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재용 감독과 윤여정이 '죽여주는 여자'로 세 번째 만남을 이어갔다.
26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영화 '죽여주는 여자'(감독 이재용)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감독과 배우 윤여정, 윤계상이 참석했다.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영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 40회 홍콩국제영화제에 이어 제 20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 이재용 감독 "백세시대, 과연 축복인지 의문"
'여배우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등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해 왔던 이재용 감독은 '죽여주는 여자'를 통해 노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재용 감독은 "성매매를 하는 노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나이들어감과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기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처럼 절망적인 게 없지 않나. 그런 케이스가 정말 노인 자살률의 세가지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한다. 그걸 공부해서 안 건 아니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바를 전했다.
또 "정말 백세시대가 과연 축복인지 재앙인지 의문스러운 시대인데, 이런 이야기들이 좀 더 공론화돼서 수면에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성매매를 하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트렌스젠더, 혼혈인 등 사회 구석구석의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한다.
이재용 감독은 "사회적으로 금기 돼있는 얘기를 하면서 주제적으로 분산이 된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는데, 균형을 잘 맞춰봐야지 욕심을 내서 준비했던 것 같다"고 설명을 이었다.
작품을 함께 한 윤여정과 윤계상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극찬을 전하며 "여전히 배우 운이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영화를 통해서 이런 이야기들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조금이라도 되고, 무언가가 좀 바뀌어질 수 있다면 작은 소임을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 윤여정 "죽음이란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는 나이"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 소영 역을 맡은 윤여정은 이재용 감독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지만, 찍으면서 금방 후회가 들 정도로 만만치 않았던 작업의 시간이었음을 얘기했다.
윤여정은 "그 전까지 영화나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은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극한직업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그 환경이 나중엔 우울해지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저는 칠순이기 때문에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사실 죽음도 어떤 의미에서 보면 사물의 자연적이 질서 아니겠나.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서 이렇게 죽는다는 것에 대한 얘기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실제 할아버지와 스무살까지 함께 살았다고 밝힌 소영의 옆집 청년 도훈 역의 윤계상의 이야기도 공감을 이끌어냈다.
윤계상은 "실제로 스무살 때까지 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썼는데, 3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때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 느낀 것은 '굉장히 외롭다'는 것이었다"면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죽음에 이르는, 그리고 그 마무리가 어떻게 되든지 굉장히 외롭고 혼자 있을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을 제가 배우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예술영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뭔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좀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함께 당부했다.
'죽여주는 여자'는 10월 6일 개봉한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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