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비행기 추락, 무인도 실종, 그리고 진실. 그래서 마냥 무거울 줄로만 알았지만, 정경호의 다 내려놓은 코믹 연기가 있었다. 정경호의 농익은 연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두면서, 동시에 후반부에 그려진 충격 전개를 더욱 빛나게 했다.
18일 처음 방송한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에서는 '국민 국밥 아티스트' 서준오(정경호 분)의 몰락기와 수난사가 그려졌다.
서준오는 밴드 드리머즈의 리더로 잘 나가는 톱스타였지만, 다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라봉희의 입을 통해 낱낱이 공개된 서준오의 몰락기는 처참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희대의 망언으로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이로 인해 드리머즈는 해체했고, 이후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신통치 않은 성적을 냈다. 드라마며 예능프로그램까지 모두 말아먹어 '국민 국밥'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과거 회상으로 공개된 서준오의 굴욕 인생사에서 정경호의 코믹 연기 내공이 힘을 발휘했다. 실감 나는 음주 연기는 시작일 뿐, 해체 기자회견에서 중국 팬들을 향해 뻔뻔하게 "따쟈하오"라고 인사하고, 마지막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애잔했다. 화장실에 숨어 음원 순위를 확인하고 자기 음원을 내려받으며 통곡하는 장면 또한 압권이었다.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 '한번 더 해피엔딩' 등에서 증명된 정경호의 장점이 200% 드러난 순간이었다.
미스터리 장르물에 코믹한 캐릭터는 자칫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경호는 최태호(최태준)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모습, 라봉희(백진희)를 향한 갑질, 신재현(연제욱)에게 독설하는 것까지 다채로운 층위의 감정을 한 회에서 모두 그려내며 서준오를 더욱 입체적 인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눈 뗄 수 없는 정경호의 원맨쇼는 지루할 수도 있는 배경 설명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1화의 절정이었던 비행기 추락 장면까지 시청자를 몰입하도록 했다.
정경호의 혼을 불사른 코믹연기도 '미씽나인'을 즐기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됐다. 앞으로 무인도에서는 서준오와 라봉희의 뒤바뀐 갑을관계가 웃음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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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