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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태-안경현, '봄은 오지 않았다'

기사입력 2008.03.04 17:52 / 기사수정 2008.03.04 17:52

박현철 기자


봄이 왔건만 봄은 오지 않았다(春來不似春)

'안샘'이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안경현(38. 위 사진, 두산 베어스)과 90년대 말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던 정민태(38. 아래 사진, 우리 히어로즈 방출). 둘은 출신 대학은 달랐지만(안경현-연세대, 정민태-한양대)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 하기도 했던 동갑내기다.

각각 한 팀의 주전 내야수와 주축 투수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두 노장. 그러나 그들에게 2008년 3월은 너무나 혹독하다.

안경현, '내 땅은 있을까?'

대만 타이중에서 야구 대표팀 조련에 힘쓰고 있는 김경문(50) 두산 감독은 지난 2월 28일 "두산을 빠르고 젊은 선수들의 팀으로 탈바꿈 시키고자 한다. 지난 시즌까지 안경현이 지켰던 1루에는 정원석(30)을 중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히며 안경현을 주전 라인업에서 '일단' 제외했다.

안경현은 이에 대해 일단 담담한 표정이다. 안경현은 지난 3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선수에 대한 출전 권한은 감독님 고유의 것이다. 내가 뭐라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다른 해에 비해 훈련에 매진했으니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잘 풀어 놓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산의 1루는 정원석 외에도 빈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선수들이 있어 안경현의 입지는 '좌불안석'과도 같다. '장타력'만큼은 팀 내 최고를 다투는 최준석(25)도 1루에 설 수 있으며 2군에서는 2006'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 주역이던 이두환(20)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1루를 놓고 다투는 경쟁자들에게는 저마다 약점을 가지고 있어 안경현에게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원석은 2루수 출신이라 순발력이 있지만 1루에 놓기에는 타격이 기대에 못 미친다. 최준석은 순발력에서 다소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두환은 1군 실전 경험이 거의 없다.

'젊은 두산'을 만들기 위해 또 한 번의 세대교체를 준비 중인 김경문 감독. 프로 17년 차에 접어 든 노장 안경현은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김 감독의 관심을 다시 한 번 사로 잡을 수 있을까?

정민태, '내 팀은 있을까?'

정민태는 안경현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정민태는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승계한 우리 히어로즈 측과 지리한 연봉 협상 끝에 4일 자진해서 '방출'을 요구했다. 당장 누울 곳이 없어진 상황.

4일 자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된 정민태는 "아직 내게 연락한 팀은 없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고향(인천) 팬들 앞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인천을 연고로 한 팀은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석권한 SK 와이번스다.

정민태의 발언에 대해 SK 측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성근 SK 감독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역 스타가 필요한 팀이다. 개인적으로는 반가운 이야기인데 구단과 이야기를 해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 주었다.

정민태가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의 여부는 다름 아닌 구위에 있다. 정민태가 지난 3년 간 승리 없이 9패(평균 자책점 8.01)로 부진했던 이유에는 뚝 떨어진 직구 구위에 이유가 있었다.

현대의 사령탑을 맡았던 김시진 전 감독은 지난 시즌 중, "(정)민태는 주로 130km/h대의 슬라이더를 직구와 주로 섞어 던졌다. 예전처럼 몸쪽으로 묵직한 직구를 꽂아 넣던 시절이라면 변화구 치고는 빠른 편인 슬라이더와의 조합이 좋아 타자를 제압하기 쉬웠지만 직구 구위가 떨어지면 슬라이더도 난타 당하기 쉽다."라고 밝혔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봤던 스승이 밝힌 부활의 관건은 '직구 구위 회복'이었다. 그러나 직구 구위가 예전만큼 회복되었다고 해도 현재 나머지 7개 구단은 전력 보강을 거의 다 끝마친 상태다. '무적 선수' 정민태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현대 유니콘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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