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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나마나] 오범석 "저는 아직 레베루가 안 되잖아요…"

기사입력 2008.02.07 01:49 / 기사수정 2008.02.07 01:49

이우람 기자



위기에 몰렸던 허정무호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에서 압승하며 월드컵을 향한 첫 단추를 잘 꿰맸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맞붙어 곽태휘와 설기현, 박지성의 연속골에 힘입어 4-0 대승을 거뒀습니다. 모처럼 대표팀의 기쁜 대승 소식처럼 이 날 경기장에서는 이래저래 재밌는 얘기도 많았는데요, 이를 정리해서 전해봅니다. -편집자 주-

오범석 "저는 아직 레베루가 안 되잖아요…"



후반 25분 박지성 선수의 멋진 쐐기골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허정무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로 좋은 활약을 펼친 '주장' 김남일을 대신해 이관우를 투입합니다.

자연스레 누가 주장 완장을 뒤이어 받을지 관심이 모였는데요,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오범석(24)선수였습니다. 사연인즉, 교체로 들어가기 직전 김남일 선수가 '반강제적(?)'으로 직접 채워줬기 때문이라는데요. 때아닌 주장 완장에 오범석 선수는 깜짝 놀라 어찌할 줄 몰라 하시더군요.

어쨌든 오범석 선수는 그 이후 20여 분간 주장으로서 경기를 잘 마무리 지었는데요, 경기를 마치고 오 선수를 만나 그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 주장 완장을 찬 소감이 어땠나요?
깜짝 놀랐어요. 처음에(김) 남일 이형이 던져주기에, 이게 뭔가 놀래서 피했는데 그걸 직접 저한테 채워주더군요. 차마 양심삼 그걸 찰 수가 없어서 (김)두현이형한테 전해드리려고 하는데, 절 외면하시던데요 (웃음)

- 대표팀 주장이면 한번 맡아보고 싶지 않나요?
-아, 그게 제가 아직 주장을 맡아본 적은 없어요. 거기에 저는 아직 레베루가 안 되잖아요. 어쨌든 별일 없이 경기가 끝나서 다행이에요. (안도의 미소)

- 오늘 경기는 어땠는지요?
경기전에 (설)기현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의도한 대로 경기가 잘 풀려서 기분이 좋네요.

- 새로 합류한  팀은(러시아 1부리그 사마라FC)는 어떤가요?
아직 그쪽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가 없어요. 스페인 전지훈련지에는 설 쇠고 10일 이후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그곳은 어떤 동네죠?) 아, 러시아 모스크바 남쪽으로 800km 떨어져 있고, 볼바강의 줄기에 있는 공업 도시랍니다……. (중략)

세계 지리 교과서에서 나올 법한 오범석 선수의 모법 답안으로 러시아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 다시금 알게 됐습니다. 아울러 얘기를 듣다 보니 있을 곳이 편한 곳은 아닐 듯하던데, 그럼에도 먼 타지에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고 도전장을 내건 오 선수의 열의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설기현 선수처럼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 더 큰 선수로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매년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오범석 선수이기에 더욱 기대가 됩니다.

* 오범석 선수는 한편으로는, 이적을 놓고 빚어진 전 소속팀과의 마찰에 대해 다소 걱정을 하시더군요. 상호간 좋은 결과가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살을 예리는 영화 -8도의 날씨에도 이 날 경기장에는 25,738명 축구팬이 찾아 오셨습니다.

정말 춥더군요. 짐이 많았음에도, 거기에 담요를 더 챙기지 못한 것을 후회할 정도였습니다. 챙겨간 핫팩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더군요. 뜨거운 물이 나오는 기자실의 온수기도 인산인해를 이루더니, 많은 사용량으로 바로 미지근해졌습니다.

축구팬의 입장에서 경기장에 놀러갔다면, 몸이라도 신나게 들썩이며 응원으로 추위에 맞서 볼 땐 테, 취재를 하러 간 입장이니 얌전히 경기에만 집중해야 했었습니다. 갑자기 지난여름의 피스컵 취재가 몹시 그립더군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매서운 동장군을 원망하고 있을 때,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은 바라보니 왜 이런 걸로 엄살을 피우느냐고 반문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비록 경기에서는 실력 차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한국 선수들이 긴 팔 상의-털장갑으로 무장한 것에 비해 투르크메니스탄 선수들은 반 팔- 반 바지로 경기장에 나섰더군요. 

* 투르크메니스탄의 기후는 뚜렷한 대륙성 건조기후로 기온의 연교차·일교차가 크다. 습도가 낮고 증발이 높으며 강수량이 적다. 여름은 무덥고 건조하며, 겨울은 온화하고 때때로 약간의 눈이 내린다. 짧은 봄은 습윤하며 가을은 건조하다. 1월 평균기온은 북동부에서 -5℃, 남부에서 4℃ 정도이며, 최저기온은 북동부에서 -32℃, 남부에서 코페트다크산맥이 -29℃, 카스피해 남부 연안에서 -10.3℃이다. 



▲ 박주영 선수가 곽태휘 선수를 축하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천진난만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입니다.

박주영인 줄 알았어!

이 날 경기서 대표팀 첫 골의 주인공은 중앙 수비수 곽태휘 선수였습니다. 550분 동안 이어오던 대표팀의 골 가뭄을 씻은 값진 골이었는데요, 이 골을 놓고 몇몇 사진 기자분들의 재미난 일화도 있었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설기현 선수가 방향을 젖히는 속임 동작에 이어 왼발로 크로스를 올린 것을 곽태휘 선수가 머리로 받았는데, 문전 앞이 혼전이었던지라 처음에는 박주영 선수가 넣은 걸로 아셨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후 박 선수가 골인지 반신반의하던 곽 선수를 향해 멋지게 달려간 장면만 그 순간 카메라에 보였기 때문이라는데요.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곽태휘 선수의 골 세리머니가 끝나 동료 선수들과 엉켜 있는 모습만 보였다고 하시면서, 미소(?)을 지으시며 억울해하시더군요. 



'3초 박지성'에게 속다

경기가 끝나면 기자들도 바쁩니다. 결과를 전하는 기사를 보냄과 동시에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부리 나게 이동해야 합니다. 공식 인터뷰에 응하는 감독들과 달리, 선수들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질 기회는 이곳이 유일하게 때문이죠.

그런데 이 믹스트존 인터뷰라는 것이 시간이 워낙 짧기 때문에 늘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타 매체 기자분들과 함께 물어보고도 몰래(?) 뒤로 돌아가 추가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는데요,  이번에는 박지성 선수에게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듯한 선배 기자님께서 복도 끝에서 박지성 선수를 붙잡고 이래저래 질문을 물어보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날름 달려가 물어봤습니다. "박 선수~"

그런데 이게 웬일? 박 선수는 맞는데, 이름이 다르더군요.

바로 '3초 박지성' 박원재 선수였습니다. 몰랐는데 정말 두 선수가 닮았더군요.

박원재 선수는 이 날 경기서 드디어 선배인 박지성 선수와 함께 같은 피치에서 뛰었습니다. 비록 박원재 선수는 추가 시간까지 합해 8분이라는 짧은 출전 시간을 뛰었지만 그 8분간 선배 박지성과 함께 경기장을 누볐죠.  더구나 박지성 선수의 침투패스를 이은 슈팅을 날기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함께 경기를 뛰니 기분이 좋았어요. 지성이 형의 플레이를 보니 배울 점이 많았어요. 앞으로 노력해서 지성이 형만큼 하고 싶어요." (박원재)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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