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시간이 지나며 점점 e스포츠의 영역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러며 많은 게임이 e스포츠화되며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됐던 e스포츠는 이제 다양한 종목의 대회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강세다. 그 중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13년 이후 한국이 계속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종목. 그만큼 해외 팬들의 관심도도 높아지며 외신 역시 한국 선수들과 e스포츠를 조명했다.
그러나 해외 팬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 언어의 장벽으로 많은 소식이 전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한국 선수에 대한 잘못된 소식이나 편견이 만들어졌다. 한국계 미국인인 ‘비누’ 김준희 씨가 한국 선수의 인터뷰를 영어로 번역해 자신의 블로그를 플랫폼으로 해외에 알리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준희 씨가 한국 선수의 이야기를 번역해 전한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롤드컵 시즌3 부터다. “해외 커뮤니티에 한국 선수들은 재미가 없다거나 개성이 없다는 이야기 많았죠. 한국 매체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저는 한국 선수들이 정말 재미있고 개성 있다고 생각하는데, 언어의 장벽으로 한국 선수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접하지 못한 e스포츠 팬들에게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전하고 싶어 번역을 시작했죠.”
약 2년 반 동안 김준희 씨가 번역한 인터뷰 기사만 해도 820개, 하루에 한 개꼴로 번역했다. 개인 사정으로 대학교를 휴학하고 쉬는 동안 e스포츠를 통해 각자 자기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김준희씨는 e스포츠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의 첫 인터뷰 번역은 ‘임팩트’ 정언영의 롤드컵 무대였다.
“번역이라는 게 쉽게 말하면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거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인터뷰 번역의 경우 선수의 철학과 성격까지 전달해야 하기에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는 일이에요. 제 단어 선정 하나 때문에 선수가 해외에서 의도하지 않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선수 본인이나 팬도 자신의 이야기가 번역되어 나가는 걸 원치 않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선수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번역은 하지 않고 있고, 아주부를 통해 진행되는 개인 방송 채팅방 번역도 하지 않고요. 매체는 외부로 알리기 위한 수단이지만, SNS나 채팅방은 오롯이 팬과 선수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었죠.”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한국 선수의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점점 책임감을 느낀 김준희 씨는 한국 e스포츠 전반에 대해서도 해외에 전달하기 시작했다. 한국 e스포츠 분위기를 전달해야 해외 팬이 선수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중 하나가 올해 초 진행한 한국 팬 문화에 대해 직접 진행한 인터뷰다.
“e스포츠에 있어 팬도 하나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했고, 한국 e스포츠에 대해 전달하기 위해서는 팬의 이야기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최대한 다양한 방향에서 한국 e스포츠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해서 진행했죠. 해외에서도 정말 유명한 SKT T1을 바라보는 팬의 이야기를 비롯해 기자가 반응하는 커뮤니티 이야기, 팬아트 작가의 이야기, 선수가 아닌 중계진 중계진을 바라보는 팬의 이야기 등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서 저도 만족스러웠어요”
많은 소식을 해외로 전한 김준희 씨지만, 그 역시 아쉬운 순간은 있었다. 작년 말 당시 CJ 엔투스 소속이었던 ‘스페이스’ 선호산이 은퇴할 당시의 이야기다. 당시 선호산는 해외에서 ‘감옥(Prison)’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의 경기력 때문에 팀 동료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선호산이 은퇴하고 나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서야 이러한 편견이 깨졌고, 해외 팬들의 선호산에 대한 인식도 바뀌지만 어쨌든 선수 생활을 그만둔 이후의 일이라는 아쉬움에 이런 일이 줄어들도록 최대한 선수들에 대해 전달하고 싶다고 다시금 생각한 순간이었다.
약 천 개에 가까운 인터뷰를 번역해 해외에 한국 선수의 이야기를 전하고, 최근 해외 커뮤니티 레딧에서 나온 한국 팀 경기에 대한 반응도 전달하는 김준희 씨는 인터뷰 숫자보다 계속 한국 선수의 본 모습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선수와 팬들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
“이전까지 전해지는 이야기가 적어 해외에서 단편적인 정보로 한국 선수의 정보를 전했지만, 저를 비롯해 한국 선수의 이야기와 문화를 외국에 전달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해외에서도 한국 선수를 좋아하고 존중하는 팬이 늘어 기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단순히 이야기를 전하는 게 아닌 선수의 철학과 개성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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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