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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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 다이어리]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쓴 KT&G

기사입력 2008.03.31 11:28 / 기사수정 2008.03.31 11:28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이제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었습니다.

각 6팀은 이제 챔피언이라는 산 꼭대기를 향해 서로 싸우며 올라가야 합니다. 2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T&G와 서울 SK의 경기는 플레이오프의 첫 시작을 열었습니다. 상대 전적은  KT&G가 SK에 4승 2패로 우위였지만 플레이오프라는 단기 경기는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두 팀 다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역시 플레이오프라는 특성 때문인지, 이날은 비가 오고 흐린 날씨었음에도 불구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특별한 날 답게 응원 도구도 바뀌었고 통천 또한 더 멋지고 더 크게 바뀌어 보는 사람들을 놀랍게 했지요.

 

거친 경기가 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공을 되찾으려, 뺏으려 달려드는 선수들끼리 부딪치고 넘어지며 보기에도 안쓰러운 장면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부딪침으로 인해 여러 시끄러운 상황도 벌어지곤 해 눈총을 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 후반 클라인허드가 양희종을 밀치면서 신경전이 일어나 둘 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일이 있었지요. 

  

 

그래서  KT&G쪽 벤치의 선수들과 감독이 코트로 난입해 심판에게 항의하는 등 경기 중 매끄럽지 않은 상황들이 발생했습니다. 아무래도 1분 1분이 중요하고 판정 하나하나가 중요한 만큼 다들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과열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못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다시 경기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연장전까지 간 경기의 막판에서,  SK의 볼을 스틸해 자유투까지 얻어내며 3점차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 데 공헌한 커밍스. 그는 연장전이 끝나갈 때 즈음, 슛을 성공시키고 자신의 유니폼 앞에 새겨져 있는 안양  KT&G의 로고를 들어보이는 세레모니를 선보였습니다. 그것은 마치 예전  K리그의 성남일화 소속인 모따 선수가 예전  AFC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키고 자신의 왼쪽 가슴 쪽에 있는 유니폼의 엠블럼에 키스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팀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날은 커밍스의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였습니다.

4쿼터 종료 4초도 남지 않은 시간, 양희종의 패스를 받아 제대로 된 자세로 쏘지도 못한 3점슛이 림을 통과하면서 KT&G는 연장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주희정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그 3점슛을 '마지막 승부'에서의 손지창을 연상케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사에서 '손지창 슛' 이라는 단어가 올라오기도 했지요. 그 누구도 그 상황에서의 3점슛이 림을 통과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갔던 경기가 그의 슛 하나로 인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점슛을 성공시키고 팔짝 뛰면서 기뻐할 틈도 없이 다시 연장전을 준비하던 주희정은 그 짧은 찰나 동료들과 함께 웃으며 잠시나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그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새로 쓴 셈입니다.

연장전으로 갔을 때 KT&G는 이긴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플레이오프라는 특성 때문인지 평소에는 잘 넣던 자유투도 많이 놓치곤 했습니다. 자유투 성공률 70%를 넘기는 주희정도 하나씩 놓치는가 하면 평소에는 거의 다 넣던 황진원까지 테크니컬로 얻은 자유투를 다 놓치는 등 평소보다 힘이 들어갔다는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4쿼터 종료 직전, '이겼다'를 외치던 SK의 팬들 앞에서 연장전을 만들며 결국 승리를 거머쥔  KT&G의 모습은 정말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 누구도 그 4초라는 짧은 시간에 동점을 만드는 3점이 들어갈거라 예상하는 것은 드물었을 것이고, 5반칙으로 챈들러가 퇴장당하고 역시나 3쿼터부터 파울 트러블에 걸려 있던 커밍스가 스틸하여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며 3점차로 이기는 그 모습은 더 예상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농구의 매력일 것입니다. 어떤 승부라 예상할 수는 있어도 그 끝이 어디로 도달하는지, 그래서 더 끝까지 지켜봐야 하고 동점을 만들고 급기야 상대를 이겨버리는 그 짜릿한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농구라는 스포츠에 열광하는지도 모릅니다. 플레이오프의 첫 경기를 드라마틱한 승리로 이끈  KT&G. 내일은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두번째 플레이오프전을 치룹니다. SK는 홈팬들의 응원을 힘입어 두번째는 결코 지지 않겠다며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더 뜨거워질 두번째 플레이오프전에서, 또다른 드라마를 기대해 봅니다.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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