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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스포이트] '마스터' 박일현 미술감독 있어 가능했던 이병헌의 그 대사

기사입력 2017.01.06 15:24 / 기사수정 2017.01.06 15:2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가 꾸준한 흥행세로 600만 고지를 돌파했다.

12월 21일 개봉한 '마스터'는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엄지원, 오달수, 진경 등 배우들과 각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영화계 스태프들이 모여 시너지를 더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조의석 감독과 박일현 미술감독의 인연. 또 이들의 오래된 인연에서 비롯된 에피소드 덕분에 영화 속 진회장(이병헌 분)의 강렬한 대사 한 마디가 탄생할 수 있었다.

조 감독은 "'마스터'를 작업하면서 정말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며 박 미술감독의 이야기를 꺼냈다.

'군도:민란의 시대'(2014), '허삼관'(2015), '히말라야'(2015), '검사외전'(2016) 등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했던 박 미술감독은 2002년 조 감독의 입봉작인 '일단 뛰어'로 인연을 맺었다. '마스터'로 무려 1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셈이다.

박 미술감독은 '마스터'에서 진회장의 밀실은 물론, 원네트워크 사무실과 지능범죄수사대 분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감각적인 미술을 선보였다.

박 미술감독은 진회장의 밀실에 어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고, 조 감독은 예산 문제 등을 고민하며 한참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일단 뛰어' 시절 당시 수조로 고생했던 두 사람의 과거 에피소드가 함께 엮여있었다.

"'일단 뛰어' 때 화장실 장면이 있어요. 화장실에 물이 가득 차서 도둑 두 명이 물에 둥둥 떠 있다가 화장실이 터지면서 나오는, 그런 장면이요. 그것을 찍으려면 카메라를 대야 하니까, 수조를 만들었어야 했어요. 그런데 수조가 두 번이 터졌었거든요. 미술감독님이 수조를 만들었다고, 보러 오라고 하셔서 생수를 채운 수조를 보고 있는데, '펑' 터지는 거예요.(웃음) 그리고 그 다음에 또 보러갔죠. 미술감독님이 이번에는 완벽하다고 하시기에, 제가 장난도 칠 겸 수조 근처로 갔어요. 거기에 보면 실리콘들로 막아놓은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물방울이 하나둘씩 나오는 거예요. "여기 물 새는데?"라고 제가 미술감독님한테 말하는 순간, 수조가 '펑' 터진 거죠. 그리고 저는 그 몇 톤 되는 물에, 정말 만화처럼 휩쓸려 갔었어요.(웃음)"

조 감독의 말을 빌리면, 박 미술감독 역시 이 날의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가급적 물을 사용하는 미술은 구상하지 않았단다. '허삼관' 당시 조그마한 어항을 놓았던 것이 오랜만에 물과 함께 한 작업이었다고. 그리고 그 이후, 박 미술감독이 가져 온 '마스터' 속 진회장의 밀실 콘셉트 디자인에는 어항이 담겨 있었다.

"또 터뜨리려고 그러느냐"면서 장난스레 타박하는 조 감독에게 박 미술감독은 "이번엔 진짜 안 터뜨리겠다"는 약속을 하며 그간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마스터'로 풀겠다는 의지도 함께 내보였다. 안 된다고 거절한 조 감독의 마음을 돌린 것은 결국 진회장의 이야기에 너무나 적확했던 콘셉트 디자인이었다.

"미술감독님이 (어항 속에 들어있는) 잉어가 중국에서는 다산의 상징이고, 돈의 상징이라면서 이야기를 풀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을 보니까 말릴 수가 없었어요.(웃음) 그리고 사실, 공간에 너무나 잘 어울렸었죠. 저의 단 한 가지 걱정은 터질까봐.(웃음) 미술감독님이 라이팅까지 콘셉트로 해서 보여주시는데 느낌이 좋더라고요. 잉어들이 이렇게 있고, 천장에서 빛이 떨어지고. 그렇게 보고 있는데, 진회장이 필리핀으로 도망칠 때 말하는 대사가 그 때 생각이 난 거예요."

영화의 배경이 필리핀으로 넘어가기 직전, 밀실에서 도망치는 진회장이 넓은 수조 속 가득 헤엄치고 있는 잉어들을 향해 "이제 너희들 밥은 누가 주냐"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다.

"그 대사가 딱 떠올랐어요. 미술감독님은 돈의 상징 같은 것들을 생각하셨다면, 저는 원네트워크 회원들을 떠올린 거죠. 결국 '너희들 밥은 누가 주냐'는 것은 회원들에 대한 이야기인 거예요. 진회장이 중의적으로 표현을 한 거죠. '누군가는 (잉어에게) 밥을 주겠죠, 아니면 죽거나' 이런 게 아니라, 자기가 버리고 가는, 또 속이고 가는 회원들에 대한 이야기인 거예요. '너희들은 나한테 속았던 거야, 난 이 돈 갖고 도망간다' 이런 마음이요. 정말 나쁜 놈인거죠.(웃음)"

조 감독은 "형이 이걸(어항) 한다고 해서 이 대사가 나왔어"라고 박 미술감독에게 이야기를 전하며 함께 기뻐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여기에, "좋다"라고 시원하게 응한 뒤 현장에서도 너무나 멋진 연기로 결을 더해준 이병헌의 호연이 더해지며 '마스터'의 강렬한 한 장면이 그렇게 완성될 수 있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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