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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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는 박찬호의 앞날은?

기사입력 2008.04.02 11:02 / 기사수정 2008.04.02 11:0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빼어난 피칭을 생각한다면 박찬호의 마이너리그행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제5선발 경쟁자인 에스테반 로아이자가 700만 불의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서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박찬호보다 그를 선택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불펜진에도 합류하지 못한 것은 애석한 일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LA 다저스와 마이너계약을 했을 때부터 박찬호는 불리한 계약을 안고 친정팀인 다저스를 선택했습니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성적을 본다면 선발진이 부족한 다른 팀에서는 얼마든지 뛸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같은 LA에 연고지를 둔 팀인 에인절스와 같은 경우는 선발진의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팀입니다.

박찬호가 여러모로 LA 지역에 머무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다저스가 아닌 에인절스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타격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다저스보다 에인절스가 훨씬 뛰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박찬호는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습니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말 그대로 마이너리그에서 뛴다는 계약입니다. 감독의 메이저리그 진입 통보가 없는 경우엔 말 그대로 마이너리그에서 뛰어야 하는 조건입니다.

또한, 에인절스 같은 선발진이 부족한 팀으로 이적을 하려고 해도 마이너리그 계약은 5월 중순까지는 다저스에서 뛰어야 하는 조건도 걸려있습니다. 이러한 불리한 계약 때문에 박찬호는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이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물론 박찬호가 선수에게 불리한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하면서도 다저스에 머문 것은 내심 목표했던 바가 있어서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뛰기에 가장 편하고 좋은 LA로 귀환하는 것과 비록 계약 조건은 불리했지만 시범경기에서 좋은 피칭을 보여 메이저리거로 진입하는 것이 당초의 박찬호가 의도했던 목표입니다.

박찬호는 자신이 해야 할 모든 것은 충분히 완수했습니다. 다저스의 선발진들 중 팀의 에이스인 브래드 페니 다음으로 가장 인상적인 피칭을 보였으며 구질 역시 이전의 전성기 시절에 버금갈 만큼 위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실력과 함께 조금은 따라야 할 행운이 박찬호를 외면했습니다. 우선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 최종 25인에 들 명단에서 박찬호가 제외된 것은 바로 투수들을 12명이 아닌 11명으로 가는 방안이 박찬호에겐 가장 큰 타격이었습니다.

내야수인 팀의 중심타자 제프 켄트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서 그를 대신할 내야수 한 명이 시급한 게 현재의 다저스가 안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결국 투수 한 명을 제외하고 내야수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어쩔 수 없이 희생되었던 선수가 바로 박찬호였습니다.

시범경기 16이닝 동안 3실점에 자책점 1점대의 훌륭한 방어율과 팀 내에서 가장 안정된 피안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피칭을 보인 선수는 로아이자같은 거액 연봉을 받는 선수의 필요성과 현재 투수 한 명보다는 내야수 한 명이 더 필요한 팀의 사정으로 인해 결국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러한 결과에 크게 실망하는 내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에겐 억울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유리하지 않았던 계약을 상기하며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는 것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

일본 출신의 메이저리거들이 더더욱 많아지고 활기를 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동양권 선수들 중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 빅리거 박찬호의 행보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빅리그에서 오랜 기간 동안 노력하는 박찬호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오히려 빨리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는 것보다는 오랜만에 다시 찾은 자신의 위력적인 구질을 더욱 안정된 패턴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박찬호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구질을 잃지 않는다면 조만간 그가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 박찬호 (C) 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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