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테헤란(이란), 조용운 기자]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의 막이 곧 오른다. 원정팀의 무덤으로 알려진 아자디 스타디움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가득차 검은 지옥으로 변했다.
아자디가 주는 위압감은 사실이었다.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아자디 스타디움은 요란한 추모 행사가 펼쳐졌다. 한국과 이란의 경기당일인 11일 현지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추모일인 타수아(Tassoua)다. 타수아는 시아파 3대 지도자인 이맘 호세인과 함께 전사한 압바스 이븐 알리를 추모하는 날이다. 경기 다음 날인 12일은 아슈라(Ashura)로 서기 608년 이맘 호세인이 수니파 왕조에 패해 살해된 날이다. 이란은 이 두 날을 국경일처럼 여긴다.
일반적으로 타수아와 아슈라에 이란 국민들은 조용히 종교지도자의 죽음을 슬퍼하고 추모한다. 이때는 스포츠와 예술공연 등 시끌벅적한 행사를 가급적 자제한다. 이번에도 이란축구협회눈 한국과 이란의 월드컵 예선도 경기일정 변경을 아시아축구협회(AFC)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당초 최대 추모일인 탓에 경기장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서 만난 이란 기자도 "노래를 부르거나 박수를 치는 등의 응원은 아마도 줄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축구팬들은 추모와 응원을 동시에 하고 있다. 경기 전 엄청난 인파가 검은 옷을 입고 아자디 스타디움을 찾았다. 이미 경기장 상단부를 채워나갔고 팬들의 행렬은 계속됐다. 그럴수록 경기장에서 울려퍼지는 앰프의 노래 소리는 더욱 커져나갔고 이란 팬들이 함께 부르면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경기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분위기는 월드컵 예선으로 달라졌다. 팬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고 크게 외치며 경기시간을 기다렸다. 마침내 양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와 몸을 풀자 경기장의 소음은 터져나갈 듯했다.
기성용을 앞세운 한국 선수들이 모습을 보이저 이란 팬들은 야유와 함께 오른 주먹을 들어 때리려는 시늉을 하며 위협을 가했다. 이어 이란 선수들이 나오자 아자디 스타디움은 함성으로 도배됐다.
킥오프 시점이 다가온 지금 아자디 스타디움은 온통 검은 물결이 됐다. 한국 앞에 8만 원정 지옥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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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