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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손예진 "'비밀은 없다', 배우로서 또 다른 자신감을 준 영화"

기사입력 2016.06.22 10:51

최진실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배우 손예진이 트레이드 마크인 '청순'을 벗고 새롭게 돌아왔다.
 
손예진은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에서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서는 엄마 연홍 역을 맡았다. 그동안 청순가련 이미지가 강했던 손예진은 이번 영화에서 강렬하면서도 광기 어린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손예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비밀은 없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초반 시나리오를 봤을 때 특별한 캐릭터에 매료됐다고. 손예진 역시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의아할 정도로 차분해지는 연홍의 모습을 보며 기존 캐릭터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하는 연홍의 모습에서도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은 가져가고 싶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와 함께 손예진은 영화에서 몰입도가 높은 연기를 보였다. 그는 차분한 모습부터 딸의 실종에 이성을 잃는 모습까지 '우리가 알던 손예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면모를 선보였다.
 
"어느 순간 몰입하면서부터는 제가 미쳤던 것 같기도 해요. 사실 객관적이나 이성적으로 손을 찔러가는 모습을 하면서 이상하리 만큼 집착한 모습이 있는데 '이게 어떻게 엄마가 하는 행동인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근데 그것은 고정화된 관념 아닐까요. 연홍 같은 엄마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홍은 조금 다른 식의 모성애를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손예진은 '미쓰 홍당무'로 주목 받았던 이경미 감독과 함께 하게 됐다. 특히 손예진은 데뷔 후 처음으로 여자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하는 기회기도 했다. 이경미 감독은 손예진과 캐릭터 연홍을 만들며 빨간 립스틱이나 헝클어진 머리 등 디테일한 연홍의 면모까지 시나리오에 담았다. 이경미 감독은 연홍의 의상, 머리 화장까지 철저하게 계산하며 자신의 의도를 담았다.
 
"여자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비밀은 없다'가 가벼운 이야기에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촬영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보니 처음에 감독님과 연홍을 표현하는 것이 다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잘 맞기 시작했어요. 감독님과 제가 생각했던 것의 접점을 찾다 보니 좋은 신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여자들만 얘기할 수 있는 학창 시절 이야기와 같은 것을 조금 더 깊게 소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난 2008년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호흡을 맞췄던 손예진과 김주혁은 '비밀은 없다'에서도 부부로 출연하게 됐다. 전작에서도, 이번 작품에서도 두 사람은 부부지만 화기애애한 부부가 아닌 다소 독특한 부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비밀은 없다'와 더불어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에서 손예진은 박해일과 함께 출연하게 됐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에 대한 질문에 "마치 떡볶이가 맛있는지, 스파게티가 맛있는지 묻는 것 같다"며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는 '비밀은 없다'에 대해 또 다른 자신감을 준 영화며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 두려움을 없애준 지점이라 표현했다.
 
"'비밀은 없다' 다음에 '덕혜옹주'를 촬영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비밀은 없다'를 통해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고 '덕혜옹주'를 통해 여배우라면 한번 쯤 꿈꾸는 실존 인물을 연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두 작품을 통해 '내가 부족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김주혁 씨는 코미디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내가 결혼했다' 때도 고생했고 이번에도 고생했는데 다음에는 웃고 떠들 수 있는 작품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김주혁 씨는 계속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배우입니다. 여전히 배려심 있고 착한 배우고요. 그런데 박해일 씨도 정말 착하시더라고요. 박해일 씨는 예전부터 항상 작품을 함께 하고 싶은 배우였는데 드디어 만났습니다. '덕혜옹주'는 박해일 씨가 아니었다면 못했을 것 같아요. 실존 인물도 처음이고 역사적으로 큰 타이틀 롤이기에 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컸지요."

 
손예진을 생각하면 청순이란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드라마 '여름향기' 속 청량한 모습과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긴 생 머리, 이온음료 CF의 청초한 모습이 아직도 손예진을 떠올리는 이미지다. 이에 대해 손예진은 오히려 자신은 청순한 모습보다는 삶의 아픔을 연기하고 싶었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데뷔작을 한 뒤 청순하다는 표현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실 제가 청순한지 몰랐습니다. (웃음) 청순 자체는 저와 상관 없는 이야기라 생각했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앳되고 풋풋하고 청순한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중 하고 싶었던 작품을 택했기에 청순 이미지가 계속됐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는 어릴 때부터 마이너적인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여배우는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그런 생각보다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기도 했지요. '연애소설'도 결혼 후의 이야기를 담았고 '작업의 정석'도 해온 이야기들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청순 이미지가 싫었던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손예진은 최근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에 대해 좋은 현상이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의 폭이 커진 요즘에 대해 여배우의 입장에서 너무 좋다며 서로 균형 맞게 잘 됐으면 하는 자신의 소소한 바람을 전했다.
 
어느덧 선배 여배우가 된 손예진은 주목하고 있는 후배로 김고은을 꼽았다. tvN 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을 열심히 봤다는 그는 김고은에 대해 자연스러웠고, 사연이 많을 것 같은 비주얼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비밀은 없다'에도 많은 신인 후배배우들이 나온다며 든든한 언니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비밀은 없다'의 흥행 성적에 대해 기대를 하냐고요? 원래 기대를 하면 실망도 하는 법이죠. 제가 생각한 것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속상하지만 정말 저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관객분들이 느끼시는 감정은 제 마음대로 되지는 않죠. (웃음) '비밀은 없다'에는 모성부터 가족에 대한 사랑, 믿었던 사람의 배신 등 각자의 감정이 굉장히 많습니다. 또한 거기에서 공감이 가는 지점이 많이 다르죠. 누구나 똑같이 울고, 웃고,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가진 영화가 아닌 조금은 특별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true@xportsnews.com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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