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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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회춘투' 박찬호, LA에서 꽃피울까?

기사입력 2008.03.18 11:35 / 기사수정 2008.03.18 11:3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최초의 메이저리그는 여러모로 뜻 깊은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겐 박찬호가 그 경기의 선발로 나왔다는 점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것도 인상에 남을 만한 역투를 했으니 더욱 그렇겠죠.

미국에서 열린 시범경기에서 지속적인 역투를 펼쳤다고는 하지만 먼 비행시간을 거쳐서 아직 베스트 컨디션을 펼치기에 녹록하지 않은 기후와 환경을 가진 베이징을 고려한다면 염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번 물이 오른 구질은 좀처럼 쉽게 변하지 않듯, 중국 베이징에서도 박찬호는 요즘 한창 물이 오른 자신의 구질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우선 박찬호는 마운드에 섰을 때 좋았을 때와 안 좋았을 때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는 투수입니다. 컨디션과 볼이 안 좋았을 때의 박찬호는 눈에 뛸 정도로 투구 폼이 흐트러져 있으며 공을 던지기까지의 시간도 은근히 길어지고 견제구도 많습니다. 또한 연신 땀을 흘리면서 그것을 지속적으로 닦아내는 모습도 많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올해에 비쳐진 박찬호의 모습은 그런 안 좋은 광경들이 단 한차례도 비쳐지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구질과 컨디션에 자신이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을 곧바로 표정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박찬호입니다. 투구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지고 구질을 선택할 때도 별 망설임 없이 자신감을 가지며 뿌려대는 모습은 베이징 시범경기에서도 역력했습니다.

특히나 타자 앞에서 살아서 들어가는 볼 끝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것은 구질의 정도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결코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인데 아픈 곳 없이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있다는 게 이런 구질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볼을 던질 시 지속적으로 흐트러지는 투구 폼을 한층 안정되게 가져간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면이 충족되어 보였습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직구의 스피드도 살아났지만 무엇보다 그 직구가 타자 앞에 가서도 힘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인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박찬호의 전성기 시절에만 보였던 커브의 각도였습니다. 박찬호가 타자들로부터 난타를 당할 적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타자들에게 가장 때리기 쉬운 볼은 스피드가 떨어진 직구와 낙차가 밋밋한 커브였습니다. 이런 볼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겐 참으로 놓치기 아쉬운 실투성의 볼이며 이런 구질이 난타의 좋은 재료가 되자 박찬호는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했습니다.

박찬호가 제대로 부활하기 위해선 몸 상태의 호전과 심리적인 안정감도 필요했지만 직구의 스피드 개선과 커브의 각도를 살리는 부분이 무엇보다 필요했습니다. 자신이 가장 많이 던지는 구질이 마냥 쉽게 타자들의 눈에 들어오니 그것을 개선시키는 게 필수적인 사항이었습니다.

올해 박찬호의 재기가 한층 밝게 비춰지는 부분은 바로 직구의 스피드가 빨라지고 볼 끝이 살아났으며 커브의 각도가 전성기 시절을 방불할 만큼 예리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체인지업까지 좋아졌으니 직구와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과 간간히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가미시켜 볼 배합을 가져간다면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상당히 통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현재의 박찬호를 보면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선발 감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LA 다저스의 선발진들이 워낙 풍부하다는 것이고 박찬호의 5선발 경쟁자인 에스테반 로라이자 역시 시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풍부한 투수자원에 다저스의 조 토레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입니다. 현지 LA 지역 언론들은 50만 달러의 박찬호보다 700만 달러의 고액연봉을 받는 로라이자가 선발진 합류에 더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박찬호 본인과 팬들의 욕심이라면 당연히 선발진을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발진이 부족한 다른 팀을 제외한다면 다저스에서의 박찬호는 중간계투진으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론 박찬호의 위치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박찬호가 본인의 기량을 회복하고 좋은 구질을 다시 찾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선발이냐 혹은 중간계투이냐는 것을 떠나서 항상 노력하고 성실한 박찬호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최고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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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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