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진태 기자] 알렉스 마에스트리(31)가 한화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지난 17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마운드에 오른 마에스트리는 ⅔이닝 2피안타 4볼넷 2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이튿날 마에스트리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취재진과 만난 김성근 감독은 "마에스트리는 내 선에서는 끝났다"라며 외인 교체를 기정사실화 했다.
최근 들어 데니 바티스타(2011~2013시즌 ERA 3.70)-미치 탈보드(2015시즌 10승)-에스밀 로저스(2015~2016시즌 ERA 3.41)를 제외하고 외국인 투수 영입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었던 한화에 또 다시 악재가 터진 것이다.
한화는 지난 스토브리그 때 로저스의 뒤를 받아줄 선발 투수 확보에 고심을 했다. 한화는 히스 듄트를 일본 캠프 때 테스트를 했지만, 끝내 영입을 하지 않았다. 결국 한화의 낙점을 받은 선수는 마에스트리였다.
한화는 시범 경기가 진행 중이던 3월 15일 마에스트리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마에스트리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리그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투수였다. 특히 지난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4년간 활약하며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던 마에스트리는 동양 야구에 정통한 투수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모았다.
시범경기에서 그는 세 차례 등판해 평균자자책점 7.71로 부진했지만, 본격적인 시즌이 돌입된 4월 마에스트리는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화의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선발 첫 승까지 안겨주며 제 몫을 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5월 들어 속구 구속이 130km/h 중반~140km/h 초반으로 떨어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제구력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세 경기 출장 평균자책점 25.20을 기록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6월 다시금 올라온 1군 등판 경기에서 마에스트리는 기적적인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의 부진은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외인 투수는 팀의 1~2선발을 맡아줄 선수다. 이 투수가 부진하면 팀의 선발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기량 평가가 끝난 로저스가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상황에서 마에스트리까지 부진하니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은 꼬여버렸다. 오는 19일 넥센전 필승 계투 박정진이 13년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은 한화가 직면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 시즌 한화가 기록한 563⅓이닝 중 선발진이 소화한 비중은 43%밖에 되지 않는다. 비단 마에스트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는 큰 책임을 떠안았던 선수였다. 시즌 초 선발진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것은 한화의 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순위표 최하단에 위치해있지만, 한화는 여전히 가을 야구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이다. 한화와 5위 LG 트윈스와의 격차는 네 경기 반밖에 나지 않는다. 몇 팀은 이미 외인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마에스트리 이후가 중요해진 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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