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드라마 '가면' 이후 꼭 1년 여 만에 다시 대중과 마주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 아이스링크장 얼음에 빛이 반사돼 자연스럽게 뽀얀 연출을 도와주는 효과가 생겨도 오히려 경계했고, 그렇게 겉모습과 내면까지 스스로를 가볍게 내려놓았다.
아이스하키 선수로 변신한 배우 수애의 도전이 영화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를 통해 진짜 빛을 발했다.
10일 개봉한 '국가대표2'는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가슴 뛰는 도전을 그린 감동 드라마. 수애는 유일무이한 정통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국가대표팀 에이스 리지원 역을 맡았다.
드라마로는 지난 해 방송된 '가면' 이후 1년, 영화는 2013년 '감기' 이후 3년 만이다.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진 가운데 수애가 선택한 작품은 '국가대표2'였다.
'국가대표2' 개봉을 앞두고 만난 수애는 "마음 같아서는 좋은 작품으로 일찍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스크린 복귀가) 3년이나 걸렸네요. '국가대표2'는 여배우들의 호흡이 정말 중요한 작품인데, 그것을 느껴보고 싶었고 운동선수만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만 다룰 수 있는 남북간의 문제, 또 동생과의 이야기를 연기하며 배우로서 깊은 감정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었어요"라고 작품 선택의 이유를 전했다.
'국가대표2'에는 수애를 비롯해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등이 함께 했다. 이들은 아이스링크장에서의 기본적인 훈련은 물론, 갯벌부터 바닷가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고강도 촬영을 이어가며 아이스하키 선수의 삶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여름에 촬영을 시작해서 1월, 2월 가장 추울 때 끝났는데, 지금 여름에 보게 됐네요"라고 미소를 보인 수애는 "화장을 하고, 모습을 갖춘 상태에서 서로 만났으면 이렇게까지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도 했죠. 운동선수 캐릭터니 모두가 맨얼굴일수록 좋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수다를 나눌 시간이 많았어요. 가장 더울 때 아이스링크장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스하키 보호 장비 착용이 힘들어서 행동에 제약도 많았어요. 누구 한 명 차에 가서 있는 사람 없이 대기 현장에서 함께 했죠. 자연스럽게 속내를 얘기할 기회도 많아졌어요. 신경전이요? 당연히 없었죠. 여배우라는 타이틀 없이 다들 땀 흘려가면서 촬영했으니까요. 서로의 비밀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서로에게 잘 해야 한다'고 입단속하고 있는 중이예요"라고 다시 한 번 소리 내 웃었다.
하재숙과 함께 국가대표팀의 맏언니였던 수애는 "제가 자평하기에 전 리더십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현장은 제가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도 없었고, (무게를 잡아야 하는) 선배로 보이고 싶지도 않았죠. 어떤 때는 제가, 또 다른 때는 (오)연서가 하기도 했고요. 누구 한 명 '내가 해야 돼' 부담감도 없었고 자연스러웠어요. 그래서 더 가까워졌고, 많이 의지했죠"라고 털어놓았다.
영화 속에서는 실제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빙판 위를 전력 질주하는 장면은 실제 선수들의 대역 연기로 도움을 받았고, 긴박한 순간 각 캐릭터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보디체크(퍽을 가진 공격자에 방어자가 자기 몸을 부딪쳐 공격을 막는 일) 장면은 배우들이 직접 나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힘들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 때는 높은 강도를 의식할 새도 없었다"는 것이 수애의 설명이다.
수애는 '국가대표2'를 "동화 같다"고 정의하며 "이렇게 여름 시장에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영화 속에 웃음과 눈물, 격렬한 스포츠 등 없는 게 없죠.(웃음)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해야 할까요. 다양하게 복합적으로 잘 이뤄진 것 같아서, 그런 점들에 있어서 어르신들도 좋아하실 것 같고 많이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죠"라고 바람을 전했다.
1999년 데뷔 이후 수애도 어느덧 17년차 배우가 됐다. 매 작품에 임할 때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흘러온 시간만큼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의 요령도 함께 알아가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가대표2'를 알리는 시간 중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무비토크 속 깜짝댄스까지, 수애의 여러 얼굴을 볼 수 있는 대중은 유난히 더 큰 반가움을 느끼기도 했다.
수애는 "'열린다, 내려 놓는다' 이런 표현은 거창하긴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댄스를 춘다거나 할 때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제 모습이 느껴지더라고요. 감사하죠. 제 안에도 그런 엉뚱하고 자유로운 면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 좀 더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낯을 가리고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그런 제 모습이 스스로도 낯선 적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참 재미있더라고요"라고 얘기했다.
'국가대표2'와 함께 한 순간들은 '즐겁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긴 순간이기도 했다. 수애는 "이번 작품은 정말 즐거웠어요. 평소에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팀의 일원으로 즐겁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강요, 부담도 없이 임했죠.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앞으로는 내가 또 어떻게 변하고 확장돼 있을까' 생각해요. 그만큼 많이 배웠어요. 이걸 잘 담아내야겠죠"라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수애의 바람이다. 수애는 "스무 살 때는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불편했던 시간들이 있었죠. 그러면서도 늘 다양하게 접근하려고 애썼고, 또 그렇게 대중에게 인사드렸었어요. 늘 바라는 것은 스펙트럼이 넓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이죠"라고 의지를 되새겼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