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2.12 21:40 / 기사수정 2007.12.12 21:40
(사진 - KT&G 아리엘스를 전두 지휘하는 사령관, 김사니 세터)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른바 잘 나가는 팀이란 경기 내용도 알차면서 연승 가도를 달리는 팀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것을 더하면 경기 중에도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동료들을 다독이며 그야말로 경기 자체를 즐기는 팀이 그러한데 작년 리그 초반에 천안 흥국생명 스파이더스가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면 올 시즌엔 지난 리그 최하위 팀이었던 대전 KT&G 아리엘스가 ‘완소’ 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KT&G는 개막전인 흥국생명과의 첫 승리를 시작으로 강력한 우승후보인 인천 GS 칼텍스와 11일 벌어진 수원 현대건설 그린폭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인 흥국생명에게 단 한 세트만 내줬을 뿐, GS 칼텍스와 현대건설에게는 모두 3:0으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지난 시즌의 KT&G의 경기를 기억하는 팬들에겐 정말 낯선 모습으로 비춰졌을 것입니다. 비록 리시브와 디그 등의 수비는 좋았지만 특정한 팀의 색깔이 없었으며 단순한 경기 플레이에 루시아나와 하켈리 등의 용병들의 미약한 활약, 그리고 스코어를 낼만한 윙스파이커가 없던 점들은 KT&G의 심각한 문제점이었습니다.
그런 KT&G가 확연히 다른 모습의 팀으로 비춰진 첫 무대는 바로 지난 10월에 있었던 KOVO컵에서였습니다. 구미 도로공사에서 새로 영입돼 온 국가대표 세터인 김사니는 그동안 국가대표를 비롯한 소속팀에서의 부진과 그녀의 세터에 대한 자질을 의심하는 논란 등을 KT&G팀으로 이적하면서 극복해 냈습니다.
새로운 팀으로 옮기며 절치부심한 그녀의 노력은 KOVO 컵을 통해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녀의 장기인 빠른 토스 웍은 KT&G에서 다양한 패턴의 볼 배급으로까지 성장해 KT&G의 모든 시스템을 한층 짜임새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서 실패한 용병 영입을 극복하고자 새롭게 데려온 브라질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윙스파이커 페르난다 베티 알베스는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여자 팀들 중 가장 빼어난 실력을 지닌 용병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세터인 김사니와의 호흡이 다른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잘 맞는 것도 그렇지만 보다 파워와 높이가 가미된 강한 공격력이 있다는 것이 페르난다의 가장 큰 장점이고 여기에 리시브와 디그까지 훌륭하게 해내는 수비력까지 갖춘 인재였습니다.
또한 외국인 선수로서 보기 힘든 모습인 수비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디그를 올리는 허슬 플레이는 팀에겐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팀의 플레이에 스스로 녹아있다는 증거였고 팀의 다른 멤버들과 경기 중에도 꾸준히 의사소통을 하며 플레이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은 단지 용병으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팀의 구성원으로 임하려는 페르난다의 진지한 모습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KT&G의 최대 강점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탄탄한 수비력에 있습니다. 그러나 리베로로 이현정을 내세운 지난 KOVO 컵에서는 끝내 결승전에서 GS 칼텍스의 예리한 서브를 이겨내지 못하고 정상등극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리베로 이현정을 비롯해 홍미선, 임명옥, 페르난다로 구성된 KT&G의 수비라인은 한계점을 드러냈으며 정규리그를 앞두고 이러한 수비진에 대한 보완이 시급했었습니다.
V리그에서 나타난 새로운 수비진은 레프트인 임명옥을 이현정 대신 리베로로 기용했으며 팀 내에서 살림꾼 역할을 하는 박경낭이 부상에서 가세했습니다. 게다가 낯선 한국식 배구를 KOVO 컵을 통해 적응하며 디펜스 스타일의 배구에 익숙해진 페르난다도 수비에 일조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박경낭 - 임명옥 - 페르난다 - 홍미선(수비가 필요할시 이현정으로 교체)으로 짜여진 KT&G의 수비는 그야말로 여자배구 5개 구단 중 가장 탄탄한 구조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런 수비조직력을 가장 달가워하는 포지션은 바로 세터입니다. 김사니 세터는 좋은 수비진에서 올려주는 리시브를 그녀 특유의 빠른 토스로 승화시켰습니다. 결국, 이런 빠른 토스로 이어지는 플레이는 KT&G의 조직력을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국제적인 추세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지는 다른 국내 프로팀들과는 달리, KT&G는 그나마 빠르고 조직적인 배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번 시즌 여자배구의 초반을 평가한다면 아직도 스피드와 조직력이 잘 짜여진 팀은 KT&G밖에 없습니다. 현대건설에서 FA로 풀린 이숙자와 정대영을 모두 데려오고 거기에 특급 신인인 배유나까지 영입한 GS 칼텍스는 구성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팀의 조직력과 호흡이 들어맞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은 나이 어린 신인 선수들이 포진된 만큼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면 때문에 여자부의 경기력이 작년 시즌보다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제대로 된 경기력을 펼치는 팀은 KT&G라는 점에서 박삼용 감독과 선수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KT&G의 배구가 완성된 상태는 아닙니다. 아직도 진행단계 중이고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위력적인 중앙속공과 다양한 세트플레이가 필요한 것이 바로 KT&G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경기 도중 선수들의 표정과 몸짓을 보면 경기의 승부를 떠나서 참으로 배구를 즐기는지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KT&G는 경기자체를 즐기고 있으며 그 과정의 결과가 승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로 원년 리그의 우승팀이지만 그 이후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작년 시즌엔 급기야 단 3승만 거두며 최하위로 전락한 KT&G는 이제 또다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쉽게 추측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탄탄한 조직력은 쉽게 무너질 수 없는 것이며 무엇보다 선수 개개인들이 서로 신뢰하며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점은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KT&G 아리엘스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고자 많은 노력을 한 만큼, 알찬 결실을 얻고 언제나 활기찬 배구를 보여줘 ‘완소’팀으로 배구 팬들에게 계속 다가서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 = KT&G 아리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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