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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결산③] 유로2016을 빛낸 대표적 전술 세 가지

기사입력 2016.07.12 05:50 / 기사수정 2016.07.11 11:06

신태성 기자

 
[엑스포츠뉴스=신태성 기자] 한 달 간 진행됐던 유로2016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서는 본선 진출 국가수가 24개국으로 확대되며 더욱 다양한 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 국가대표팀을 맡은 감독들은 자신만의 전술로 최대한의 성과를 기대했다. 성공적으로 통한 전술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존재했다. 그 중 흔히 볼 수 없거나 강렬한 인상을 줬던 전술 유형들은 대회가 끝나도 뇌리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유로2016을 수놓았던 대표적 전술 세 가지를 소개한다.
 
이탈리아의 스리백과 웨일스의 스리백
 
이번 대회서 이탈리아와 웨일스는 3-5-2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수비 시에는 다섯 명의 수비수를 둔다는 점이 유사했다. 역습 위주의 공격을 지향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두 팀의 스리백 전술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이탈리아 스리백 전술의 핵심은 선수단 전체의 유기적 움직임이다. 수비시에 윙백들은 때로 센터백의 영역까지 들어오며 촘촘한 수비 간격을 유지했다. 혹여 수비 숫자가 부족하다 판단되면 미드필더들도 적극적으로 내려왔다. 최전방의 에데르도 수비에 있어 예외는 아니었다.
 
전술적 움직임은 공격 시에도 유효했다. 예전까지 안드레아 피를로가 공격 전개를 주도했다면 이번 이탈리아 대표팀의 키맨은 레오나르도 보누치였다. 최후방에서 뻗어나가는 보누치의 패스에 따라 윙백들은 전진했다. 종종 전방으로 찔러주는 긴 패스도 이탈리아 공격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에마누엘 자케리니의 넓은 활동 범위가 작용하지 않았다면 효율적 공격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때 로베르토 바지오,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등 '판타지스타'를 앞세웠던 이탈리아는 피를로에 의존했던 시기를 거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회 전까지 이탈리아는 선수단 노쇠화와 부상 악령 등이 겹치며 역사상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경기력을 보였던 뒤에는 안토니오 콘테의 뛰어난 전술이 빛나고 있었다.



웨일스는 또 다르다. 웨일스는 거의 모든 선수들을 수비지역에 머물게 하면서 상대의 지공과 역습 모두를 대비했다. 보통 9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비에 치중하는 것은 웬만한 집중력이 아니고서야 성공하기 힘들다. 그러나 애쉴리 윌리엄스와 가레스 베일의 존재는 이를 가능하게 했다. 스리백의 중심을 잡아준 주장 윌리엄스는 최상의 퍼포먼스로 수비진을 이끌었다. 베일은 최전방에서 프리롤을 부여받아 '1인 역습'으로 상대가 공격에 전념할 수 없게 만들었다.
 
웨일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베일의 존재 때문에 마음대로 수비 라인을 올리지 못했다. 8강전에서 베일 한 명이 공을 몰고 역습에 나서자 무려 벨기에 수비수 네 명이 한꺼번에 뒤로 물러서던 장면은 베일 효과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아론 램지가 부지런히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매진하며 베일에게만 쏠리는 공격 부담을 분담해줬다. 웨일스는 공격첨병 베일과 램지 덕분에 수비하기 수월해지는 효과를 봤다. 착실히 수비에 임하던 웨일스는 세트피스와 역습으로 만든 기회를 살려 득점을 성공시켰다.
 
포르투갈의 윙포워드 투톱과 무한 스위칭
 
단연 이번 대회서 가장 독특했던 전술이라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전통적으로 스트라이커의 기량이 아쉬웠다. 그동안 누누 고메스, 파울레타, 주앙 핀투, 엘더 포스티가 등 그럭저럭 활용할 만한 원톱 자원을 갖고 있던 포르투갈이지만 이번 대회는 마땅치 않았다. 결승전 이전까지 유일한 톱 자원 에데르가 28번의 A매치에서 기록한 골은 단 3개. 9경기당 1골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56경기에서 8골(7경기당 1골)을 넣은 히카르두 콰레스마보다 득점력이 떨어진다.
 
에데르가 못 미더운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은 전문 공격수가 아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루이스 나니를 투톱으로 출격시켰다. 만족할 만한 톱 자원을 찾는 대신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측면 자원을 공격수로 활용한 전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단점도 분명했다. 기본적으로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들이기에 페널티박스 안에만 박혀 있자니 두 선수가 가진 장점들이 퇴색될 우려가 있었다. 두 선수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측면이나 아래로 내려오는 상황이 많았다.
 
이에 산투스 감독은 미드필더들에게 적극적인 스위칭을 지시하며 단점을 보완했다. 실제로 콰레스마, 주앙 마리우, 안드레 고메스, 헤나투 산체스 등은 어느 포지션으로 출전했는지 헷갈릴 정도로 상호 간 자리를 바꿔가며 경기에 뛰었다. 이들은 때로 호날두나 나니가 비워둔 자리를 메웠고 공격시 페널티박스 안에 항상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포르투갈은 최전방 공격수 없이도 결승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호날두는 간혹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였지만 정작 팀이 필요할 때는 득점을 올렸다. 나니 역시 호날두가 고립됐을 시 포르투갈의 공격을 책임졌다. 두 선수는 나란히 3골씩을 성공시키며 포르투갈이 결승 무대를 밟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참신한 전술로 정상까지 전진한 포르투갈은 결승전에서 팀의 계륵이었던 에데르가 교체 출전해 득점을 기록하는 기적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프랑스 결승으로 이끈 '그리즈만 시프트'
 
폴 포그바, 블레이즈 마튀디, 은골로 캉테라는 강력한 미드필더들을 갖춘 프랑스 중원의 플랜A는 이들을 활용한 삼각대형이었다. 루마니아를 상대한 조별리그 1차전과 16강 아일랜드전에서 프랑스는 이 대형으로 2-1 승리를 이뤄냈다. 이러한 선수 기용은 수비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공격 진행 시 비효율성으로 디디에 데샹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중원에 잉여 자원이 발생한다"라며 해당 전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준결승 이전까지 한 수 아래의 팀들만 만나왔던 프랑스는 대회 도중에도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쳤다. 드미트리 파예나 무사 시소코를 중앙으로 기용하기도, 양쪽 날개에 킹슬리 코망과 앙토니 마샬을 출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잡은 앙토니 그리즈만과 측면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파예를 공존시키기 위해 중원 플랜A는 필수적인 듯했다.
 
그러나 해결책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타났다. 아일랜드와 16강전에서 이른 시간 실점 후 전반전을 답답하게 마치자 프랑스는 캉테 대신 코망을 투입했다. 동시에 그리즈만의 위치를 최전방의 올리비에 지루 바로 뒤편으로 옮겼다. 그러자 프랑스의 공격이 활기를 찾았다. 그리즈만은 동점골과 역전골을 기록하며 경기 MVP에 뽑혔다. 프랑스는 아이슬란드와 8강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캉테가 결장하자 다시 그리즈만을 2선 중앙에 배치했다. 그리즈만 시프트의 위력은 대단했다. 비록 전력상 열세라고 하나 대회 내내 상대팀에 멀티골을 허용하지 않았던 아이슬란드에 무려 5골을 폭격했다.
 
그리즈만 시프트는 약팀에게만 통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즈만은 세계 챔피언 독일마저 괴롭혔다. 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는 것 외에도 프랑스의 거의 모든 득점 기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자리를 옮긴 뒤 매 경기 골맛을 본 그리즈만은 대회 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vgb0306@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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