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종서 기자] "지금처럼만,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
지난 7월 8일 LG 트윈스는 스캇 코프랜드를 대체 외국인 투수로 데이비드 허프를 영입했다. 허프는 영입 발표 이틀 뒤 한국에 입국했고, 14일 잠실 한화전에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포수는 유강남. 그렇게 두 배터리는 KBO리그 첫 호흡을 맞췄다.
이후 세 경기에서는 신인 포수 박재욱이 선발 마스크를 썼지만, 허프와 유강남은 점점 짝을 이루는 시간이 늘어났다. 올 시즌 13차례(선발 11번) 등판한 허프는 유강남과 호흡을 맞춘 10경기(선발8경기)에서 60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13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정규시즌의 활약을 인정받은 허프는 지난 10일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비록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허프는 7이닝 2자책(4실점) 호투에도 패전을 떠안았지만, 그는 에이스 자격을 한껏 증명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 2차전까지 넥센과 1승 1패를 기록한 가운데,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내기 위한 분수령이될 경기에서 허프는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전까지 LG는 유강남이 선발 포수로 나온 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기록했다. 노련한 포수 정상호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유강남은 '가시 방석'과 같은 가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정상호가 잘해주고 있지만, 투수에 포수를 맞춰야 한다. 정상호는 허프의 공을 받아본 적이 없다. 또한 호흡에 유독 잘 맞는 선수가 있는데, 허프와 유강남이 그렇다"며 둘의 호흡을 높게 사며 유강남에게 기회를 줬다.
양상문 감독의 믿음을 등에 업은 유강남은 몸쪽 빠른공, 바깥쪽 체인지업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넥센 타자들을 상대했다. 허프-유강남 배터리는 이번에도 역시 7이닝 1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꽁꽁 묶은 뒤 8회 함께 전광판에서 이름을 지웠다. 결국 팀이 4-1로 승리하면서 허프는 KBO리그 포스트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허프의 공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유강남의 '믿음의 볼배합'도 돋보였다. 유강남은 몸쪽 직구, 바깥쪽 체인지업이 주를 이룬 볼배합에 대해서 "허프는 몰리는 공이 없다. 타자가 안다고 해도 못치고, 치더라도 파울이 될 수 밖에 없는 곳에 공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포수로서 투수를 잘 이끌었던 유강남은 홈런까지 터트리면서 허프의 어깨를 한껏 가볍게 해줬다. 0-0으로 맞선 4회말 유강남은 신재영의 초구 직구(138km/h)를 공략해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아치를 그렸다. 이날 경기의 선취점이자 결승 홈런이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후 "유강남의 홈런이 허프가 호투를 이어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프 역시 "오늘 유강남이 호흡을 잘 맞춰줘서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서 그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편안하다. 유강남에게 특별히 원하는 점은 없다. 지금처럼 했던 것을 그대로 가면 좋겠다"고 유강남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였다. 또한 경기 종료 후 허프는 데일리 MVP로 선정된 유강남에게 물을 뿌리며 축하해줬고, 인터뷰 중간 중간 유강남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한껏 친근함을 한껏 과시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을 남겨둔 LG가 가을야구에서의 순항을 계속 이어간다면 허프의 선발 등판은 3차례 정도 될 전망이다. 이들의 '찰떡호흡'이 계속 이어진다면 LG는 2016년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가을의 기적'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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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기자 bellstop@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