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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산전수전 겪은 찬호, '재기 희망'의 비결은?

기사입력 2008.03.12 11:59 / 기사수정 2008.03.12 11:5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한국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봤을 때, 풀타임 리거로 활약 할 만한 선수를 찾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미 서재응(KIA)과 김선우(두산) 등은 국내 리그로 복귀했고 정영일(LA 에인절스), 남윤희(텍사스) 등의 유망주들은 확실한 낭보를 전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재기의 희망을 쏘아올리고 있는 박찬호(LA 다저스)의 소식에는 귀 기울여 볼 만 합니다. 

비록, 그는 2001년 말 텍사스 레인저스와 거액의 대박을 터트리고 난 뒤 보였던 미비한 활약으로 인해 역대 최고의 먹튀 선수 중 한 명이란 불명예스러운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또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뉴욕 메츠, 그리고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가 마침내 다시 돌아온 친정 팀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그는 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박찬호는 다른 빅 리그에서 활약했던 한국 선수들과 뚜렷하게 차이점을 보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야구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이후, 전성기가 지난 뒤 마이너리그나 독립리그에서 지속적으로 뛰는 왕년의 선수들은 대개 야구 자체가 좋아서 부와 명예와는 상관없이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야구 자체에 감화되어 늦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오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비록 환경자체가 선수로 뛸 조건이 미국만큼 잘 되어 있지 못하지만 단순히 직업적인 일로가 아닌 야구 자체를 즐기며 지속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가 드물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박찬호같은 선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와 명예에 비해 너무나 많은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며 빅리그 생활을 해왔습니다. 자신의 한 경기, 한 경기가 방송 전파를 타면서 한국에서 생생하게 중계되고 조금만 부진한 모습을 보여도 여기저기서 수많은 입방아가 봇물 터지듯 나오니 과연 그가 얼마나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선수 생활을 했는지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울 때에도 끝까지 야구에 대한 집념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미 금전적인 액수는 충분히 만족할 만큼 얻은데다가 그를 괴롭혔던 고질적인 허리부상과 한국 언론에서 비쳐지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감안했다면 오히려 야구보다 훨씬 편한 삶을 택했을지도 모릅니다.

박찬호란 선수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올 때마다 끝까지 야구를 선택하며 묵묵히 걸어온 보기 드문 선수입니다. 이미 박찬호를 수년 동안 접하고 따라다닌 주변인들의 의견도 그러하며 지난 올림픽 1차 예선 전에 박찬호가 참가했을 때, 당시 투수코치였던 선동열 삼성 라이온스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게 박찬호의 성실함과 야구에 대한 열정을 배우라고 쓴 소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웠던 많은 세월동안 묵묵하게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 품고 성실하게 훈련해온 결과는 언젠가는 다시 빛을 보게 마련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11일 미국 볼티모어 오리올스팀의 홈구장인 포트러더데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오리올스와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박찬호는 3이닝동안 9타자를 맞아 한 명도 루상에 진루시키지 않은 채,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이것으로 이번 시범경기에서 3게임 등판, 7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특히, 박찬호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은 것과 동시에 선동열 감독의 조언과 과외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국가대표팀이 오키나와에서 훈련에 임했을 때 박찬호의 구위를 목격한 선동열감독과 동료 투수들은 변화구는 제법 각도가 예리하지만 직구의 위력이 떨어져 있는 게 문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흐트러진 투구 폼을 다시 수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특히나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에다가 빅리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박찬호는 자신의 경험을 발판삼아 그것을 올바르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이번 오리올스와의 시범경기에서는 140km 초반대로 떨어졌던 직구의 스피드가 148km까지 나왔으며 볼 끝도 살아있었습니다. 야구에서 비단 투수들만이 아닌 타자들도 여러 가지 지적사항을 받는데 문제는 그것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입니다.

최근 시범경기에서 나타난 박찬호의 호투를 생각하면 이러한 지적과 박찬호의 습득은 상당히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박찬호 스스로가 재기에 힘쓰는 자극이 되었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현재 박찬호는 선발 경쟁이 치열한 다저스에서 5선발 안에 진입하자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래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들어온 박찬호가 조 토레 다저스 감독에게 어필하려면 앞으로 이러한 호투를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박찬호가 올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그의 끝나지 않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은 분명히 인정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전성기 시절 좋은 결과로 많은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준 박찬호였지만 이제 박찬호 스스로가 새로운 야구 인생을 설계해나가고 반드시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가 되는 것보다 지금 현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기량을 보이는 데에 더욱 초점을 맞추며 그를 응원해줘야 할 것입니다.

[사진=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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