 맨유의 최근 리그 6경기에서 7골, 4골 넣으며 '공격축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호날두는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으며 자신의 전성기를 쓰고 있으며 루니는 지난달 30일 리버풀전에서 2도움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위용을 꾸준히 과시했다.
이들과 반대되는 아데바요르와 파브레가스의 활약은 미미한 편. 아데바요르는 7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졌으며(공교롭게도 그의 부진은 머리를 짧게 깎았던 2월 23일 버밍엄전 부터 시작됐다.) 파브레가스는 1월 30일 뉴캐슬전 이후 골 소식이 없다. 시즌 중반까지 상대팀 골문을 마음껏 두들겼던 두 선수의 골 침묵은 아스날의 부진한 성적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돌아오는 부상 선수들 - 계속되는 부상자 속출
두 팀의 대조된 분위기를 엿보이게 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부상 선수들. 맨유는 장기간 부상에 시달렸던 게리 네빌과 미카엘 실베스트르가 이번 미들즈브러 원정 명단에 포함돼 선수층을 더 두껍게 했다. 몇달 전까지 부상이 장기화됐던 폴 스콜스와 박지성도 최근 위력적인 감각을 뽐내면서 맨유 전력의 다채로움을 안겨줬다.
아스날은 선수들의 계속된 체력 저하로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월 23일 버밍엄전에서 에두아르도가 발목을 크게 접질려 시즌아웃 되더니 바카리 사냐와 토마스 로시츠키, 로빈 판 페르시의 부상 악몽이 계속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해야 하는 체력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어 아르센 벵거 감독의 마음을 속타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