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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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싸움' 선두경쟁, 눈부신 호날두의 '내구성'

기사입력 2008.03.31 09:33 / 기사수정 2008.03.31 09:33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축구를 보는 것과 축구를 하는 것은 다릅니다. 가로 45미터, 세로 100미터 규모의 축구장에서 90분을 뛰어보신 분이라면 축구가 얼마나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핸드볼 축구 골대를 두고 45분간 경기를 뛴 후 주말 내내 다리가 풀려있네요.)

아무리 축구를 직업으로 삼는 축구선수라지만, 이런 경기를 매주 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큰 부담입니다. 주중 경기가 있으면 일주일에 두 경기를 뛰는 셈이고, 이는 한창 젊은 나이의 선수들에게도 벅찬 일입니다. 프리미어리그를 해외에서 개최하고 39경기로 늘린다는 제안이 나왔을 때, 구단과 팬들 모두 반대한 가장 큰 이유 역시 '체력적인 문제'였습니다. 한 시즌에 적게는 40경기, 많게는 60경기 가까이 소화하는 프리미어리그의 현실 아래서 선수들의 체력은 거의 한계상황입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유럽 강호들이 너도나도 '더블 스쿼드'를 꾸리는 이유 역시 체력 문제 때문이지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선두경쟁은 맨유-첼시-아스날의 3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아스날이 최근 6경기에서 1승만을 거둔 사이 맨유가 6연승을 거두며 선두로 치고 나섰고, 15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첼시가 어느덧 2위를 차지했습니다. 토레스의 상승세를 앞세운 리버풀의 최근 전적은 무척 인상적이지만, 14점에 달하는 선두와의 승점차를 생각해보면 리버풀의 우승가능성은 0%에 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아스날의 독주로 끝날 것만 같던 프리미어리그의 선두경쟁이 이처럼 혼돈에 빠진 이유 역시 다름 아닌 '체력' 문제입니다. 아스날의 현재 스쿼드는 '얇을'뿐만 아니라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가장 적절한듯 한데요. 아데바요르, 파브리가스, 갈라스 등 주전 선수들의 기량은 훌륭하지만, 이들의 공백을 메워줄 벤트너, 데니우손, 주루 같은 선수들은 경험도 부족하고 완벽한 기량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믿을만한 백업 요원이 없는 상황에서 주전들의 체력적인 '혹사'가 계속되자, 아스날은 맨유와의 FA컵 경기를 계기로 맥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승세의 첼시은 아스날에 비해 두터운 스쿼드를 갖추고는 있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랜트 감독의 선수 기용은 맨유의 퍼거슨 감독, 리버풀의 베니테즈 감독이 구사하는 '로테이션 정책'과는 다소 다릅니다. 그랜트 감독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우선으로 선발로 내보내고 있기에 체력적인 배려가 맨유나 리버풀보다는 덜합니다. 지난 주말 첼시가 미들즈브러전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은 첼시 주전 선수들이 겪고 있는 체력적인 부담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참 놀라운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사실 로테이션 정책에 능한 감독은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주전과 후보의 구분이 뚜렷한 감독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빡빡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의 일정 속에서 '더블 스쿼드'의 운용은 불가피했고, 퍼거슨 감독은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선수를 기용하며 체력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현재 리그 1위를 달리는 것은 퍼거슨 감독의 훌륭한 선수 운용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전술 속에서 골키퍼보다 더 굳건히 주전을 꿰차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입니다.

이번 시즌 호날두의 활약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기사가 나왔습니다. 23살에 불과한 이 어린 선수는 벌써부터 '레전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조지 베스트, 데니스 로와 같은 맨유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리그 28경기에서 26골, FA컵 3경기에서 3골, 챔피언스리그 7경기에서 6골을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날두는'경기당 1골'의 경이로운 기록을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주목할 점은 호날두의 경이로운 체력과 '내구성'입니다. 호날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26경기를 선발 출장하였고, 2경기를 교체로 출전하였습니다. 이 선발기록은 주전 골키퍼 반 데 사르의 24경기 선발출장기록을 넘어서는 기록입니다. 루니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울 때도, 박지성과 사아가 오랜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할 때도 호날두는 꾸준히 선발로 출장했고, 자신이 뛴 경기에서 꾸준히 골을 기록하며 지금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체력하면 박지성'이라며 박지성을 치켜세웁니다. 그러나 박지성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부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며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습니다. 에두아르두의 부상처럼 부상은 '천재지변'과 같은 것이지만, 숱한 견제와 태클 속에서도 큰 부상없이 꾸준히 출전하는 호날두의 자기관리는 우리가 존경을 표해야할 부분입니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잘 견디는 것 역시 체력관리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아스톤 빌라 전에서 퍼디난드, 에브라, 캐릭, 긱스 이 네 선수가 부상을 당해 로마전 출장이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맨유로서는 가장 심각한 부상 위기를 겪는 셈인데요, 이 상황에서 호날두의 '내구성'이 또 어떻게 빛을 발할지 두고봐야겠습니다. 긱스와 나니의 부상으로 선발출장이 유력시되는 박지성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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