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신태성 기자] 지네딘 지단 감독의 지휘 아래 레알 마드리드가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레알은 23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주제 알발라데서 펼쳐진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차전에서 스포르팅 리스본을 2-1로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단 감독은 포메이션에 구애받지 않는 전술지시로 실리를 챙겼다.
이번 경기서 지단은 지난 20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0으로 완파했던 선발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그러나 선수들의 움직임은 아틀레티코전과는 또 달랐다. 당시 선수들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많이' 뛰는 경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영리하게' 뛰었다.
레알은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호날두와 이스코가 공격수로, 베일과 바스케스가 좌우 날개로 나섰다. 막상 경기가 진행되고 나니 이러한 포지션 개념은 별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움직임은 호날두와 베일, 바스케스 사이에서 일어났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호날두는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리를 이동했다. 이에 맞춰 바스케스가 중앙으로 침투하기도, 베일이 우측면으로 넘어오기도 했다. 스포르팅 수비수들은 계속해서 수비 대상이 바뀌자 대인방어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스케스와 카르바할은 우측면에서 수비와 공격을 번갈아가며 맡았다. 반대편에서는 경기 운영 능력이 탁월한 마르셀루가 공을 잡고 전진하자 코바시치가 수비를, 이스코가 공격을 돕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보통 풀백이 공격에 가담하거나 측면 공격수가 수비를 거드는 것은 흔하지만, 역할 자체를 교대로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 레알에서 특이했던 점은 바로 중앙 수비수 자리에서도 포지션 파괴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모드리치와 코바시치는 빈 공간이 생기면 언제든 가서 메워줬다. 라모스와 바란의 얼굴을 중원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알 선수들의 뛴 거리 총합은 108.1km로 스포르팅의 109.5km와 비교했을 때 더 적었다. 단순히 활동량을 늘린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경기장을 사용한 것이다. 덕분에 지단은 승리와 체력 안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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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