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포츠뉴스 테헤란(이란), 조용운 기자] 이란과 만나면 참 시끄럽다. 언제 어디서 만나든 안팎으로 시끄러운 이란전이지만 원정을 떠나면 더욱 지옥으로 바뀐다.
한국과 이란의 축구사는 감정의 골이 깊다. 과거에도 아시안게임 결승과 월드컵 예선과 같은 굵직굵직한 무대서 만나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다. 그중에서도 1996년 아시안게임서 나온 2-6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이때부터 한국은 이란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로 여겼고 이란도 한국만큼은 우위를 점하고 싶은 상대로 생각했다. 둘의 감정은 유독 아시안컵에서 폭발했고 1996년 대회를 시작으로 2011년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8강 외나무 다리서 싸우는 이례적인 라이벌 역사를 그려왔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숙적관계인 만큼 이란은 한국을 맞아 잘못된 승부욕을 표출한다. 월드컵 진출을 놓고 다투는 무대면 더욱 홈 텃세가 노골적으로 변한다.
1. 1977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예선을 위해 이란을 방문한 한국은 차범근, 이영무, 박성화, 조광래 등 호화멤버로 꾸려졌다. 한국은 전반 20분 이영무의 선제골로 원정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자 이란이 전반 추가시간만 10분에 달할 만큼 편파 진행을 했고 후반에 기어코 2-1로 뒤집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한국은 후반 막판 이영무의 동점골로 철퇴를 내리쳤디만 이란의 능구렁이 속살을 확인한 사례였다.
2. 한국은 2009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을 위해 테헤란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이란이 훈련장 배정을 놓고 장난을 쳤다. 한국이 원하는 훈련장은 질퍽질퍽하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날마다 다르게 배정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한번도 우리가 원하는 훈련장에서 준비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3. 이란의 홈 텃세 절정은 2012년이다. 이번에는 최강희호가 당했다. 3년 전 허정무호를 화나게하고도 박지성에게 동점골을 얻어맞고 끝내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던 이란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서 만나니 더욱 지독해졌다. 훈련장 배정을 달리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밤경기(20시)임에도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 훈련장을 배정해 대표팀의 리듬을 흔들었다. 오죽하면 최강희 감독이 "이란이 원정을 오면 한강시민공원을 훈련장으로 내줘야한다"고 뼈있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4.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좀처럼 상대를 도발하지 않는다. 점잖게 상대를 대우하는 슈틸리케 감독도 2014년 이란 원정을 치르고 얼굴이 상기돼 선전포고를 했다. "아시안컵서 이란을 만나고 싶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울분은 이란 원정의 어려움을 담고 있다. 당시 한국은 경기 내내 우위를 점했으나 후반 36분 프리킥 상황서 실점해 패했다. 억울한 실점이었다. 김진현 골키퍼가 분명히 밀려 넘어졌지만 차징파울이 선언되지 않으면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은 20개 이상의 파울을 범하고도 한장의 경고도 받지 않았다. 실점 장면도 불합리한 판정으로 용납할 수 없는 오심"이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
굳이 홈 텃세가 아니더라도 2013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울산에서 보여준 상식이하의 주먹감자 사건처럼 이란은 만났다하면 도발한다. 이번 원정도 불보듯 뻔하다. 어느 때보다 냉정해져야 하는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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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