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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뜨거웠던 하정우의 여름, 내년에도 다시

기사입력 2016.09.09 07:25 / 기사수정 2016.09.09 08:1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벌써 4년째다. 2013년 '더 테러 라이브'를 시작으로 '군도: 민란의 시대'(2014), '암살'(2015), 그리고 올해 '터널'(감독 김성훈)까지, 배우 하정우는 4년 동안 꾸준히 매해 여름 관객들과 마주해왔다.

올해의 성과도 값지다. 8월 10일 개봉한 '터널'의 뜨거운 기세는 27일이라는 올해 최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록과 함께 700만 관객 돌파라는 결과를 맺었다. 그를 향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2016년 하정우의 한 페이지가 그렇게 또 완성됐다.


▲ "'터널', 믿음이 통하는 이야기 보고 싶었다"

하정우는 '터널'을 통해 "믿음이 통하는 이야기가 보고 싶었다"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 평범한 자동차 세일즈맨이자 세현(배두나 분)의 남편, 수진(이한서)의 아빠인 정수(하정우)는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다. 정수의 구조를 둘러싸고 조금씩 변해가는 터널 밖과 안의 간극이 세밀하게 비춰지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무겁고 힘들어질 수 있는 분위기에도 하정우 특유의 유머와 생생한 연기는 극의 공기를 환기시키며 기존의 재난 영화와는 다른 흐름을 완성시켰다.

하정우는 "집에 가다가 터널이 무너진다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 말이 안 되죠. 밖의 상황들이 굉장히 안 좋게 흘러가고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 무겁고 힘든데, 안 그래도 영화 같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현실에 영화까지도 ''그래, 비극이야'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라고 운을 뗐다.

"사실 현실적으로는 정수라는 인물도 그렇게 적응을 해서 마음 놓고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겠죠. 실제로 겪는다면 호흡곤란으로 죽었을 수도 있고, 진짜 패닉이 와서 못 버텼을 수도 있을 거예요. 제가 좋았던 것은, 그래도 이 사람이 '삶의 의지를 갖고 버텨나간다'는 생존기가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저도 그런 이야기를 보고 싶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만나고 싶거든요. 영화는 기분 좋았으면 하고. 좋은 얘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대경(오달수)이 '당신 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정수는 또 그 말을 믿잖아요. 그 믿음이 통하는, 그걸 보고 싶은 거예요."

하정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터널 세트 속에서 보냈다. 그 곳에서의 연기는 그가 자기 자신,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조명감독에게 디렉션을 받아 손전등의 빛 위치까지 직접 조절해야 했던 디테일함은 물론, 상대역 없이 혼자 만들어가야 하는 터널 안 자동차 속 고립된 상황을 다양하게 비추기 위해 자신의 몸과 소품을 구석구석 활용했다. 영화가 공개된 후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는 강아지 탱이와의 호흡도 "정말 정말 럭키(Lucky)한 장면들이 많았다. 은근히 재미있었다"는 말로 되짚었다.

"혼자 연기하는건 어렵죠. 상대 배우가 있으면 그 사람의 연기 변주에 따라서 저 역시도 조금씩 변주할 수 있고, 리액션을 받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터널'의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촬영장에 가서 주변을 보니 충분히 사물들에게 리액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즉흥적으로, 주변 사물을 감지하면서 채널을 열어놓고 '마음대로 연기를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의식의 흐름대로 혼잣말도 많이 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바로 반응하려고 집중했죠. 그 안에서의 순간순간들을 포착해 가는 것, 그게 배우로서는 재미가 있었어요."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드는 하정우의 섬세함은 '터널'에서도 여지없이 발현됐다. 터널에 갇힌 뒤 점점 수척해져 가는 정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트레이너의 도움 아래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했다.

하정우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서, 이 사람이 점점 수척해가고 말라가는 것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렇게 효과적으로 보이진 않은 것 같아요. 조명이 후레쉬, 차 위의 등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앵글자체가 타이트해서, 얼굴만 나와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그건 좀 아쉬운 것 같아요"라며 부족해 보였던 점을 계속해서 분석하고, 또 곱씹었다.


▲ "아쉽고 부족한 점은 제 오답노트에…더 나아지고 싶다"

지난 해 11월 촬영을 시작해 올해 2월 크랭크업하기까지, 길었던 '터널'의 여정을 마친 그는 "만족하는 편이다"라고 되돌아봤다. 쏟아지는 주위의 호평 세례에 취하지 않고, 계속해서 아쉬웠던 점을 되짚어 나간 하정우는 곧 정답을 찾아나갈, 자신만의 오답노트에 한 줄을 다시 채웠다.

"'터널'은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 만족을 얻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심혈을 기울이고, 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촬영해요. 제가 모르는, 뭔가 부족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겠죠.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도 많이 있고요. 근데 그걸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저 혼자의 오답노트라고 생각하고, 다음 작품에는 보완해서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것이죠."

데뷔 이후 드라마를 거쳐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며 어느덧 충무로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 배우로 손꼽히는 하정우는 "저는 촬영장이 마음이 편하고 재밌고,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건 제 직업이고 일이기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힘듦은 매번 작품 할 때마다 갖죠. '터널'처럼 터널 안에 갇힌 것을 표현하는 형태의 연기를 했다고 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새롭게 오진 않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직업이고 일인 연기에 대해 날카롭고 단단하게, 자기중심을 잡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호평에도 "좋은 얘길 해주시면 계속 들어도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물론 그런 얘기들을 듣고, 보다 보면 제 자신을 한 번 돌아보게 되는 경우도 있죠. 제가 진짜 이런 정도의 사람이고, 배우인가에 대해서요. 그게 힘이 돼서 더 파이팅을 하게 되는 것이 크지, 다른 부정적인 것이 작용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인다.

남을 올해의 일정도 꽉 채워져 있다. 영화 '신과 함께'의 촬영이 내년 1월까지 이어지고,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에 이은 세 번째 연출작에 대한 구상 역시 함께 진행 중이다.

"'신과 함께'는 내년 1월 말까지 찍어요. 하와이로 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 끝나면 여행을 다녀와야겠죠.(웃음) 아직 시나리오 작업은 구체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다음 작품도 구상 중이에요. 시나리오 작업 시간을 좀 많이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2년 후에는 들어가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웃음)"

내년 여름에 '신과 함께'가 개봉한다면, 또 다시 '여름의 하정우'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여름마다 볼 수 있어 참 좋은 것 같다"는 인사에 하정우가 "네, 저도 그래요"라고 화답한다. 올해도 다가올 내년도, 다시 찾아올 하정우의 계절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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