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진실 기자] 박희순의 코믹 캐릭터, 그저 놀라운 변신에만 그치지 않았다. 코믹스런 모습에도 박희순의 고민과 생각이 담겼었다.
지난 25일 영화 '올레'(감독 채두병)는 인생에 적신호가 뜬 세 친구가 우연치 않게 제주도로 떠나며 일어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올레'에서 박희순은 13년 동안 고시를 준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낙방 밖에 없어 좌절에 빠진 수탁을 연기했다. 박희순은 푸들을 떠올리게 하는 헤어스타일, 19금 유머부터 구수한 말투까지 우리가 그전에 봤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이 새로운 코믹 캐릭터로 변신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박희순은 수탁 역을 연기하며 그저 말썽꾸러기로만 보이기 보다 그의 웃음 안의 씁쓸함을 보이기 위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감독님께서는 영화에서 세 친구의 제주도 일탈 과정 속 케미가 중요하니 역할에 대한 다른 준비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대신 감독님과 배우들이 함께 하는 단체 채팅방에서 매일 아침 캐릭터에 관한 정보나 배경 자료를 공유했어요. 희망 퇴직에 관련된 자료나 암 발생률 등 다양한 지식을 토론하곤 했습니다."
박희순은 완벽한 코믹 캐릭터인 수탁을 흡수하며 그의 실제 성격에 대해 궁금증을 높이게 했다. 박희순은 실제 성격을 묻는 질문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에 불편한 자리에서는 말도 잘 못하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재밌는 이야기도 하고 활발한 성격이라고.
이번 영화에서 박희순과 함께 절친 케미를 보인 신하균과 오만석은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대학 후배인 신하균, 연극을 하며 친하게 된 오만석 등 이미 절친한 친구였던 것. 박희순은 영화 속 세 친구처럼 이들과의 촬영이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아 좋았다고 전했다. 또한 박희순과 수탁의 싱크로율에 대해 각자 다른 반응을 보는 신하균 오만석에 대해 "걔네 둘 때문에 이상한 사람이 됐다"고 장난 넘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균 씨는 예의가 바르고 착한 친구입니다. 현장에서나 이야기를 할 때는 조곤조곤 잘 하는데 카메라가 돌아가면 에너지가 폭발해요. 하균 씨와 극중 티격태격하는 신이 첫 테이크였는데 글쎄 선글라스가 벗겨질 정도로 세게 치더라고요. 하하. 나중에는 저희 둘이 몸이 붕 뜰 만큼 세게 했는데 감독님은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균 씨, 만석 씨와 제주도에서 술도 먹고 게임도 하면서 즐겁게 보냈습니다. 요즘 친구들이 놀러 갔을 때 무엇을 하는지 알 수도 있었고요. 영화와 실제를 모를 정도로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하균 씨는 정말 게임을 잘 하고 만석 씨는 아재예요. 계속 게임에 걸려 먼저 자곤 했죠."
멜로부터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해왔던 박희순은 '올레'와 같은 코미디 장르의 매력에 대해 무겁고 힘든 사회 속에서 편안하게 웃을 수 있고 힐링이 되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좋은 장르임에 분명한데 어느 순간부터 무시가 되는 흐름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오히려 코미디 장르가 세련되게 잘 만들어 서로가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보였다.
"'올레' 평을 보니 생각 없이 웃을 수 있고 당장 제주도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맞아요. '올레'는 쉴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거나 훌쩍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오는 이들이 뒤를 돌아보며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 같아요. 감독님은 '올레'란 제목이 골목길이란 뜻을 담고 있기도 하기에 막힌 길이라도 어디에는 꼭 길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길은 얼마든지 있으니 지치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내려놔도 괜찮다는 것을 전해주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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