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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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위의 아티스트, 데이비드 베컴

기사입력 2008.03.01 18:35 / 기사수정 2008.03.01 18:35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LA 갤럭시 한국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3월 1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 서울과의 친선 경기였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유독 빛난 선수는 단연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베컴은 비록 친선경기이긴 했지만 왜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인지, 왜 유독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지 증명해보였다.

갤럭시의 '마에스트로', 데이비드 베컴

LA 갤럭시 전술의 핵심은 역시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베컴은 중앙미드필더와 오른쪽 측면미드필더 위치를 오가며 자신의 장기인 정확한 롱패스를 공격수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갤럭시의 공격진을 이루는 브라이언 조단과 카를로스 루이즈가 비교적 단신이기에 베컴은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해 크로스를 올리는 대신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정교한 패스를 공급했다.

베컴은 공격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베컴은 수비시에 좌우 윙백의 수비를 도우면서 적극적인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베컴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은 빠른 역습으로 이어졌고, 역습 상황에서 포백을 사용하는 서울은 양쪽 측면수비에 공백이 생기며 갤럭시 공격수에게 공간을 내주었다. 베컴은 말 그대로 '공수를 조율하는' 갤럭시의 '마에스트로'였다.

베컴이 있는 한 모든 세트플레이는 서울에 엄청난 위협이 되었다. 전반 15분, 갤럭시가 코너킥을 얻자 모든 관심은 베컴에게 쏟아졌고 코너로 달려가는 그에게 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사비에르의 헤딩이 김호준 골키퍼에 잡히긴 했지만 그의 아름다운 코너킥에 팬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전반 20분, 많은 팬들이 고대하던 갤럭시의 프리킥 찬스가 찾아왔다. 골대 정면 35미터 위치에서 서울의 반칙으로 갤럭시가 프리킥을 얻었고, 모두의 예상대로 베컴이 프리킥을 차기 위해 공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베컴은 강한 슈팅 대신 기습적인 칩 패스를 올려주었고, 이 공은 정확하게 쇄도하던 알란 고든에게 전달되었고, 고든은 가볍게 공을 건드려 갤럭시의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베컴의 노련함과 정교한 오른발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골이었다.

전반 35분 강력한 오른발 프리킥이 루이즈의 헤딩으로 연결되며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찬스를 만든 베컴은 주장으로서 심판에게 적절하게 어필하는 등 노련한 면모를 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충돌을 빚은 이청용에게 무리한 태클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6년간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을 맡은 선수답게 베컴은 효율적으로 심판을 압박하며 주장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체력적 한계를 보여준 후반전

후반전 들어 베컴은 전반전보다 적극적으로 공격 진영에서 돌파를 시도했다. 수비 진영에 치우쳐 역습 위주의 공격에 주력하던 전반전과는 달리, 후반전 들어 베컴은 최전방 공격수들과 비슷한 위치에 서며 적극적인 돌파로 골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30살을 넘긴 베컴의 체력적인 부문을 고려한 갤럭시의 전술적인 변화였다.

해외 투어의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피로 때문인지, 베컴의 활동량이 줄어든 때문인지 갤럭시는 전반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베컴 역시 체력적으로 완벽한 상태가 아닌 듯 쉬운 패스를 놓치는 등 전반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틈을 타 서울의 젊은 선수들은 갤럭시를 강하게 압박했고, 덕분에 서울은 후반 내내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1-1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간 경기에서 베컴은 첫 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갤럭시는 베컴을 제외한 모든 키커의 골이 김호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승부차기 1-2로 서울에 패배하고 말았다. 베컴은 팀이 패배하자 씁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벤치로 돌아갔다.

후반전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베컴은 팀의 주장이자 플레이메이커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세계 최고의 프리키커라는 명성에 걸맞는 멋진 프리킥을 선보이며 팀의 선제골에도 기여했다. '매력남' 베컴의 가장 큰 매력은 축구장 위에서 뛰는 모습이라는 것을 어김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사진=데이비드 베컴이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다 (C)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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