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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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박정민, 그가 만드는 새로운 '로미오'

기사입력 2016.12.19 09:31 / 기사수정 2016.12.19 10:32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참 어려운 작품”이라고 입을 뗀 배우 박정민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로미오에 대한 생각에 여념 없었다. 그만큼 부담되고, 또 걱정되는 작품임이 틀림없다.

박정민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9일 개막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인공 로미오로 출연 중이다. '내 인생에 로미오가 있을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어느새 줄리엣과 사랑에 빠진 로미오가 돼 관객을 만나고 있다. 

“참 어려운 작품이에요.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는데 읽어본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도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더라고요. 저도 이런 작품이었는지 본격적으로 생각한 건 처음이에요. 대본을 읽었을 때는 ‘이게 뭐야’ 했어요. 개연성이 뛰어난 요즘 작품처럼 디테일이 개연성 있게 흘러가지 않고 갑자기 큰 사건이 빵빵 일어나요. 배우들이 채워나가야 할 행간들이 많더라고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유희, 그리고 미사여구가 가득한 아름다운 대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번 연극 역시 셰익스피어 언어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무대는 현대적이나, 대사를 통해 고전적인 매력을 풍긴다. 

“아름다운 문장과 행동 사이에 배우들이 채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게 부담되고 힘들었어요. 지금도 채워가는 과정인 것 같고 계속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나와 있지 않은 행간을 상대방과의 호흡으로 채워야 해요. 1막의 코미디 부분이 그래서 만들어진 거고요. 원작에 있는 대사들인데 어떤 호흡으로 하면 재밌을지, 말이 될지, 꼼꼼하게 찾아가야 하는데 아직 다 못 찾고 있어요. 열심히 찾아서 막공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로미오와 줄리엣은 14~16세에 만나서 첫눈에 반하고 불꽃 같은 사랑에 빠졌다. 고작 10대 중반이다. 클래식하고 로맨틱하지만, 동시에 치기 어리다.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이란 쉽지 않다. 박정민의 로미오는 능청스럽고 장난기 많은 인물과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남자를 오간다. 자신만의 로미오를 만드는 중이다. 

“외적으로 10대를 연기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되면 저나 근영이 뿐 아니라 벤볼리오, 머큐쇼, 티볼트 모두 아이같이 연기 톤을 잡아야 하거든요. 욕심내서 하면 더 톤이 안 맞게 돼요. 그래도 사랑을 속삭이고 만지고 싶고 하는 모습들은 생각해봤어요. 30대의 저도 사랑에 빠지면 그렇게 하고 싶어 하고 10대들도 그렇잖아요. 그런 순수한 감정들이 아이처럼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극단적인 사랑 이야기다. 로미오는 줄리엣이 가짜 독약을 먹은 줄 모르고 슬퍼하다 자신도 독약을 먹는다. 폭풍같은 이들의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다. 이런 사랑 이야기를 바로 체화하기란 쉽지 않을 터다. 종종 고뇌 어린 표정을 비춘 그는 “좌절이 아닌 환희로 접근하니 또 다른 연기가 나오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애나 사랑을 안 해본 것도 아닌데. 이런 극적인 사랑을 안 해봐서인지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 없어서인지 처음에는 이해가 별로 안 됐어요. 이후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출님 말씀이 줄리엣이 죽었을 때 남는 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처음엔 몰랐는데 요즘 조금씩 찾아가고 있어요.
 
첫 공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요. 첫 공 때는 오열하면서 죽었다면 지금은 기쁜 마음으로 죽어요. 독약 먹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구나 라는 마음을 좌절이 아닌 기쁨과 환희로 접근하니 또 다른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로미오의 감정을 이해할수록, 불같은 사랑 연기도 자연스러워지게 마련이다. 로미오의 눈으로 줄리엣 문근영을 사랑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문근영이라는 여인을 제가 사랑해야 관객들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관객분들에게 들킬 것 같아서 최대한 사랑하고 있답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샘컴퍼니

[XP인터뷰②] 박정민 "무대서 쓰러져도 여한 없을 정도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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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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